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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잖아요? ㅣ 함께하는이야기 2
김혜온 지음, 홍기한 그림 / 마음이음 / 2019년 1월
평점 :
특수교사이고, 장애아동이 세상에 스며드는 이야기들 『바람을 가르다』를 쓰신 김혜온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의 특수교사로서 직업의식은 투철하고, 직업을 넘어선 애정도 느껴진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 작품도 장애아동과 그 부모들과 호흡하는 작가의 삶이 아니고서는 쓰기 어려운 세밀한 시선이 돋보인다.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작가가 밝히지 않았지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는 썼어야 할 이야기고, 또 김혜온 작가만큼 잘 쓸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서울의 어느 동네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계획이 발표되었고, 그 지역 많은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했다. 그들도 할 말이 있으니 했겠지만 꼭 그래야만 했을까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정말 눈을 돌리고 싶었던 장면은 장애학생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모습이었다. 이 책에 바로 그 장면이 나온다. 어머니들의 육성까지.
“여러분이 욕을 하시면 욕을 듣겠습니다. 모욕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주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학교를 짓게 해 달라고 빌겠습니다.”
이 책은 그 사건(실화)을 모티프로 작가가 창작한 이야기다. 인물 구성과 사건 전개가 자연스러워 작품의 의도성(?)이 그리 튀어보이진 않는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이 “특수학교 설립 한대”로 바뀌어 꽃무늬와 함께 바람에 펄럭이는 마지막 내용과 삽화도 인상적이다.
인물들이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1. 조은이 : 화자. 새로 지은 미래아파트에 이사와서 기분이 좋다. 공터에 마트와 키즈 파크가 생기길 바라지만 윤서와 솔이를 보고는 마음을 돌린다. 그래도 어쨌든 좋은 일을 하면서 살라는 부모님의 작명(나조은)에는 늘 부담감을 느낀다.
2. 조은이 엄마 : 새 아파트에 이사와서 좋긴 하지만 마트가 너무 멀어 힘든 차에, 가까운 공터가 마트 신축부지라는 소식을 듣고 좋아한다.(집값이 오른다는 말도 있어서) 하지만 특수학교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당위와 현실적 이익 사이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
3. 해나와 해나 엄마 : 특수학교 설립 반대에 앞장서는 쪽.
4. 솔이 : 조은이네 반의 장애 학생. 친구들을 좋아하는 성향이어서 특수학교 생기면 전학가라는 친구들의 말에 기겁을 하며 싫어한다. 조금씩 도와주면 대체로 잘 지내지만 가끔 사고를 치기도 한다.
5. 윤서 : 가장 어른스러운 캐릭터. 어쩌면 가장 찾아보기 어려운 캐릭터인지도. 동생 민서가 중증 장애로 멀리 있는 특수학교에 다닌다. 특수학교 반대 상황에 가장 가슴이 아픈 입장. 사진 속의 무릎 꿇은 한 명이 바로 윤서의 엄마.
그 외 주변 친구들,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 동네 주민들이 등장하며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사건이 개연성 있게 흘러간다.
“학교잖아요?” 이 말은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어른들에게 되묻는 아이들의 질문이고, 마지막에 조은이 엄마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이 들었던 피켓의 문구이기도 하다. 일반 아이들에게 당연한 학교. 아파트가 들어서면 당연히 배당되는 학교의 부지. 그런데 왜 특수학교는 안 되는가? 학교인데.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부끄럽기도 한 것은 나도 학급을 맡을 때 장애아동이 있는 학급을 맡으면 걱정이 앞서고,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로 가게 되면 힘든 앞날을 미리 걱정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반 아이들도 완벽히 통솔하기 어려운 내가 장애아동까지 있을 때 과연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고 나는 평안한 상태에 대한 욕구가 특히 강한 사람이라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그런 마음이 든다.ㅠㅠ
조은이와 친구들은 학급의 솔이, 그리고 좀더 중증인 윤서 동생 민서와 함께 지내다 보니 ‘우리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닐 수는 없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조회에서 교장선생님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 “특수학교보다는 우리 학교 같은 일반 학교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더욱 좋지만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라고.” (본문 119쪽) 내가 보기에 이 부분이 작가의 의도가 가장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작가의 말」에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장애를 지닌 어린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많아지길,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이 점점 더 늘어나길, 언젠가는 특수학급도 없애고 일반학급에서 다 다른 무늬를 가진 아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요.” (124쪽)
작년에 일본 대학의 특수교육과 교수로 계시는 분이 국내에 오셔서 초등교사들과 만남을 갖는 자리에 나가본 적이 있다. 그때 교수님의 일성이 “앞으로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라는 말씀이었다. 그러니 일반교육을 하고 있는 나도 특수교육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그 반대도 성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신 거다. 이 책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이분들이 바라보시는 것은 완전통합이다. 완전한 어울림. 조은이와 그 친구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특수학교를 짓겠다는데도 이토록 반대를 하는데 완전통합의 길은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점이다.
가장 아픈 것은 장애를 ‘형벌’처럼 바라보는 시선이다. 물론 장애는 참 불편하다. 앞에 말한 그 교수님도 양팔이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래서 간식 시간에 옆에 앉은 선생님께서 계속 음식을 집어 입에 넣어드렸다. 나도 모르게 얼마나 불편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먹고 싶을 때 알아서 집어먹을 수도 없고 주세요, 그만요. 이런 말을 해야 먹든지 멈추든지 할 수 있다니.... 나의 체감은 그정도 만으로도 끔찍한 것이었다. 가끔 TV에서 나오는 중증장애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마음이 안좋아 채널을 돌릴 때도 있다. 그럴 때 나의 마음은 느끼는 것 같다. 형벌 같다고....ㅠㅠ 기본적으로 나는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대해서 비참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의 장벽부터 거두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재작년에 친정아버지와 시어머님이 몇 달 간격으로 하늘나라에 가셨다. 병원에 길게 계시진 않았다. 그 짧은 기간에도 나는 남의 수발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처지가 가엾고 힘들었다. 위로하려고 친구가 보낸 문자에 나는 웃자고 이런 답장을 보냈다. “야, 내 발로 걸어가 똥싸는 게 행복인거야.” 그러자 친구가 “그래, 맞아. 힘내라.”고 답을 했다. 남의 도움이 필요한 처지. 누구나 될 수 있고 그게 길 수도, 일평생일 수도 있다. 이것에 대한 자연스러움과 당연함, 비참하지 않게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 이것이 『학교잖아요?』라고 묻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가 아닐까.
물론 그것은 나 혼자 마인드만 가진다고 되지는 않는다. 일단 내가 큰마음을 먹고 장애학생을 맡았다고 해도, 주변 학생들이 따라주지 않고, 학부모들이 이기심만 내세우며, 보조 인력의 도움과 전문가와의 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 내팽겨 쳐진다면 하다가 포기하고 말 것이며 그 경험이 아이에게 또 하나의 상처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
이 책도 함께 나아가는 한 발걸음이다. 쉽게 금방 읽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하나씩 조금씩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