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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특별한 아저씨 - 2021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도서관 어린이인권도서 목록 추천, 2020 의정부시 올해의책 선정, 2020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ㅣ 바람그림책 73
진수경 지음 / 천개의바람 / 2018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소개를 얼핏 보고 편견, 차별에 대한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했다. 마침 이번 학기 사회에 관련 단원이 있기에 함께 읽을 책으로 좋겠다 싶어 신청했다. 그런데 편견이라는 이슈 외에도 중요한 줄기가 하나 더 있었다. 그건 '기부'였다. 두 가지나 되는 줄기를 어쩜 이리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따뜻하게 잘 엮었을까?
'뭔가 특별한 아저씨'는 무엇이 '특별'하며 무엇을 어떻게 '기부' 했을까? 일단 아저씨의 외모는 평범하고, 서른 살에, 평범한 회사를 다닌다. 그런데 어딜 가나 사람들이 한 번씩 더 쳐다본다. 딋모습을 보고 답을 찾았다. 아저씨는 상당히 긴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표지는 지하철의 장면인데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녀노소 사람들의 표정에 놀라움이 담겨있다. 이와같이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 가장 큰 난관은 회사 사장님이 못마땅해 한다는 거였다. "다정 씨, 머리는 계속 기를 겁니까? 그렇게 긴 머리는 우리 회사하고 어울리지 않아요." 이런 눈치와 압박을 받으면서도 아저씨의 머리 기르기는 계속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다름, 다양성, 편견, 차별의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다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엮여 들어온다. 아저씨는 어느날 문득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 때'가 되었음을 느낀다. 집에 돌아간 아저씨는 머리를 하나로 묶고 싹뚝 잘라 곱게 상자에 넣고 어디론가 부친다. 그 머리카락은 소아암으로 고통받으며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져 슬퍼하는 아이들을 위한 가발로 제작된다고 한다. 우와!
이후로 간편해진 아저씨의 아침시간과, 한결 편해진 타인들의 시선을 보니 몇 년간 아저씨가 지고 있던 짐이 은근 상당히 무거웠을 거라 짐작이 된다. 기부 가능한 머리카락은 25cm 이상이라고 한다. 이 정도 머리카락은 1,2년만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 어쩐지, 속표지에 아저씨의 증명사진 4장이 나오더라니. 스물 여섯 살 때부터 스물 아홉 살 때까지. 그리고 서른 살에 아저씨는 드디어 기부를 실행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흐뭇하고 웃음나온 부분은 까칠하던 사장님의 대응이다. 회사에 퍼진 다정 씨의 소문을 듣고 감동받은 사장님은 묻는다. "다정 씨, 머리카락을 얼만큼 길러야 아이들하고 나눌 수 있죠?" 이어 뒷장에 머리와 수염을 기른 사장님의 모습이 나와 함박웃음이 터진다. 아, 이렇게 따뜻한 웃음을 주는 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좋은 책이다.
뉴스를 보기 싫다. 세상은 왜이리 요지경이고 정치는 누가 하든간에 왜이리 못하며 끔찍한 범죄는 왜이리 많이 일어나고 가증스런 인간들은 왜이리 많은가! 하지만 가만히 살펴본다. 과연 나보다 못한 인간들이 더 많은가?
내가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과, 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이 좋은 사람으로 살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 씨는 픽션의 주인공일 수도 있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는 실존인물이다. 이런 이들은 은근히 곳곳에 많다. 내가, 그리고 아이들이 보고 배울 일들은 찾아보면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