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걱정 공장
이지훈 지음, 김고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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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경연대회>를 읽은 김에 이 작가의 <엄마의 걱정 공장>도 이어서 읽어보았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교훈을 주겠다는 의도가 풍겨나오는 불길함(?)이 느껴져서 속으로 "안돼~~~" 하면서 읽었다. 독자라는 인간들이 이토록 까다롭다. 재미없어도 안되고 주제의식이 빈약해도 욕하면서, 대놓고 교훈을 설파하려고 하면 됐다면서 집어던진다.ㅎㅎ

이 책은 내 느낌에 그 중간쯤 된다고 할까. 교훈의 의도가 아예 안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전형적인 상황과 사건을 피하고 신선한 재미를 주려 노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엄마의 걱정'의 근원부터 발생, 현상 및 결과까지를 공장 시스템에 비유한 것이 잘 맞아 떨어지고 어떤 부분은 오호~ 하는 느낌까지 주었다.

한울이는 특별한 재주 없이 평범한 3학년. 엄마 또한 평범한 맞벌이 주부. 엄마가 보는 한울이는 매사 걱정거리다. 친구랑 싸워서 걱정, 시험 점수가 안좋아서 걱정, 키가 작아서 걱정, 이 썩을까봐 걱정, 게임만 해서 걱정, 게을러서 걱정..... 살짝 유난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나도 아들 키워본 입장에서 아들이라는 존재 자체가 근심의 근원이었던 바,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ㅎㅎㅎ

이 유난한 엄마의 걱정은 한울이를 옥죄고, 한울이는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날 한울이를 찾아온 빨간 자동차는 한울이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어떤 공장에 데려다 주었다. 이곳이 바로 '엄마의 걱정 공장'이다. 완제품들은 추의 형태로 제작되어 엄마에게 바로 배송된다. 제작을 말리던 한울이는 '걱정 재료'가 공장에 들어오는 한 제작을 피할 수가 없다는 공장 시스템을 이해한다.

그럼 이제 그 재료들을 파악할 차례, 그건 모두 한울이가 보낸 것들이며 간단히 말해서 '엄마의 눈에 보인 한울이의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울이는 걱정 제품을 차단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다. 그건 '엄마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조절하는 거였다. 이른바 '눈속임'이라고 하겠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고 했다. 자식에게 적당히 속지 않고서 두다리 뻗고 잘 부모가 세상에 있으랴? 하지만 한울이의 눈속임은 정도가 지나쳐 자신과 엄마를 기만하는 지경이었고, 엄마는 걱정에서 벗어났지만 생각지 못한 슬픔이 한울이를 덮쳤다.

결국, 엄마는 자식을 걱정하게 마련이고 그게 사랑의 표현이라는.... 결론에 이르지만 이 책은 그리 단선적이지만은 않아서 걱정 공장 시스템을 통해 걱정의 원리를 알려준다든지(인생엔 일정 분량의 걱정이 늘 있으며 과부하가 걸리면 아프게 된다는 등의), 전적인 믿음이 더 바른 행동을 가져온다든지 등의 여러 생각거리들이 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랑해" 대신에 쓰는 여러 표현들이 떠오른다.
"나는 너를 생각해."
"나는 네가 필요해."
"나는 너를 걱정해."
힘들때 날 위해 걱정해주는 존재.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세상 버틸 힘이 생길까. 그러고보면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은 별로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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