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진통!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20
장주식 지음, 홍기한 그림 / 열린어린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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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 선생님의 책을 한 권 더 읽어보려고 골랐다. 판매지수가 낮고 리뷰나 100자평도 하나 없다. 한마디로 별로 안팔리는 책이라 하겠다. 나는 한달음에 읽었는데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재밌어할 책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의미가 있었다. 특히 그 '진통' 이란 말이. 아이들 중에도 여기에 꽂히는 아이가 있다면 몰입해서 읽을 것 같다.

진통이라는 키워드에서 중견교사인 작가님의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이해를 느낄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문제행동이지만 그 이면에는 '진통'이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아니, 그 문제 자체는 해결이 안되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공감해 주거나 위로를 주거나 다른 기쁨을 주거나 해서 진통을 줄이든가, 새로운 시각 또는 딛고 일어날 동기를 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상반되는 두 친구가 나온다.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철따구니 없는 가람이. 홀어머니 밑에 장남으로 일찍 철이 들어 '선비'라 칭찬받는 정수. 가람인 공부를 못하고 체육이나 만들기를 잘하는 대신 정수는 뭐든 잘하지만 곰손이라서 만드는 게 아주 서툴다.

'진통'이란 말은 정수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우리반이었음 싶게 어른스럽고 예의바르며 누구와도 척지지 않는 선량한 성품의 정수는 불평 불만 울분 많은 가람이가 잔뜩 심통이 나 있을 때 "진통이 있군." 이라고 진단을 했다. 아빠를 사고로 잃고 어리광 부릴 여유 없이 살아온 정수는 아는 것이다. 진통을.

가람이도 이 말뜻을 차츰 이해한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 끝없는 어깃장을 놓는 지원이를 변호한다. "힘들어서 그래요. 그게 진통이라고요. 그런데 자꾸 혼만 내시면 안 되잖아요. 마음을 알아줘야지요."

그때 "그, 그래. 진통. 고맙다. 정가람. 좋은 충고를 해 줘서." 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나보다 훌륭하신 분이다. 지원이의 어깃장에 보고 있는 내 분노게이지까지 치솟았는데. 가람이의 '진통' 발언은 이를 갈며 뻗대는 지원이의 허를 찔렀다. 지원이에게 진통제를 줄 사람 그 누구인가.

울적하던 가람이에게도 신나는 기회가 왔으니 4학년부터 출전 가능한 과학 행사 중 '물로켓 대회' 였다. 정수와 한 조로 첫 출전한 가람이는 손재주와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 가람이가 지은 물로켓 이름이 '진통 1호'였다. 진통 1호는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갔다.

아이들을 액면 그대로만 보면 교사도 죄를 지을 때가 많다. 그때 함께 보아야 하는 것이 뒤에 감춰진 '진통'이다. 그게 보이는 교사는 조금 더 여유있고 지혜로워진다. 물론 미워할 행동,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은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사람을 부정해선 안될 것이다. 그래야 그 아이도 일어설 기회를 한 번 더 얻게 될 테니까.

이렇게 자신감을 찾으며 가람이의 진통은 어느새 눈녹듯 줄어들고 있었다. 자 그런데, 이럴 때 우리는 정수를 봐야된다. 우등생, 모범생, 아빠없는 집안의 대들보 정수. 진통이 없을 수 없으며 진통이 저절로 사라질 리도 없다. 이런 아이들이 무제한 견디게만 두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정수는 정반대의 가람이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기특한 녀석. 이런 아이에게 격려와 신뢰의 윙크를 아낌없이 날려주는 교사가 되겠다. 가끔 망가져도 좋다, 힘내라, 정수!

한 교사가 쓰신 이 동화는 다른 한 교사의 뇌리에 '진통'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살면서 내 진통을 누군가가, 누군가의 진통을 내가,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그게 살만한 삶이리라. 어차피 진통은 상수이니.

이제 아이들 뒤로 '진통' 이란 그림자가 둥둥 떠다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걸 날려 줄 유쾌한 방법을 누가 좀 알려주! 물로켓은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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