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시골에서 검은달 1
김민정 지음, 전명진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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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새 책이 들어온 다음날 도서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새 책 탐색을 했다. 한 남자아이가 이 책을 잡더니 홀딱 빠져서 보다가 다 못 읽었다며 대출을 해갔다. 다음날 아침 반납을 하러 가면서 "선생님, 이 책 보셨어요? 이거 되게 재밌어요."
다른 아이들이 "무슨 책인데?" 하며 궁금해하자 아이는 한 마디로 말했다. "어, 공포야."

ㅎㅎㅎ 아이들은 왜 무서운 걸 좋아하는 걸까? 비오고 컴컴한 날이면 무서운 얘기를 해달라고 하고, 드라큘라 게임을 하자고 하고, 출처불명의 괴기 만화를 가져와 몰래 보는 걸 좋아하고....

난 아이들과 달라서 공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공포 영화는 절대 안 보고, 책은 영화보단 낫지만 그래도 별로다. 이 책도 아이가 말한 만큼의 재미는 없었다. 하지만 몇가지 끌리는 점이나 새로운 점은 있었다.

1. 게임중독 까칠 소년 장우는 여름방학 동안 동생과 함께 깊은 시골의 외할머니댁에 맡겨지게 된다. 요즘으로선 흔치 않은 일이다. 장우는 툴툴거렸지만 그래도 외할머니의 사랑은 잘 알기에 마지못해라도 시골에 갔는데.... 할머니의 낌새가 이상하다. 손자들이라면 뭐든지 베푸시던 그 따뜻한 할머니가 아니다. (여기서 독자는 느낀다. 할머니는 희생됐구나, 할머니를 해친 존재가 할머니의 두껍을 쓰고 있구나. 그건 누굴까.)

2. 인물들은 독자들보다 그 사실을 늦게 깨닫는다. (당연히 그래야 독자들의 속이 타지) 할머니와 옆집 소녀는 이들에게 의문점만 던져 주고, 여러 단서들을 가지고 아이들이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3. 이야기 중엔 기존 옛이야기의 화소를 변형한 내용들도 나온다. 사람의 손톱을 먹는 쥐 ,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나무, 우물 같은 것들....

4. 정체가 밝혀진 쥐는 "너희는 아마 다른 종, 특히 인간에게 멸시받는 존재로 산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상상도 못할거야. 우리를 거리로 몰아낸 것도 모자라 없애려고..... 매일 벌벌 떨며 사는 게 쥐들의 삶이라고...." 라며 형제에게 복수의 이유를 선포했지만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쥐의 말투가 좀 겉돌고 어색해서 아주 못하는 연기를 보는 느낌이기도 했다. 생명체들의 공존.... 아주 중요한 이야기이긴 한데 쥐라니 공감을 하기 힘든거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 쥐에 대한 혐오감이 더 깊어지니 이 일을 어쩌지....ㅠ 어쨌든 주인공은 괴물을 무찌르고 할머니는 돌아온다. 안 그러면 안 되지.

5. 책표지를 보니 '검은달001' 이라고 되어있다. 시리즈 이름인데 공포이야기 시리즈가 아닐까? 검은달. 이름 잘 지었다.^^ 001이니 이제 첫 권인 것. 계속 나온다는 얘기구나. 우리반 그 녀석이 좋아하겠다. 아주 무섭고, 아주 재밌고, 문학성도 높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내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무서운 거에 목마른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 피 줄줄 괴기만화에 방치하는 것보다는 정성껏 쓴 작품을 권하는 게 백번 나은 일. 아참, 갑자기 생각났는데 공포동화 목록을 만들어 놨다가 진도 나가고 여유있는 어느 장마철, 밖에는 비가 퍼붓고(천둥도 치면 더 좋고) 으스스할 때 교실로 단체대출해 읽게 하면 어떨까? 책이라 불을 끄고 읽을 수는 없어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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