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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지? ㅣ 창비아동문고 247
김옥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09년 1월
평점 :
이현 작가의 <동화 쓰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빌린지 한참 됐는데 안읽어서 그냥 반납하려고 도서실에 갔다가 책 뒤에 '이현 작가가 권하는 동화 100권'이 있길래 후다닥 훑어보았다. 읽은 책도 있고 제목만 아는 책도 있고 처음 보는 책도 있다. 그중에 도서실에 있는 책 몇 권을 빌려왔다.
김옥 작가는 남의 직업 부러워하지 않는 내가 부러워하는 유일한 직종에 있다. 바로 교사+작가. 초등교사 동화작가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실생활에 가장 밀착되어 있으니 좋은 동화를 쓰기 유리하지 않을까?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송언, 원유순 작가도 초등교사였고 천재가 아닐까 의심되는 천효정 작가도 현직 초등교사다. 그리고 김옥 작가. 상당히 오래 작품을 쓰셨고 작품의 깊이도 뛰어나다. <축구 생각>은 저학년에게 권하고 <청소녀 백과사전>은 고학년에게 권한다. <그래도 즐겁다>도 재미있었다. 이 책은 처음 보았다. 이현 작가는 소개글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자라난 주인공에게 닥친 불행한 사고와 그로 인한 갈등 속에 종교를 화두로 던지는 동화. 교회에 다니는 어린이가 이렇게나 많은데, 어째서 종교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지 의아하다."
이 책이 그런 작품이란 말인가? 빌린 책들 중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오랜 세월 익숙해진 교회의 의식과 행사들에서 작가와 동질감을 느낀다. 작가도 신앙생활을 오래 하신 것 같다. 한번쯤은 자신의 신앙적 고민이 담긴 책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으리라 짐작한다. 자신의 내면을 꺼내놓는 것이 작품 아니던가. 하지만 대중의 공감을 많이 얻기는 힘들었겠다. 검색해보니 작가의 작품 중에서 판매지수와 평점도 낮고 리뷰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성장소설로서의 가치는 인정하나 종교적 색채가 불편하다"는 평들이 많았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작가도 그 점은 감안하고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의 마음을 느낀 나같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기독교에서 '죄'의 문제는 핵심이지만 일개 성도인 내가 논하기엔 어렵다. 초등 고학년인 지효는 공교롭게도 한꺼번에 몰려온 여러가지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침 시작된 몽정과 자위행위, 위기상황에서 믿음을 부정했던 일, 부모님이 너무나 예뻐하던 동생 지민이의 사고와 죽음, 그 원인에 관련된 본인의 실책 등등.... 가족에게 고난과 고생은 끝도 없을 것처럼 이어지고 묵묵히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부모님이 답답해서 지효는 폭발할 것 같은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이 과정에 정말 선생 같지 않은 선생(6학년 담임)도 나오고ㅠ, 딱히 악하게 굴진 않지만 힘든 지효 가족을 대하는 교회나 신도들도 그리 따뜻해 보이지는 않는다. 교회는 교회대로 그냥 굴러갈 뿐인 것.....ㅠ
그러나 작가는 이중에도 하나님은 일하시는 것을, 뭔가 상황과 환경을 극적으로 바꿔주시지 않아도 삶이 변하는 모습을 살며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고난과 고생과 고통이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그걸 싹 걷어가지 않으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은 도무지 분별하기 어렵다. 이렇다할 고난을 겪지 않고 살아온 나는 고난의 의미를 더더욱 잘 모른다. 그 안에서 찾은 답이 정금일거라 짐작만 한다.
신도로서 더할 수없이 모범적이고 성실한 지효 아빠는 아빠로서는 빵점에 가까웠다. 이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마지막에 변화가 있어 다행이지만.... 기독교 가정의 부모님, 특히 아빠들이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회는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는 시선을 간구해야 할 것 같다. 그 나무 안엔 '사람'이 있다. 그게 하나님의 시선이라고 믿는다.
"준비됐지?"
죄의식과 두려움을 떨친 지효의 날갯짓을 응원한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하실 하나님의 동행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