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경연대회
이지훈 지음, 송혜선 그림 / 거북이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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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거짓말은 해도 되는가? 라는 논제가 찬반토론 논제의 예시로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었다. 착한(하얀) 거짓말은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거나, 예쁘지 않아도 예쁘다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다는 등의 찬성 측 근거가 우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진실을 알기를 원할 거라는 반대측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 책을 보니 과연 이런게 논제로 의미가 있기나 한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은 어찌보면 거짓말로 가득차 있는 것을.^^

뻥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어릴적 아버지는 우리 삼남매에게 엄청 뻥을 쳐대셨다. 우린 그 뻥에 열광했고 크면서 뻥의 정체를 알게 된 후에도 적당히 장단을 맞추며 즐겼다. 아버지의 뻥이 정돈된다면 그것을 '이야기'라 할 것이다. 이야기는 일종의 뻥이지 않나. '얼마나 그럴듯한, 환상적인, 가슴조이는 뻥인가'가 판타지의 수준을 가늠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게 아이들을 키우며, 세상의 재미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만우절날 <거짓말 경연대회>를 여신 담임선생님은 내공이 대단하신 분이 아닐까?^^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들의 상황과 심리와 욕구를 반영한다.
"이제 학원에 안 가도 돼요! 그리고 열두 시까지 등교하게 됐습니다. 늦잠을 실컷 자도 돼요!"(민호)
"우리 아빠는 잠을 잘 때 코에서 음악이 흘러나와요."(고운)
"하늘에서 오만 원짜리가 떨어졌어요!"(은수)
"우리 아빠는 가짜예요!"(우람)
"우리 아빠는 아주 착해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요."(힘찬)

이런 거짓말을 실마리로 하여 풀어나가는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실린 연작 동화다. 아, 선생님까지 여섯 편이 실려 있다.

[누가 최고의 자랑거리일까?]에서 민호네 안방에서는 마치 규중칠우쟁론기를 연상시키는 쟁론이 벌어졌다. "민호 엄마의 최고 자랑거리는 누구인가?" 라는 주제로 선글라스, 지갑, 진주목걸이, 명품가방 등이 격론을 벌였으나 마지막에 모두들 깨갱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이 말 때문이었다. "엄마는 항상 민호를 최고의 자랑거리로 만들려고 하지."
만들려고 하지. 만들려고, 만들려고....... 이것이 문제다. 그래서 민호는, 귀신들이 우리나라 학원을 다 망하게 했다는 거짓말을 발표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만들려고 한다. 자식을. 본인의 자랑거리로. 모든 사단은 여기서 출발한다. 길게 말하자니 입아프다. 부모의 의지에 거칠 것 없다. 자식의 골병 따위 안중에 없고 본인과 같은 노선에 서지 않은 교사를 만나면 걸림돌로 규정, 사정없이 후려친다.ㅠㅠ (근데 그런 자식 자랑 속물 근성이 내게도 있어 가장 부러운 자랑이 남의 자식 자랑이다.)

[콧 속에 든 대포]에서 고운이는 휴일에 탱크 소리 내며 낮잠만 자는 아빠를 원망하다 아빠의 콧속으로 빨려들어가는데, 거기서 아빠의 치열한 전투에 동참하게 된다. 서류 부대, 거래처 부대 등과 격전을 벌였지만 '곽부장'이라는 무서운 적이 남아있다. 그의 무기는 맥주와 소주. 그리고 비장의 무기는 폭탄주. 천연덕스러운 전투장면이 정말 웃겼지만 웃기다기보다는 웃프다고 해야 할 것이다. 셀러리맨의 애환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형상화한 작품이랄까?^^

[하늘에서 떨어진 오만원짜리 재앙]은 돈의 유혹과 도덕성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기발한 해피엔딩을 맞는 아이들의 훈훈한 이야기.

[진짜 아빠를 찾아서]는 아무리봐도 친아빠가 아닌 것 같아 진짜 아빠를 찾아나서는 우람이 이야기. 이 이야기는 여섯 편 중 가장 전형적 스토리라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마지막 [거짓말 경연대회 1등은 누구?]가 선생님의 이야기다. 선생님이 1등에게 상장과 부상을 수여하며 책은 끝난다. 누가 그 상을 받았을까?^^

3학년 학급을 배경으로 설정했는데 역시 3학년에 딱 적당한 분량과 수준의 책인 것 같다. (내 경험상 3학년에게 딱 맞는 책 찾기가 참 애매하고 어려웠다.) 4학년까지도 괜찮겠다. 한편한편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온작품읽기로도 적당한 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거짓말의 새로운 위상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나도 '거짓말'을 재미있고 능숙하고 천연덕스럽게 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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