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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2 - 마지막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99
김남중 지음, 문인혜 그림 / 창비 / 2019년 1월
평점 :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나와서 읽은 것이 딱 10년 전이다. 작품 그대로 완결성이 있어서 후속편이 나올 거라 생각은 못했는데, 10년만에 2권이 나왔다. 오랜만에 김남중 님의 책을 읽었다. 탄탄한 서사능력 때문인가, 스토리 구성과 대사들이 자연스러워서인가, 김남중 님의 책은 잡으면 그냥 한달음에 읽게 된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말처럼 이야기의 신선함과 긴장감은 전편에 더 많았지만 속편도 재미있었다.
엄마 아빠의 불화와 이혼 선언에 집을 나온 호진이가 삼촌을 찾아갔다가 자전거 여행에 합류하여 겪은 이야기가 전편의 줄거리다.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사람을 만났기에 이야기는 빈틈없이 탄탄했다. 마지막에 엄마 아빠가 자전거 여행에 동참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났는데,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전편의 결말은 뭔가 새로운 희망을 강하게 암시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서먹했고, 빨리 여행을 끝내고 싶어했다. 그런데 호진이의 계획은 지금 있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닷새의 자전거 여행을 가족이 달성하는 것!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해 이 여행은 시작된다.
호진이의 속셈은 어찌보면 순진했다. 여행으로 부대끼다 보면 가까워지고 갈등도 풀리리라 예상했던 것. 하지만 그렇게 풀릴 것이라면 깊은 갈등도 없었겠지.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주고 둘이 나누는 얘기를 엿듣던 호진이는 절망한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화해의 대화가 아니라 이혼 계획이었다.
마음이란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지만 바늘 끝 한 점에 풍선이 터지듯이 한 순간에 전환되기도 한다. 엄마의 깊은 오열과 가족의 위로와 사과가 여행길의 막바지에 있었다. 전혀 신파스럽지 않았다. 한 마디가 많은 것을 감싸 안는 법이다. 가족끼리는 특히. 그 한마디를 안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방법이 없지만.
이번 여정에서도 전편만큼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여러 만남이 있었다. 여러 사건도 있었고. 그런 것들을 잘 엮어가시기에 김남중 님의 책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경험이 없어 잘 모르면서도 자전거 길의 고생과 휴식의 편안함이 내것처럼 느껴졌다.ㅎㅎ 가족은 고행 끝에 집으로 돌아왔고 당분간 ‘여행하듯 살아보기’로 잠시의 타협을 했다. 이 ‘잠시’는 1편의 결말보다 더 완전히 희망적으로 보인다. 사실 인생 전체가 여행 같은 거 아닌가.
나의 ‘여행’은 여행 막바지에 만난 노부부, 그 중에서도 보조바퀴를 달고 모두의 추월 속에서 탈탈탈 달려가시던 할머니를 닮았다. 그래도 그 할머니는 행복했잖아. 그래서 엄마가 폭풍오열을 한 거잖아.... 그래서 나도 그냥 이렇게 여행하기로 한다. 보조바퀴를 못 떼.... 그래도 어쩌겠어....^^;;;;;
아래는 10년 전에 쓴 전편의 리뷰다. 어디엔가 올려두었던 걸 찾아내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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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참 중요하겠다. 이 책을 읽어보니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생생한 표현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전거 여행. 막연히 동경은 했었지만(자전거도 못 타는 주제에 말이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주인공들의(어떻게 보면 작가의) 숨소리와 땀방울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부모의 갈등과 이혼의 위기. 요즘 동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자전거 여행을 통해 극복해가는 설정은 참 새롭게 느껴졌다. 공부를 못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호진이. 자식이 공부 잘하는 것만이 삶의 목표인 듯한 엄마. 회사밖에 모르는(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직당하는) 아빠. 이 가족은 평화로운 일상을 누려 본 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부모 사이에서 호진이는 발 디딜 곳이 없어진 듯한 절망감을 느낀다. 급기야 부모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던 그날, 호진이는 집을 나선다. 엄마, 아빠가 경멸해 마지않는 삼촌에게로.
고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듯한 삼촌, “너 삼촌처럼 될래?”라는 엄마의 협박 속의 그 삼촌. 삼촌을 찾아가보니 여자친구(여행하는 자전거 친구)라는 자전거 여행단의 단장이었던 것. 얼떨결에 호진이도 조수 겸 여행자로 동행하게 된다.
때는 한여름. 자전거 고행(?)에 대한 묘사는 쌀쌀한 요즘 날씨에 읽기에도 미간에 주름이 그려질 정도다. 난 헬스클럽에서 타는 자전거도 20분 타면 다리 아픈데. 아스팔트 위에 뚝뚝 떨어지는 이들의 땀방울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게다가 잠은 어떤가, 아무데다 텐트를 치면 그곳이 잠자리이다. 때로는 더워서, 때로는 축축해서 괴로운 곳. 11박의 일정 동안 그들이 가장 쾌적하게 잔 곳은 딱 한번 찜질방에서였으니. 이쯤 되면 자전거 여행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은 접어야 했다.
로드무비가 그렇듯, 이런 이야기에선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속 이야기가 중요한 법. 술로 인생의 절반을 망쳤고, 나머지 절반은 망치지 않기 위해서 자전거 여행을 결심했다는 아저씨, 암 수술을 앞두고도 늘 의연하게 선두에 서던 아저씨. 왕따를 견디다 못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누나. 지친 여행길에서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들은 서로에게 큰 감동이 된다. 호진이는... 엄마 아빠의 이혼 이야기를 차마 털어놓지 못했다. “그냥 삼촌 따라 놀러왔어요.” 하지만 독자들은 알고 있다. 어제의 일도 내일의 일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극한의 여정 가운데서 호진이의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여행의 마지막 합류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에게는 인상 깊었다. 열쇠가 꽂혀있던 여행단의 트럭을 훔쳐 가버린 청년. 지친 여행자 한명이 일사병으로 응급실에 가게 되는 상황에서 트럭 도난사건까지 일어나자 내 입에서까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는데, 그 사건을 통해 삼촌의 일면을 알게 된다. 도둑을 용서하고 여행단에 끼워주는 삼촌. 호진이는 철없을 때 했던 잘못의 이유를 변명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계속 삐뚤어져야만 했던 삼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땀은 고민을 없애주고 자전거는 즐겁게 땀을 흘리게 하지. 난 그 기회를 영규에게도 주고 싶어. 내가 남한테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그것밖에 없다고 하지만 인생 실패자로 취급받는 삼촌이 줄 수 있는 것은 그를 비웃는 사람들이 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 누구에게 무언가 줄 수 있는 인생이 잘 살아온 인생이 아닌가. 호진이 또한 비록 공부를 못한다지만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땀을 흘렸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린 기억은 얼마나 되나 돌아보게 된다.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는 이들의 여정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편안한 게 제일이야~ 사서 고생을 왜 해~ 이렇게 살아 온 내 마음에도 약간의 들썩임이 느껴진다.^^*
이혼 위기의 엄마 아빠가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여행에 동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결말도 맘에 든다. 여보, 그동안 미안했어 라는 말은 없지만 뭔가 좋은 일을 상상하게 만드는 결말. 현장감 탁월하고 이야기 전개도 억지스럽지 않은 참 좋은 이야기 한편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