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꿔요
키아라 로렌조니 지음, 소니아 마리아루체 포쎈티니 그림, 김현주 옮김 / 분홍고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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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팔자는 정말 상팔자일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생각지 못하던 개엄마가 된지 1년여. 철없는 말썽견 우리 개를 붙들고 장난 반으로 구박한다. "네 이놈아, 니처럼 팔자좋은 동물이 또 있다더냐? 니가 썰매를 끄냐, 맹인 안내를 하냐? 신문 하나 주워다 줄 줄도 모르는 게. 먹고 자고 말썽부리는 거 말고 하는게 뭐야? 응?"
이녀석을 데려온 딸은 아주 질색을 하지만 난 이런 구박을 즐기며 데리고 논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거다. 얘네들은 정말 상팔자일까? 행복한 걸까?

사람도 행복하기 힘든 세상에 무슨 개 행복까지 따지냐고 핀잔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끔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는 모습이나, 옆에서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면 개, 사람 딱 구분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냥 가족 중의 하나랄까. 그러면서 과연 견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사람 바라기 하는게 견생 맞나? 사람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 아닐까?

이 책에는 10마리 개의 견생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꿈이 나온다. 개들의 꿈을 우리가 무슨 수로 알 건가. 그래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한 번 짐작해 보는 그들의 마음이 애틋하고 짠하다.

첫번째 장면에서 난 딸을 불렀다. 얘네들 좀 봐라~ 세상에, 얼마나 이쁘니~ (딸은 우리 개 애기 때가 훨씬 이뻤다며 항변을ㅎ) 태어난지 며칠 된 강아지 세 마리가 서로 기대어 잠이 들었다. 한숨이 나오도록 곱디고운 장면이다. 본문의 이런 표현도 참 곱다.
"강아지들의 꿈은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달콤해요."

그러나 뒤에 나오는 개들은 이리 평화롭지만은 못하다. 사람 못지 않은 복장에 음식에 잠자리를 갖춘 '순돌이'는 진흙탕을 뒹구는 꿈을 꾸고, 길가에 버려진 '초코'는 누군가 다시 이름을 블러주는 꿈을 꾼다.
늙은 개 '두리'는 다시 힘차게 뛰는 꿈을, 짖고 또 짖는 험악하게 생긴 '라이카'는 겁쟁이가 아닌 꿈을 꾼다. (겁 많은 개가 짖는다더니... 우리 개도 짖어서 고민인데...ㅠ)

그다음 짠한 개는 자고 또 자는 상팔자견 '나무'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에 아무도 없어 잠만 자며 하루를 보낸다. 많은 개들이 이러지 않을까. 우리도 아버님 안계시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데, 자고 있는 '나무' 모습이 참 쓸쓸해 보인다.

사각의 울타리 안에서 한발짝도 나가보지 못한 '순순이'의 꿈에는 벽만 나온다. 본 게 그거밖에 없기 때문에. 웬만한 어린아이보다 큰 '아리'는 꼬마아이의 잠자리 친구다. 함께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끌어안는 그 시간을 기다린다.

이처럼 다른 환경의 개들은 각각 꿈도 다르다. 그런데 마지막장에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개들은 마음 깊이 간직한 똑같은 꿈이 하나 있어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상이 환해지는 기분 좋은 꿈이죠.
그것은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야." 라는 말을 듣는 꿈이에요.]

글쎄. 정말 그런지 개들한테 물어는 봤나. 그러나 꿈이든 아니든 그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인간이 만든 일에 책임을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집 안에서 인간이 베풀어 주는대로만 살게끔 해놓았으면 끝까지 함께하는게 맞는 거지. 또 개란 동물은 그 이상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렇게 얽혀서 지지고볶으며 사는게 인생이며 또한 견생이겠지 뭐~ 우리집 누리(눌눌이)는 지금 고구마 굽는 냄새가 나는 주방을 맴을 돌면서 코를 킁킁대고 있는 중이시다. 이녀석의 지금 꿈은 그 좋아하는 고구마 배불리 먹어보는 것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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