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하기 게임 일공일삼 65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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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신 앤드류 클레먼츠 님께 충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내게 신이 주신 이야기 주머니가 있다면 이런 멋있는 글을 쓰고 싶다. <프린들 주세요>도 대단했는데 이 책도 못지않게 짜릿하다. 이 작가의 책으로 가장 먼저 읽은 책은 <성적표>라는 책이었다. 다음으로는 10년 전에 읽었던 <잘난 척쟁이 경시대회>. ㄱㅈㅌ 교육감이 취임 일성으로 "미안하지만, 초등학생들도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뱉었던 즈음이었다. 그 책을 읽고 "미안하다고? 미안한 짓을 왜 해!!" 하면서 분노의 서평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해, 일제고사 거부를 허용한 담임들이 교사로서의 사형선고를 받고 길거리로 내몰린 사건도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촛불을 들며 mb정권의 먹구름을 온몸으로 느꼈던 그해.ㅠ)

이와같이 앤드류 클레먼츠는 작품마다 참 멋있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꿰뚫는다. 어려운 교육학 책을 읽기에 독서력이 딸린다면 그냥 이분의 동화를 읽자!! (나만 해당되나 ㅎㅎ)

레이크턴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은 역대 유례없는 수다쟁이에 고래고래들이었다. 그리고 이또래의 특징대로 남녀 대결의 성향도 강했다. (이부분 우리반 아이들이 매우 공감할거라 예상한다. 평소 경기에서 승부욕이 강하지 않던 우리반 아이들이 남녀로 대결할 때 눈이 뒤집히도록 광분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란 적 있다ㅋ) 이들은 서로를 수다쟁이라 비난하다가 시합을 벌이게 된다. 바로 말 안하기 게임!

이 책은 이 게임이 진행되는 열흘간의 과정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게임의 규칙'을 수립했고 그중엔 "어른들께는 어쩔수 없이 대답하되 3단어 이내로 한다."와 같은 규정도 있다. 처음엔 아이들이 힘들어했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조금 지나자 선생님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수업진행에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선생님들 회의가 소집되었는데 선생님들마다 반응이 다양한 것도 재미있었다. 이 상황에 분노하는 선생님, 즐기는 선생님, 이 현상을 연구하려 부지런히 기록하는 선생님.... 그냥 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을 중단하라 명한다. 이후 자신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중단하지 않는 모습을 본 교장선생님은 순간 이성을 잃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마는데.... 이부분에서 나도 뜨끔했다. 절대 보여서는 안되는 모습이다. 다행히 교장선생님은 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사도 실수할 수 있는데 빨리 인정하는 것이 그나마 스타일을 덜 구기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언어의 정선' 이다. 아이들은 수업중 세 낱말로 말해야 했기에 적절한 낱말을 찾기 위해 고도의 두뇌활동을 해야 했으며 평상시에 얼마나 필요이상의 말들을 해왔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의사소통에는 그리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으며 언어의 쓰레기를 버리고 말을 줄여야 할 필요가 인간 대부분에게 있다. (말하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나도 가만보면 쓸데없는 소리를 퍽 많이 한다ㅠ) 유난히 시끄럽고 말이 많은 학급을 맡을 때가 있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면 모두가 '남 얘기'다. 그것도 아님 말고 식의 근거 없는. 그로 인한 생활지도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본성대로 떠드는 것에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의 절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어른이 가장 그렇고, 고학년 정도라면 절제를 시작할 때라고 본다. 저학년도 조금은 필요하고. 이 게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던 이 말은 일리가 있다.
"간디는 수년간 매주에 하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마음에 질서가 생긴다고 믿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마음의 질서'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아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지만 조용한 순간은 있어야 한다. 시종일관 시장바닥이라면 아이들은 차분히 생각할 힘을 잃게 된다. 서로 헐뜯기 여념이 없었던 초기의 아이들이 시장바닥 상태였다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박수를 보내는 후기의 모습은 조용한 성찰을 거친 상태다. 게임을 통해 이렇게 멋진 변화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이 설득은 전혀 꼰대적이지도 설교적이지도 않으며 반전과 유머를 통해서 전해지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한편으로 내가 이 책에 환호를 보내는 것이 시끄러운 것을 혐오하는 나의 개인적 성향과 규칙과 질서를 중시해야 하는 교사라는 직업적 신분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아이들도 나만큼 공감할까? 이제 다음주부터 우리반 아이들이 돌려읽을 책에 이 책이 포함되어 있으니 한번 반응을 살펴봐야지. 내가 한 생각을 아이들이 할 가능성은 적지만, 적어도 재밌게는 읽으리라 생각한다. 교사인 내가 환호한다고 해서 설교책인 것은 아니고,ㅎ 흥미진진한 요소가 가득 있으니. 나와 같은 각도에서 공감하진 않더라도 그들 나름대로 공감하며 읽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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