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매력1. 외할아버지의 전라도 사투리. 완전 같은 동네는 아닌 것 같지만 돌아가신 우리 아부지랑 싱크로율 90%2. 색다른 애완동물 이야기. 이구아나. 나는 안 키워봤지만 키워 본 작가의 이야기라 실감 만점.3. 외할아버지의 꺾을 수 없는 성미. 울 아버지도 그랬다. 하지만 결국 가족들을 이기지 못하는 속정있는 외할아버지. 진짜로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ㅠㅠ 다른 게 있다면 몸쓰는 일은 1도 못하시던 울 아부지랑 달리 부지런한 농사꾼이시라는 것과 유려한 문장가이시던 아부지랑 달리 맞춤법이 많이 틀리신다는 것 정도? 삽화까지도 우리 아부지랑 좀 닮은데가 있었다.(아부지 미안^^;;;)엄마 아빠 둘이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느라 바쁜 통에 희경이는 혼자 지낼 때가 많다. 그때 희경이의 옆을 지켜주고 이야기를 들어 준 동무 이구아나. 이들에게 위기가 닥쳤으니 외할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시골에서 올라오시게 된 것이다. 이구아나를 본 할아버지는 어찌 집에 배암이 있냐며 기절초풍 노발대발하시고 뱀 때문에 재수없었던 과거 일을 들먹이며 당장 내보내라 난리를 치신다. 언제나 희경이 편에서 희경이 마음을 다 알아주시던 외할아버지는 어디 가신 걸까? 이 난리통에 이구아나를 방에 몰래 숨겼지만 어느새 탈출해 자취를 감추고.... 찾아헤매던 희경이의 설움이 드디어 폭발한다."내 이구아나예요. 나랑 지내는 내 이구아나라고요. 나랑 정든 애라고요."별 것 아닌 이 대사에서 울컥해진다. 훌륭한 작가분들에게는 역시 뭔가가 있다. "나랑 정든 애라고요....." 정이 뭔지.... 사랑보다 더 슬픈게 정이라는 뽕짝 가사가 있던가.... 어쨌든 정이 별게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쓰여지지도 읽히지도 않을 것이다. 사랑보다 더 깊은 정은 남녀간에만 있는게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더구나 외로운 아이들에게는 더 절절하다. 그건 어른의 저울로 달 수 있는 게 아니다.아닌 것 같았지만 이때 할아버지는 마음을 고쳐먹으셨나보다. 할아버지는 시골집에 송아지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치료도 마치지 않고 기어이 내려가 버리셨지만 다시 찾은 이구아나에게선 할아버지의 손길이.......^^;;;;"소 밥은 줬는가....? 아이, 긍게 고놈은 쇠죽을 좀 끓여 주제 그랬는가. 잘 보소, 어디 가지 말고!""오메, 배암 새끼 때문에 집안 꼴이 뭐다냐. 아야, 희경아, 어쨌든 간에 할애비는 아니다이.""낳았단가? 오메 오메 잘했네이. 어? 뿌락데기? 알았네이."이런 할아버지의 친근한 대사를 읽으며, 또 이미 정든지 오래인 우리집 곱슬이 녀석을 생각하며 읽으니 이 책은 내게 특별한 감회로 다가온다. 짧은 저학년문고인데 울림은 깊다. <노란 상자>, <블랙아웃> 등으로 깊은 인상을 준 박효미 님의 필력은 저학년 동화에서도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내 동생네 집에도 파충류(도마뱀)를 키운다. 사진을 보며 나랑 딸은 인상을 쓴다. 아마 평생 그런 걸 키울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이 드는 순간 게임 끝이라는 건 안다. 작가님도 그러셨던 것 같다. 경험이 동화가 된 작품 중에서도 참 인상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