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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 내 동생 - 제8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최도영 지음, 이은지 그림 / 비룡소 / 2019년 3월
평점 :
변신 모티프는 동화에 자주 등장한다. 누구나 해봤을 법한 상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로 변한다면, 저 사람이 ♡♡로 변한다면.... 한번쯤 그런 상상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글쎄, 쓰레기다! 으흠.... 이런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며 여러 사람이 많이 해봤을 법한 상상이다. 그런데 그걸 작품으로 쓰다니. 그리고 문학상까지 받다니. 비슷한 상상을 해보셨으나 유치한 상상으로 치부하셨던 분들은 좀 억울할 것도 같다.ㅋㅋ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할까?^^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말하기엔 이 책의 매력이 많다. 일단 재미있고, 자매 양쪽 모두의 입장에 절절히 공감할 수 있으며, 보통의 결말보다는 반전이 한 번 더 있다는 점 등이다.
언니 리지는 열 살, 동생 레미는 아홉 살이다. 겨우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언니로서의 설움은 에누리가 없다. 레미는 잘못을 해놓고도 아양과 눈물과 애교로 상황을 모면하며 물귀신처럼 언니를 끌고 들어가 결국에는 언니가 혼나는 걸로 상황이 종료된다. 얼마나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인가? 형제관계 관련 그림책을 읽어주면 주로 첫째들의 설움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저만 혼나요~~" "얄미워 죽겠어요~~" 이 책도 첫째들의 폭풍공감을 받을 것 같다.
울분에 복받친 리지는 동생이 자는 동안 '마법수첩'에 동생 이름인 '레미'를 살짝 지워 '레기'로 만들고(제목이 여기서 나옴. 제목 센스도 좋다^^) 앞에 '쓰'자를 붙인다. "내동생 쓰레기"
아침에 언니는 고약한 냄새에 눈을 떴고 2층 침대에 동생 대신 누워있는 쓰레기봉투를 발견했다.ㅎㅎ 이를 해결해 나가는 자매의 좌충우돌 이야기. 마지막에 반전 있음.^^
재미있게 읽었고, 서평도 썼고, 심지어 그 책이 학급문고에 꽂혀 있는데도 요즘들어 책 읽어주기가 뜸했다. 늘 설레어야 하고 새로워야 하는게 교사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시들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심지어 내가 축적해 놓은 것조차 나의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움을 주었다. 당장 월요일에 이 책을 읽어주기 시작해야지. 중간중간 참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자기 이야기'를 적당히 들어주면서.
올해 우리 학년 아이들은 외동보다도 2자녀가 많고 다둥이(3자녀)도 꽤 된다. 부모님은 거의 맞벌이고 돌봄교실 신세가 대다수다. 오빠는 우리반, 동생은 병설유치원인 남매가 있는데 아이들이 일찍 등교하다보니 출근하며 자주 만난다. 남매의 이별이 견우와 직녀 수준이다. 우리집 남매 어릴 때가 생각나며 코끝이 찡해진다. 바쁜 엄마 아빠 아래의 자녀들은 이렇게 그들만의 눈물겨운 동지애를 나누기도 한다. 이들을 다룬 작품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 다둥이들의 첫째는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설움에 젖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좋은 매개체가 되겠다. 또한 동생이라고 설움이 없는 건 아니다. 부모에 따라서는 첫째한테 전권을 위임하고 동생을 서럽게 하기도 한다. 이 책도 처음에는 언니의 울분에 공감하지만 뒤로 갈수록 동생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고보니 형제관계의 양상도 참으로 다양하다. 문학은 사람 사는 이야기일 터, 형제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앞으로 한참 더 나와도 되겠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