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사는 나라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
윤여림 지음, 최미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와~ 기발한 책 한 권을 또 만나게 되었다. '말'들이 사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말들의 이름은 감사말, 친절말, 사과말, 용서말... 등이었다. 동음이의어의 효과를 멋지게 살린 아이디어다. 일단 동음이의어를 배울 때 도입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 책의 진수는 '말'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다. "그리하여 나쁜 말들은 모두 떠나가고 말들의 나라에는 착한 말만 남게 되었습니다. 말나라는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이런 결말이 아니다. 헉, 착한 말을 씁시다. 끝. 이러고 싶은데 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야 하냐고.....^^;;; 하지만 이걸 교육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속이 시원할 뿐만이 아니라 위안이 되기까지 한다. 나도 한편으로는 입이 엄청 거칠기 때문이다.(말보다는 글이 거칠다. 얼굴 보고는 싫은 소리를 잘 못해서.ㅎㅎ)
착한 말이 대다수인 말나라에 투덜말, 심술말, 화난말 이라는 나쁜 말 세 마리가 살았다. 그들의 부정적 에너지는 모두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나중엔 다들 슬슬 피하게 되었다. 화가 난 세 마리는 마을을 떠나버렸다. 평화가 찾아왔다. 여기서 끝나는 결말도 가능하다. 흔한 결말이라면. 하지만 이 책은 이제부터가 제대로 시작이다.

작은 구름요정이 말나라를 찾아왔다. 비를 내려 시원하게도 해주고 따뜻한 햇살로 말려주기도 하며 온갖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말들은 고맙고 미안해서 "우리도 뭔가 해 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다. 뭐라도 보답할 수 있게되어 기뻤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변질되어갔다. 구름요정은 점점 포악한 모습으로 변해가며 구름대왕이 되어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했다. 나쁜 말을 할 줄 모르는 착한 말들은 괴로움을 견디며 꾸역꾸역 그 일들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진상과 호구', '악한 권력과 착한 굴종'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그들이 돌아왔다!! 심술나서 떠나버렸던 나쁜 말 세 마리. 그들은 여전히 투덜대며 입성했고, 구름대왕의 지시에 콧방귀로 일관했으며 화를 내고 악담을 퍼부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구름대왕은 점점 작아져 버렸다. 이제 나쁜 말들과 착한 말들은 힘을 합쳐 구름요정을 몰아냈다.

"여기는 말들이 사는 나라예요.
나쁜 말을 쓰는 법을 배운 착한말들이랑
착한 말을 쓰는 법을 배운 나쁜말들은
재미나게 놀다가 싸우기도 하고,
싸우다가 화해하고 재미나게 놀아요.
따그닥따그닥 말들은
오늘도 즐거워요."


아이들에게는 고운 말만 쓰라 가르치지만 실제로 나는 가끔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상황에서든 고운 말로 일관하는 사람과는 별로 친해지지 않는다. 자, 그러니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내 생각에 착한말들의 말에서 끝까지 취해야 할 것은 정중함이다. 그리고 나쁜말들의 말에서 가져와야 할 것은 솔직한 자신의 감정 표현과 정확한 요구이다. 여기엔 거절, 분노, 항의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것이 말꼬리잡기와 진흙탕싸움이 되지 않으려면 정중함은 갖추는것이 좋다. 그래도 결말이 안좋을때가 많지만 그건 어쩔 수 없고....

사실 아이들에게 예의바른 말, 고운 말의 지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해온 경험이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나쁜 말'을 어디를 향해서 휘두를지 구분을 못하고 주로 만만한 약자를 향해서 퍼부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나쁜 건 안 가르쳐 주어도 삽시간에 배우지만 좋은 걸 배운다는 것은 거의 시치프스의 바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에 대한 섬세한 접근은 필요하겠다. 그와는 별도로, 착함과 나쁨의 단순한 흑백논리에서 벗어난 이 '말' 이야기가 무척이나 반갑고 퍽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