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ADHD - 살피고 질문하고 함께하는 300일 여행 스토리인 시리즈 3
박준규 지음 / 씽크스마트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저자인 박준규 선생님은 페이스북에서 알게 되었는데, 안정적인 공교육 교사의 삶을 내려놓고 대안교육을 시작하시고, 부모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데리고 숙식을 함께 하며 장기여행을 하시는 삶이 너무 대단해보였다. 한편으론 신기하다고 할까. 사서고생을 하는 분들을 보며 느끼는 경외심 같은거다. 왜 저렇게 사실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새 학급을 맡아 가출석부 이름 옆에 별표가 있는 아이를 발견하면 벌써 불안이 엄습한다. 어떤 어려움일까. 학습장애일까, 분노조절의 문제일까, 수업을 얼마나 방해할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대부분 시작 전의 불안감보다는 현실이 나았고, 어찌어찌 지지고볶다보면 1년이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박샘이 가르친 아이들은 훨씬 심했다.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기서 대안교육이란 분리를 위한 대안교육이 아니라 적응을 위한 대안교육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아이들도 사회 안에서 어울리고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 과정을 돕는 것이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도의 전문성 외에도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대표적인 것이 신체적 단련도이다. 박샘은 나보다 선배시지만 체력이 대단히 좋으시고 각종 스포츠에 능하신 것 같다. 그것으로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꼈다. 또한 아이들의 폭력을 지그시 제압할 수 있는 호신술(?)도 갖고 계셨다.

나는 '사랑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는 뜬구름 잡는 말이 싫다. 박샘과 같은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랑 이상의 상처를 받는 분도 많이 보았다.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은 박샘의 경우처럼 개인의 능력과 헌신, 학부모의 지원(경제력 포함)에 기댈 것이 아니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샘같은 전문가가 필요한데 박샘의 경우는 스스로 된 전문가이고,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교육과정은 있는지 모르겠다. 필요할 것 같다.

이 아이들의 어려움은 신체적 나이와 학년에 걸맞지 않은 정서적 연령이었다. 서너살에 불과한 자기절제력과 자기중심성을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관계맺기가 필요한데, 최우선적으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외 성숙한 어른의 조력이 필요하며 또래와 함께 놀거나 공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세번째가 가장 어렵다. 같은 학령 친구들과 관계맺기에는 사회적 기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갈등과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그럴 때 감정의 폭발이 격하므로 주변이 초토화된다. 일반 학급에서의 고충이 이것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대안교육을 선택하라 종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실상황에 대한 지원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담임이 몸을 둘로 쪼개지 않는 이상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감싸안을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박샘은 이 아이들의 다양한 일탈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시겠다고 하셨는데 그 설명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음)
첫째는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둘째로 지배하려는 욕구의 거친 표현이다. 주도권에 대한 욕구, 갑의 욕구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사회의 정서가 그대로 스며든 결과이다.
박샘은 '신비스런 비법'은 없다고 하시며 걸림돌을 치우기 위한 '첫 삽'을 뜰 것을 제안하셨는데 이건 내게는 좀 모호하게 느껴졌다. 이것 역시 사회적 정서에 대한 말씀인 것 같은데, 토양 자체를 바꾸는 대단히 거시적인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때 설득력있는 진단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진단하에 박샘은 경험의 반복과 다양성을 중시하며 건강한 일상의 루틴과 다양한 신체활동, 예술활동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자 애썼다. 동물과의 교감이 도움이 되다는 얘길 들은거 같은데 역시 승마 프로그램도 나왔다.(그러니 어느정도 경제력은 받쳐줘야 할거 같다. 일반적으로 가능한 사회는 아직 갈길이 멀고...ㅠ)

마지막 '공립학교로 복귀하는 아이들에게' 쓰신 편지에 감동받았다. 아직 당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비유를 통해 친절히, 그리고 간곡히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너희들이 어떤 이유로든 잘못 공부하여 남의 불편을 놀리면서 속 시원하게 여기고 자기 불편만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면 정작 자기가 필요한 서비스와 물건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네가 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너에게 주지 않는다. 네가 주려고 마음을 쓰면 네 주변의 사람들은 네 불편을 살피고 불편을 줄여주려고 애쓸 것이다. 이런 이치는 사람이 살아온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다. 이런 전통이 아니었다면 자연계에서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은 벌써 멸종됐을 것이야." (이 앞에도 구렁이 허물, 펠리컨 등의 비유들이 내겐 인상적이었음) 이런 조언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이 꽤 성장했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고 물심양면 많은 투자가 필요했다. 병원으로 치면 '집중치료실' 과정이었다. 박샘의 "괜찮아" 라는 말씀은 "별 거 아냐, 쉬워" 라는 말씀이 아니라는 걸 책을 읽으며 절절히 느꼈다. 그건 "가능해"라는 말씀이고, 그러나 그 노력은 쉽진 않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이 책은 대안학교 학부모들에게 보낸 주말 리포트를 모은 것이라 편지형식의 매우 쉬운 문체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내공은 대단하다 느꼈다. 여러가지 질문이 떠오르는 것은 좋은 책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이 아이들과 비슷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다시 이책을 뒤적이고 있을 것 같다. 저자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질문하면 답을 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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