학교에는 무슨무슨 교육을 하라는 지침이 쉴새없이 내려온다. 그중에는 양성평등 교육도 있다. (아니 양성이란 말은 틀렸다는 분들도 있다. 이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무슨 이슈가 생기면 무슨무슨 교육을 몇시간 시키라고 지침을 내리는 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재를 만들어 학교로 배포하는 훌륭한 분들도 별로 고맙지 않다. 가장 고마운 건 이와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분들이다. 그게 재미있으면 좋고 아름다우면 더할 나위 없고 환상적이라면 최고다. 이 책은 거의 그랬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다르구나 다시 한 번 느낀다. 이 책은 '공주 이야기'로 이미 판타지인데 그 안에 '공주의 전설'이 또 들어있다. 그런데 메시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콱 꽂힌다. 이런 이야기 참 매력적이다.^^작은 왕국에 앵두 공주가 있었다. 공주는 반듯해야만 했고 모범을 보여야 했기에 언제나 참아야 했고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다. '망나니 공주처럼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 '망나니 공주의 전설'이란 이렇다. 옛날옛날 공주를 낳고 돌아가신 왕비 때문에 왕은 모든 것을 전폐하고 슬픔에 빠졌고 공주는 방치되어 망나니처럼 자랐다. 그바람에 국민들은 하나둘 왕국을 떠나버렸다고 한다.앵두공주는 공주수업의 필요한 절차 중 하나인 '민가체험'을 하러 며칠간 자두네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자두는 공주 앞에서 거침이 없었고 공주를 친구로 대했다. 친구랑 논다는 게 뭔지 몰랐던 앵두공주는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보다도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공주가 알고 있던 '망나니 공주의 전설'이 일부분이었다는 것. 그 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두의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 그건 행복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했다.국민들이 모두 떠나버린 왕국에서 공주는 모든 것을 직접 구해야 했기에 '공주처럼' 성 안에 우아하게 앉아있을 처지가 못되었다. 공주는 친구가 된 말 '흰바람'을 타고 어디든 돌아다녔다. 그러다 다리를 다친 이웃나라의 왕과 왕자를 만났다. (로맨스의 시작) 왕은 호전적인 사람이었으나 왕자는 그와 반대였다. 공주의 성에 머물며 왕자는 요리와 옷만들기를 배우고 솜씨를 발휘했다. 치료가 끝난 왕은 자기 나라로 돌아갔지만 왕자는 작은 왕국에 남기를 원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그리고 작은 왕국은....?^^다시 앵두공주에게로 돌아와서, 공주는 이제 새로운 생각에 골몰한다. 공주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그 전에, 나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공주 앞에 나타난 것은 전설속의 그 말들! 공주는 달리기 시작한다.앞에서 양성평등의 주제를 언급했지만 이 책에서 염두에 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여자답다' '남자답다'를 넘어서 모든 '○○답다'를 담고 있다. '○○답다'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규정할 수 있을까?나는 파격을 선호하는 성향이 아니고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도 아니라서 '~답다'에 경우에 따라서 최소한의 기준은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모답다' 라면 자녀를 품어주고 함께 있는 시간을 행복해 하는 것, '교사답다' 라면 수업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 '근로자답다' 라면 월급값 하는 것, 뭐 이런 것들? '~답다' 에는 죄가 없다. 지나친 규정과 고정관념이 문제인 것이지. 스스로가 만든 정체성을 가지고 '~~답다' 라고 말해준다면 그건 그의 자부심과 자존감이 될 것이다. 사계절 저학년문고인 이 책은 중학년까지 읽어도 좋겠다. 고학년도 토론 전 읽기자료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묶여 있는 '답다'의 굴레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답다'의 의미는 무엇인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