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개 무스고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3
다비드 시리시 지음, 에스터 부르게뇨 그림, 김민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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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아니게 개엄마가 된 지도 1년이 조금 넘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길을 다닐 때도 산책하는 개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유기견 학대 뉴스가 나오면 숨을 멈추고 보게 되고 동화도 개 이야기인 것 같으면 집어들게 된다. 이 책도 그랬다. 검정개 무스고. 표지에 주인인 듯한 여자아이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개의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그 아래 배경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검은 실루엣만 남은 폐허. 그것은 전쟁이 남긴 비참한 세상이었다. 이 책은 그냥 애완견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쟁의 한복판을 지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개가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배경으로 어떤 지역이나 시기를 특정하게 잡은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어떤 전쟁이든 양상은 비슷할 것이다. 폭격이 일어났고 그순간 모든 것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스고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남매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고 떠돌이개가 된 무스고는 희미하게 남은 아이들의 냄새를 찾아 헤맨다.

그 와중에 무스고가 겪은 일들, 주인 가족과 안락한 생활을 할 때는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길거리 생활, 배고픔에 못이겨 정육점 고기를 훔치다 경험하게 된 총의 위력과 공포, 친구 개들의 비참한 죽음.....

그중 가장 살떨리는 장면은 개들이 서커스단에 팔렸을 때였다. 갈데까지 간 서커스단은 사자를 개들과 싸움 붙이는데 썼다. 마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서 죄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열광하는 사람들에게서 집단 광기를 본다. 막다른 곳에 몰린 개들은 사자의 다리 하나씩을 맡아 죽기살기로 공격했고 결국 사자는 무너졌다. 개들을 봤을 때는 천만다행이었으나 사자는 또 무슨 죄인가.... 전쟁이나 동물학대나 결국 인간의 잔인함으로 귀결된다.

마지막으로 팔린 곳은 군대였다. 이곳에서 개들은 죄수들을 감시하도록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한 죄수와 친구가 되고 결국 그를 따라 탈출하는 장면은 김박감이 넘친다. 개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문장들이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결국 그 죄수는 무스고의 새 주인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 목숨의 위협은 사라졌으나 아직 가장 긴박감 넘치는 장면이 남아있다. 바로 옛주인 남매 하닌카와 미레카를 찾는 일이다. 애타는 그리움과 동물적 감각으로 각각 생사도 모르던 남매를 찾는 기적같은 일을 해낸 무스고. 우리집 눌눌이는 그렇게 나를 찾을수 있을거 같지 않은데??^^;;; 하여간 그렇게 모인 이들은 다시 일상의 평화를 되찾는다. 우리에게도 늘 있는 그 일상에서 대단한 안도감과 평화를 느끼는 것은 전쟁의 비참함을 겪은 이후이기 때문이지. 이 책은 그렇게 우리에게 전쟁의 위험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나도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고, 아이들은 설명해줘도 실감을 못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 같다. 스페인의 아동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수상에 걸맞게 묵직하면서도 몰입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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