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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ㅣ 샘터어린이문고 55
임고을 지음, 김효연 그림 / 샘터사 / 2019년 3월
평점 :
엇, 이런 느낌의 동화는? 상당히 낯설었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건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책은 중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분량상으로는 그러하나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려면 고학년은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차라리 중학생은 어떨까도 싶었고. 이 책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애매한 다름과 비슷함, 받아들여짐과 거부당함이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면서 같다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무리로 분류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이런 의문은 중학년 수준의 의문은 아니니, 좀 더 큰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인데, 확신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감상 포인트는 가끔 예측을 뒤엎기도 하니까.^^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고기오'는 닭의 마을에 와서 희망을 가진다. 늘 '낯선 자'라고 거부당해 왔지만 여기 와서 보니 꽤 공통점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 나는 닭이었어." 하지만 닭들은 인정하지 않았고 나흘안에 스스로 닭인걸 인정하라 요구한다. 그 사이에 약한 꼬맹이 '꼬꼬꼬'와 마음을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실 고기오에게는 결정적인 차이-하늘을 날 수 있다-가 있었지만 그것을 감추고 드디어 무리에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순간 대장의 딸인 '꼬꼬댁'이 독수리에 잡혀가고, 그걸 쫓다가 고기오는 닭들과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을 구해준 마당에 그런 것은 이제 문제가 안되었다. 닭들이 오히려 날기연습을 하며 고기오와 동질감을 찾으려 든다.
그러던중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고기오를 찾아 헤매던 두더지들과의 상봉이다. 모든 무리가 고기오를 거부할 때 유일하게 환대했던 두더지들. 하지만 고기오는 어느날 우연히 듣게된 그들의 대화에서 자신은 필요 때문에 환대받는 존재라고 판단하고 쓸쓸히 그들을 떠났었다. 애타게 자신을 찾은 두더지들을 다시 만나고 고기오는 마음이 복잡하다. 게다가 두더지들은 고기오와 꼭 닮은 무리가 먼 곳에 살고 있으며 그들이 '닭'이라는 것을 알려주어 고기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기까지 한다.
- '왜 닭인걸 알았는데 마음이 후련하지 않을까? 나는 왜 두더지들을 오해한 걸까? 나는 왜 나를 닮은 닭들을 만나러 가고 싶지 않을까? 나는 누구일까?'
- "나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날 수 있는 것도 내가 닭인걸 몰라서였을지 모르고."
-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던 고기오는 이제 새로운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닭이란 어떤 존재일까? 닭을 닭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이 동화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철학동화인가? 나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읽을지는 모르겠다. 뭐가뭔지는 모르지만 웃기고 재미있다 라고 한다면 다행이다. 뭔소린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다고 한다면 최악이다. 재미있고 이런저런 생각이나 의문이 든다고 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어린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