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아이 옆에 또 이상한 아이 - 떠드는 아이들 2 노란 잠수함 4
송미경 지음, 조미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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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부회장>이라는 책의 후속으로 '떠드는 아이들'시리즈 2권으로 나온 책이다. 3권도 나오면 좋겠고 얼마든지 나올 소재가 있을 것 같다. 1권은 그야말로 '떠드는' 아이들 예찬이었는데, 난 이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는 못하지만(고래고래는 미성숙일 뿐 자유가 아님. 이 사회를 보라.) 아이들의 자유로움 발산의 관점에서는 동의한다.

맥락을 같이하면서 아주 새로운 내용의 2권에는 유리와 시하가 그대로 나오고 새로운 인물로 우성, 현빈, 영혜가 나온다. 아이들이야 뭐 백인백색이니 이 다섯 명의 캐릭터가 다 다른 것쯤이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어쩜 그리 특색있고 생생한지,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작가의 언어가 어찌나 익살맞은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이 아이들은 '이상한 애들'이라는 한 마디로 치부해버리면 끝일수도 있지만 그 '이상함'을 관찰하면 그의 정체성이 나온다. 어쩌면 이상하지 않은 인간은 없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평범하다고? 사람이 어떻게 모든 면에 평범할 수가 있어? 그것 또한 이상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물 소개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화자인 유리는 목소리 크고 끊임없이 말을 한다. '떠드는 아이들' 시리즈의 화자로 손색이 없다. 즉각적인 행동파이며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고 사촌인 시하처럼 조기교육을 받지 않아 영어는 알파벳도 모르고 한글도 늦게 뗐고 덧셈은 겨우 하고 뺄셈은 잘 못한다. 원어민 영어 시간에 못알아들어 웃음거리가 되어도 기죽지 않는다.

시하는 유리 이모의 늦둥이딸이며 유리와 같은 빌라에 산다.(아빠가 건물주) 그래서 둘은 아가때부터 같이 자랐는데 성격은 정반대다. 시하는 겁이 많고 눈물도 많고 조용하며 목소리가 하도 작아 알아듣기도 어렵다. 이모는 이런 시하를 유리 옆에 두고 싶어하고 시하 또한 유리한테 많이 의존한다.

우성이는 입학식날 남자다운 모습으로 유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우성이가 유리를 좋아하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우성이가 좋아하는 건 소꿉놀이(여보당신놀이)였으며 오직 유리와만 이 놀이를 하고 이게 좌절되면 울음을 터뜨리며 보챈다. (사실 난 이런 아이를 본 적은 없어서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니라고 딴지를 놓고 싶지만 너무 재밌어서 그냥 넘어감ㅋ) 유리는 하루이틀도 아닌 이 놀이가 너무 지겨워 죽을지경이지만 피할 도리가 없다.^^

현빈이는 쉴새없이 끼어들고 간섭하며 초치는 소리를 하고, 말도안되는 라임을 만들어 말끝에 붙이는게 특기다. 현빈이들은 교실에 많다.ㅎㅎ

마지막은 영혜다. 우울한 염세주의자라고 할까. 2학년 교실에서 이정도 아이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고학년 교실에는 있다. 그뿐이 아니라.... 다섯 아이 중 나랑 가장 가까운 아이가 이 아이다. 시들하고, 흥미없고, 무심한 성격이.... 유리와 영혜의 대화는 대략 이러하다.
"반가워, 영혜야."
"반갑니?"
"재밌지?"
"재밌니?"
이런식.... 교실에 있다면 이 아이가 가장 힘들다. 난 지금 늙어서 그렇지 학교다닐 땐 이정도는 아니라서.... 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이런 재미없는 것들을 왜 해야하냐고 묻는 아이.... 교실활동이 다양해져야 하는 것은 맞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도 하고 있지만, 일반 학교 외에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다. 영혜가 즐거울 만한 학교도 어디엔가는 있지 않을까?

엉뚱하고 자유로운 유리의 입으로 들려주는 '이상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유리만큼이나 엉뚱하고 재밌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어울려 있어서 하나하나는 더욱 빛난다. 마지막 문장이 아주 맘에 든다.
"나는 오늘도 계속 힘차게 자라고 있다."

짧고 유쾌한 동화지만 내게는 아이들의 발달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였다. 이렇게 다른(이상한) 아이들이 저마다의 특징에 맞게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보는 일, 그 발달이 각기 다르게 그러나 함께 일어나도록 이끄는 일. 그것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어렵고 무거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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