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모처럼 온가족이 모였기에 삼시세끼 먹이기에 집중하다 오늘은 잠깐 혼자 바람쐬러(?) 나와서 <인생 후르츠>를 보았다.

전직 건축설계사였던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인 할머니의 평화로운 노년 이야기다. 설계사 시절 할아버지의 철칙은 자연과 함께 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고 두분은 그런 집에서 온갖 유실수와 채소들을 키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는 90세를 일기로 자는 듯이 눈을 감으셨고 할머니는 아직도 남은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할아버지와 공유하던 이런 원칙을 늘 되새기며.
"스스로 꾸준히"
"차근차근 천천히"

이분들의 노년이 너무 아름답기에 이들의 원칙에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보려 하였다. 일단 '꾸준히'와 '천천히'가 나와 일치한다. 나는 관심사가 적어서 그냥 한가지를 줄창 한다. 그걸 좋~게 말하면 '꾸준히'라 하겠다. 또 나는 느리다. 어디서 닉네임을 정해야 할 때 난 '달팽이'나 '나무늘보'로 정할 때가 많다. 나는 일도 걸음도 느리다.

하지만 느린 것은 몸 뿐이다. 마음까지 느리진 않다. 이 격차는 조급함을 만들어낸다. 느린 내 몸을 마음이 채근하는 셈이다. "너 뭐하고 사니? 그래서 뭐가 될래?"

그러니 이 아름다운 노인들을 닮으려면 난 마음이 천천히 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진심으로 "급할 것 없어" 라고 말해주며 그것에 만족하는 연습.

가장 거리가 먼 것은 '스스로'다. 자신이 먹을 것을 자신이 가꾸며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몸을 쓰며 사는 삶이다. 가만 보면 두분은 일찍 일어나 하루종일 이것저것 살피며 몸을 쓴다. 이거 난 정말 취약하다. 지금도 집에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무릎도 불편하신 아버님이 다 해주신다. 늦잠 자는 건 나의 낙이다. 이분들의 삶을 닮기에 너무나 거리와 한계가 있네.....ㅠㅠ

마지막 자막. "오래 살수록 인생은 더 아름다워진다." 공감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좋겠다. 아름답고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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