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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고양이 ㅣ 창비아동문고 294
김중미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작가의 삶이 반영된 이야기는 더 특별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소외된 이들이 엮어가는 김중미 작가의 작품에서 늘 가슴이 들먹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삶 자리도 그 안 어디쯤 위치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널리 읽히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나온 지도 거의 20년 가까이나 된다. 이번 작품에서 보니 작가는 강화도의 산골짜기에 살고 계시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사라져가는 것들, 버림받는 것들, 그들끼리 이어져 버티는 모습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또 이렇게 작품이 되어 나왔다. 얼마나 바탕이 단단한지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치만..... 단단한데 슬프다. 단단한데 외롭고,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소리없이 눈물이 흘렀다.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는 4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눈물은 아마 그래서 흘렀을 것이다. 그들이 화자인 이야기(안녕 백곰, 장군이가 간다)에선 인간에게 버림받는 아픔과 환경의 고통, 그 가운데서도 인간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인간이 화자인 작품(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에선 지극한 주인의 사랑을 뒤로 하고 병의 고통 속에 떠나는 하양이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났다.
이 책에는 깜찍한 순종 개는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다. 파양되었다 다시 입양된 수민이에게 환대와 사랑의 느낌을 알게 해 준 하양이는 백구와 리트리버 잡종이고, 아빠 친구 집에 얹혀 사는 다문화 아이 미나의 유일한 친구 백곰은 시베리안 허스키와 백구 잡종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의 혈육같은 장군이는 슈나우저 잡종이었다. 모두다 덩치가 컸다. 말티즈나 요크셔테리어 같이 작고 귀여운 아이들은 집안에서 귀염받으며 크기 좋지만 인간의 쓸모에 위배되는 짐승들은 제 명대로 살기 어려운 게 세상인 것이다. 나도 우리 개 푸들 잡종이 쬐끄만 개인 줄 알고 허락했다가 나의 예상치를 훌쩍 넘기며 무럭무럭 크는 통에 엄청 당황했었다. "이렇게 클 줄 알았으면 안 데려왔다." 는 나의 말에 딸은 개의 귀를 틀어막곤 했다.^^;;; 이제는 큰지 작은지 별 느낌 없이 함께 뒹굴며 살고 있지만....
첫 편 표제작 [꽃섬 고양이]에서 노랑이에게 마음을 주는 인물은 다리를 저는 최씨다. 세상 쓴 맛 다 본 최씨가 동사의 잠에 빠져들기 직전에 그를 깨운 노랑이. 세 개의 다리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노랑이를 응원하고 돕는 최씨. 인간과 동물을 떠나서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그들은 진정한 친구다.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에서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파양까지 당한 수민이를 재입양한 아주머니는 알고보니 두 아들을 근육병으로 떠나보낸 아픔이 있는 사람이었다. 인생이 얼마나 힘들고 원망스러웠을까. 그들 부부에게 사랑은 고통과 동의어였을 것. 하지만 다가오는 사랑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민이를 품에 안았을 뿐 아니라 버려진 개들까지도. 심플라이프를 포기하고 성가심과 고단함 구질구질함 모두를 끌어안는 이런 이들을 나는 존경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는 내 심간 편한게 첫째니까.ㅠ
[안녕, 백곰]에서 백곰은 끝내 떠나간 미나를 만나지 못했다. 미나가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철거되는 그곳에서 백곰은 떠나야 했다. "살아 있어야 만나지." 그래, 미나는 언제고 다시 돌아올 것 같다. 그때까지 잘 버티고 있길.
[장군이가 간다]의 슈나우저 잡종 장군이의 모습은 내 눈에 선했다. 이윤엽 님의 판화는 거친듯 어찌 이리 생생한지. 할머니와 끌어안고 잠든 모습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한 모습도... 할머니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아들 며느리는 장군이를 섬에 버렸다. 떠돌던 장군이는 그곳에서 만난 해피와 함께 바다 위로 난 다리를 다시 건넌다. 선량한 인간 친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은 채.....
인간은 어떻게보면 거기서 거기인 듯하면서도 어찌보면 천사부터 악마에 이르는 스펙트럼을 가진 존재인 것 같다. 약자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어디쯤인지가 어느정도 보인다. 나는 어떤 모습일까. 중간쯤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친구가 되자. 함께 살자.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할 이 책의 메시지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어도 참 좋겠다. 지금 우리반 4학년은 넘 애기들인데다 글씨 많은거 힘들어해서 좀 그렇고, 5,6학년과 읽으면 아주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