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무중력 비행중 보름달문고 54
장주식 지음, 김다정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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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약력을 읽어보니 교대 동문이다. 아직 퇴직하지 않으셨다면 동료교사이기도.... 교사가 쓰신 어떤 학급의 얘기, 아이들과 교사의 이야기다. 마땅히 공감할 만한, 아니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근데 너무 속이 타고 화가 나고 허무했다. 이게 현실이고 이 현실은 괴로우며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어서 그러나?

이 교실의 담임은 대가 약한 여교사다. 성격상 강하지 못할 뿐 도덕적으로나 실력 면으로 하자는 없어보인다. 그런데도 몇몇이 작정하고 맞서 어깃장을 놓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담임을 동정하거나 아니면 속으로 비난한다.

여기서 확실히 알 수가 있다. 교사의 약함은 어떤 교실에선 절대악이다. 힘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 그러지 못할 바엔 그자리에서 버티지 않는 것이 낫다.

작가는 담임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 폭력 사고를 치거나 대들고 뻗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따라가 그 집안으로 들어간다. 가정폭력의 한가운데 있는 정후. 그 아빠는 집나간 엄마가 키우던 개까지 패대기쳐서 죽여버린다....ㅠㅠㅠ 학교선 싸가지를 갖다버린 소정이는 집에선 어른답지 못한 엄마를 챙겨야 하는 반어른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당연히 삐뚤어질 수 밖에 없다... 라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ㅠㅠ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당하며 울화, 한숨, 자책,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담임은 그래도 자폭하진 않고 차분히 실마리를 찾아간다. 주공격수 소정이에게 편지와 영화파일을 선물하고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소정이는 너무나 어이없게 돌아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이없게는 아니겠지. 그동안 했던 담임의 고민, 이해, 결단이 들어있었던 것이겠지.

그러나 가출하고 엄마를 찾아간 정후, 우등생이면서도 학교가 지옥같다며 캐나다로 떠나버린 세주에게는 담임이 끝내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렇게 어찌할 수 없는 일들도 생긴다.

앞에서 힘을 얘기했다. 담임은 마지막에나마 조금의 힘을 찾았다. 그건 어른다움이었던 것 같다. 아이의 허를 찌르는 이해. 그렇다. 교사가 갖출 힘은 성별과 물리적 힘에 있진 않다.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여러가지 중에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한 경우도 있으니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도 꼭 있어야 한다.(교권을 보장할 장치를 말하고 있는 것임)

들여다보면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을 사는 가정도 많다. 그 소용돌이에 아이들이 상처입고,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울부짖는다. 그 울부짖음을 달래고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주고 싸매주려 하지만 역부족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담임에서 나의 모습이 보였다. 이정도의 아이들을 만난 적은 없어서 크게 덴 적은 없지만 같은 상황이라면 딱히 나을 것이 없을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답답했다. 내 안의 막연한 불안감은 거기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내가 갖출 '힘'은 무엇인지 늘 찾고 있다. 찾는 자에게 다가올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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