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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ㅣ 그림책이 참 좋아 52
김영진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9월
평점 :
와 이 책 대박이겠다 하고 봤더니 유아 분야 주간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이들도 좋아하겠지만 부모(아빠)들도 아주 좋아하겠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는데. 이토록 재미나게 말이다.
나도 남편도 일반적인 회사원은 아니라서 부장-과장-대리-평사원으로 이어지는 회사의 체계와 생리는 잘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사회나 비슷한 점이 있다. 합리적인 생각보다 위계를 따라야 하는 문화, 부모들을 후딱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가족과 평화로운 저녁을 보내기보다 휘황한 밤문화에 일조하게 만드는 그 고약한 문화 말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책을 읽으며 '웃프다'고 표현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예쁜 두 딸을 가진 아빠 김과장은 오늘도 한밤중에 귀가했다. "오늘은 일찍 온다고 약속했잖아! 아빠는 왜 맨날 늦어?" 오랜 기다림에 하품하는 큰딸의 질문에 아빠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자, 앉아 봐.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줄게.
아빠가 약속을 꼭 지키려고
아침부터 진짜 열심히 일했거든."
진짜로 아빠는 점심시간에도 샌드위치를 물고 모니터를 들여다 볼 정도로 정신없이 일했다. 드디어 시계가 6시를 가리키는 그 순간!
잔뜩 화가 난 사자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모두 눈치만 보며 퇴근하지 못한다. 결국 사자를 달래 고짓집에 데려간다. 술 취해 잠든 사자를 차 태워 보내고 일행은 겨우 한숨을 내쉰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버스 정류장에선 회사 일이 너무 힘들다며 우는 신규 후배를 만났고, 도로에선 트럭에 싣고 가던 오렌지를 다 쏟은 수달을 도와줬으며, 버스에서 잠깐 존 사이 버스는 종점에 와 있었다. 아빠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아직 닫지 않았기를 바라며 총알처럼 뛰어갔다.
다행히 열려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이름은 <**21>ㅎㅎ 그리고 아빠 앞의 손님 타조는 변덕이 죽 끓듯하여 여섯가지 맛을 고르는 중에 수십번 메뉴를 바꾼다. 속이 타들어가는 아빠. 드디어 아빠 차례인가 했더니 카드 적립, 포인트, 통신사 할인 따지느라고 또 하세월이다. 페북에서 이런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여과없이 표현하시는 글을 봤던게 생각나 어찌나 웃기던지.ㅋㅋ
마지막으로 뒤쫓아 오던 티라노사우루스까지 멋지게 물리치고서야 아빠는 겨우 딸들의 차지가 됐다. 넥타이도 풀지 못하고 잠든 아빠의 두 팔에 팔베개하고 잠든 사랑스런 딸들의 모습이 예쁘다.
모처럼 휴일에 아빠는 딸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왔다. 그곳은 '워킹 사파리'라는 곳이었다. 막내딸의 질문이 뒤통수를 때린다. "아빠, 여기가 아빠 회사야?" ㅎㅎ마지막 장면이다.
아아, 경쟁사회에서 아빠들은(물론 엄마도 예외는 아니겠지) 정글의 법칙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으르렁대는 맹수에게 먹히지 않으려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아부하며 내가 희생되지 않으려면 남이 희생되는 것을 묵인해야 되는 그런 사회에. 그래도 밤의 짧은 시간과 주말에나마 이렇게 웃으며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은 그나마 행복한 가족이라 해야 할까.
웃픈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딸들을 위한 사랑 가득한 아빠의 모습이 든든하고 귀엽(?)다. (드라마 미생에서 뽀글머리 김대리를 닮았음^^) 이 책이 아빠들에게 작은 위로와 가족들에게 웃음을 준다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모든 직장에서 저녁회식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꼭 필요하면 1차까지만. 술은 금지. 누구는 싫어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