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 2018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박상기 지음, 오영은 그림 / 비룡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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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흥미도 별 다섯 개일 것 같은 책을 발견했다. '체인지' 류의 이야기는 영화에 자주 나오는 소재인데, 이 책에서 그 소재를 사용했다. 새로운 점이 있다면 휴대폰 앱을 통해서라는 것?^^

몸이 바뀌는 두 사람은 모녀(마리와 엄마)다. 화자는 초등학교 5학년인 마리인데, 몸이 바뀌는 관계로 독자는 두 사람의 일상과 감정을 모두 엿보게 된다.

작가를 보며 동화를 읽다보면 초등학교 교사 작가분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가장 부럽다. 나도 20년 넘게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뭔가 이야기가 샘솟아오르진 않는데^^) 이분들의 장점은 현장성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마리가 당하고 있는 따돌림과 괴롭힘이 절절하게 묘사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집단에는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 있다. 존재감 수준을 넘어선 이런 지배욕은 정말 나쁘다.(나는 단언한다. 나쁘다고.) 남을 좌지우지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이런 종류의 인간들과 나는 되도록 상종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학생이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고통을 동반한다. 이런 아이들은 원톱을 지향하며 투톱을 용납하지 않는다. 필적할 존재가 나타나면 짓밟기 위한 획책을 하고, 고립시키고, 여의치 않으면 패를 나누어 대립한다. 그러다 상황이 뒤집어져 본인이 고립되기도 하고, 그렇게되면 요란한 피해자 코스프레로 교실을 들었다놨다 한다. 온 관심사가 여기에 집중되어 있어 주변을 의식하거나 배려하지 않으므로 관계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피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리네 반의 화영이가 바로 이런 아이다. 기세등등하여 그 앞에선 누구나 주눅들기 십상이다. 이럴 때 대다수의 아이들이 '무심한 선량함'을 발휘할 수 있는 성숙한 아이들이면 그 기세등등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성숙함은 드문 경우고, 많은 아이들의 여왕벌의 시녀를 자처한다. 언젠가 수학여행을 가서 바베큐 시간이 있었는데 옆반의 여왕벌 아이는 연기 근처로도 오지 않고 멀찌감치에 고고히 앉아계셨고, 시녀들은 땀흘리며 고기를 구워 그녀의 입까지 한 점 한 점 부지런히 날랐다. 자칭 '우정'의 힘으로. 그 꼴을 보고 속이 뒤집힌 내가 "너는 왜 손하나 깜짝 안하고 입만 벌리냐." 했더니 아주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다가앉았고 시녀들이 내 눈치를 보며 뭐라 변명을 했다. 화영이도 이런 시녀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시녀들은 화영이의 손과 발이 되어 먹잇감을 같이 괴롭혔다.

그 먹잇감이 바로 마리였다. 마리는 학교가 힘들다는 사인을 몇 번 엄마에게 보냈지만 바쁘고 피곤한 엄마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중 마리가 화영이에게 골탕먹고 가장 상처받은 날, 바로 이 '체인지'가 일어났다.

마리는 엄마가 되어, 별거 아닌 줄 알았던 엄마의 일상이 무척 힘겹고 마음도 편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엄마노릇, 아내노릇, 직장, 시월드 모든 것이) 엄마는 엄마대로 학교에 가서 따돌림을 실감하고 딸의 괴로움과 자신의 무심했음에 눈물을 흘린다.

'자기 꿈 발표회' 공개수업에서 제빵사를 선택한 마리, 빵집에서 아침 오픈 알바를 하는 엄마, 땍땍거리는 빵집 사장님, 그녀의 딸이 알고보니 화영이 등등의 설정이 너무 잘 맞아 돌아가는게 약간 드라마스럽긴 했다. 마리-엄마까지만 맞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의 결말은 마리네 가족관계의 회복 관점에서는 아주 흡족하지만 교실문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결말에 보니 화영이도 상처 많은 아이였다. 그래 물론 그러기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퉁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가 크게 있지만 어쨌건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나. 물론 아이의 상처는 이해받아야 하지만 행동까지 덮을 수는 없다.

그에 대한 해법까지 이 책에 나오진 않았다. 그게 큰 불만은 아니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고 치면,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으니까. 어딜 가나 일정 비율, 남을 괴롭게 하는 성정을 가진 이들이 있다. (어른들도 직장을 떠올려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ㅎ) 그래도 가장 접근하기 쉬운 해법은 '주변인들' 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인들의 성숙한 무심함(휩쓸리지 않음)이 필요하다. 올해 우리반은 정말 마법처럼 이게 되어서 모든 문제상황이 꼬이지 않고 해결되었다. 흔히 말하는 3의 법칙(선을 위한 연대), 긍정적 또래압력 등이 주변인들에 의해 가능해지면 해법이 나온다. 물론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이 책의 큰 장점은 가독성이라고 본다. 일단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어야 이야기도 가능하니까. 200쪽 정도 되지만 이 책을 중간에 놓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흥미있는 소재, 공감가는 내용에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감정까지 골고루 잘 갖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5,6학년 학급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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