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이킹을 탄다 그래 책이야 21
홍민정 지음, 심윤정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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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그냥 원색적이다.^^ (아, 표현이 딸린다...) 그냥 액면 그대로 읽으면 되는 책이란 뜻이다. 이면에 은은히 깔린 의미 그런 거 없다. 판타지라고 하지만 주제는 밖으로 꺼내져 있다. 나는 겉멋들린 독자일까. 그런 책을 높게 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나름 자기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짚었기 때문이다.

그건 요즘 아이들의 외모 컴플렉스와 자존감 문제이다. 못나거나 잘나거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아이가 드물다. 어떤 때는 잘난 것들이 더하다. 남과 비교하고 자신에게 있는 99가지보다 없는 한가지에 더 집중한다.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줄타기한다. 니 모습 그대로 충분해. 행복을 누리며 노력하면서 발전하면 돼. 이런 조언들을 거부한다. 얼마나 이쁜지(잘생겼는지), 키 크고 날씬한지, 남친(여친)이 있는지, 프로포즈를 얼마나 받는지 등으로 서로 점수를 매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내면의 매력을 가꾸며 자신을 지키는 아이는 참 드물다. 성장과정이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온통 쓰면서도 자존감을 채우지 못해 몸을 떠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사실 열등감은 나의 인생문제이기도 했고 많이 극복하며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다. 다행히도 외모 컴플렉스는 없는 편이다. 평범한 외모라 주장하며 평균이면 됐다고 우긴다.(평균보다 아래라도 어쩔 수 없다.ㅎㅎ) 하지만 갖지 못한 능력에 대한 아쉬움은 평생을 간다. 능력자들을 보면 세상이 왜이리 불공평한가 싶고 초라한 내 능력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럴 시간에 더 배우고 노력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고, 솔직한 말로 능력이 평범했기에 그동안 심간 편하게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ㅎㅎ

어쨌든 분야는 다를지언정 아이들의 컴플렉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모든 건 남과 비교하는데서 비롯되며 우월해지고 싶고 찬사를 받고 싶은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수민이는 까무잡잡 넙데데 납작한 자신의 얼굴 때문에 화가 난다. 얼굴 예쁜 규리가 남자아이들의 우상이 되어 갈수록 콧대가 더 높아가는 것을 보면서 더더욱. 자기를 놀리거나 무시하는 아이들에 비해 늘 친절하게 다가오는 아름이라는 친구가 한편으론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거리를 두고 싶다. 뚱뚱해서 놀림 받는 아름이와 같이 묶이는 게 싫어서. 어느날 수민이는 아파트 야시장에서 처음보는 악세사리 천막에 들어갔다가 주인언니의 머리띠를 대여받게 된다. 규리가 한 것과 똑같은 그 머리띠는 예뻐보이게 해주는 마법의 머리띠였다. 그것으로 수민이는 우러러보던 규리와 같은 급으로 묶여 우쭐함을 즐긴다. 하지만.....

수민이까지 규리한테 붙어 더욱 고립된 아름이가 규리 패에게 당하는 꼴을 보다못해 폭발한 어느날, 이름도 유치한 '큐트 걸즈' 그룹은 깨지고 수민이는 이제 머리띠를 반납할 결심을 하게 된다. 허영과 허상에서 벗어난 수민이의 눈에 그제서야 아름이의 매력이 눈에 들어온다.
"뚱뚱하니까 뚱뚱하다고 놀리는 거겠지 뭐. 놀림받기 싫으면 내가 노력해서 살을 빼야지. 하지만 난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
"내 꿈은 이 세상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다 먹어보는 거야.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되는 거지."

아름이를 보니 한 아이가 생각난다. 도시소녀 같지 않은 외모에 뚱뚱하고 느렸던 그 아이는 아름이와는 반대로 유리그릇 같았다. 부담스럽고 하기 싫은 활동이 있는 날은 어김없이 아침에 "배탈이 나서 결석한다"는 엄마의 문자가 왔다. 상담도 연결해주고 작은 일부터 도전하게 해주고 격려를 쏟아부어주어도 문턱에서 번번이 포기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히는 아이가 안타까웠다. 학급 아이들이 착해서 아름이처럼 놀림이나 구박을 당하지 않았는데도 그랬으니 아름이 같은 상황이면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사실 아름이 같은 멘탈을 가진 아이를 찾아보긴 힘들다. 사실 나도 그러지 못했었다.

얼마전 '전지적 참견시점'이라는 프로에서 군부대를 방문한 이영자씨가 군인들 앞에서 들려준 이야기에 내심 감탄했었다. 영자씨가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던 시기에 갖고 있던 부정적 확증 편향은 더욱 꼬이고 왜곡된 자아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녀는 군인들에게 이 시기를 그 열등감에서 벗어날 기회로 만들라고 당부했다. 진통을 통해 열등감에서 벗어난 그녀는 당당하고 아름답다. 약점은 개성이 되었다.

요즘 세상은 개성이 중시되는 듯 하면서도 결국 외모와 성적이라는 큰 줄기에 수렴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규리의 방에 즐비했던 화장품과 그걸 바르며 놀던 '큐티 걸즈'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건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한심했던 건) 내가 꼰대여서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아름이만한 줏대가 없어서이다. 파우치를 들고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모이는 아이들이 대체로 이렇다. 단속하자니 인권침해라 하고 그냥 두고 보자니 안타까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접근은 역시나 자존감이겠다. 아주 지난한 일이다.

다시 열린 야시장에서 머리띠를 돌려준 수민이가 아름이랑 바이킹을 신나게 타는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이다. 올라가는 쾌감과 내려오는 공포의 반복이 주는 짜릿함. 그게 인생인가? 그걸 숙명으로 받아들이면 조금 더 행복해질까? 인생은 바이킹이다. 올라가기만 하는 바이킹은 없다. 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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