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과 독재자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7
카르멘 애그라 디디 지음, 유진 옐친 그림,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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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 아무리 억누르고 짓밟아도 사람들 안의 열망은 언젠가는 터져나오기 마련이라는 민주주의 역사의 진리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짧은 내용과 그림책이라는 한계 안에서 메시지를 최대한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공감에는 아주 작은 방해 요소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감상을 겉돌게 만들었다. 아~ 이런 메세지구나를 머리로만 알겠고 가슴까지 내려오진 않는 느낌이랄까.

그건 공동체성보다는 개인성에 치중하고 흥겨움보다는 조용함을 좋아하는 내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느 머나먼 도시
라파스에서 있었던 일이랍니다.
그곳은 밤낮없이 거리마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죠.
(중략)
모두들 시도때도 없이 노래를 불러 대니
라파스는 아주 시끄럽기 짝이 없었어요.
다른 사람 말소리도 안 들리고
잠을 푹 자기도 어렵고
곰곰이 생각에 빠지기도 어려웠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싫을 것 같다. 어떻게 해봐야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시장을 쫓아내고 페페 씨를 새 시장으로 뽑았다. 그는 이런 법을 만들어 방을 붙였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말아 주세요."
얼마나 지당한 일인가? 그러나 법은 점점 바뀌어 갔다. "노래를 크게 부르지 마시오." 에서 "노래를 부르지 마시오."에서 "무조건 조용히!"로...... 주둥이에 입마개가 씌워진 채 곁눈질로 눈치를 보고 있는 개의 모습이 이 도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어느날부터 이 숨막히는 평화를 깨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꼬~끼~오~!!" 하는 수탉의 소리였다. 페페시장이 수탉의 보금자리인 망고나무를 베어버려도, 홀로 닭장에 가두어도, 굶겨도, 햇빛을 가려도 수탉은 목청껏 부르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의 힘은 사라지지 않아요.
노래는 작은 수탉 한 마리의 울음소리보다 크고
약한 사람을 억누르는 독재자보다 강하죠.
노래하는 자가 있는 한 노래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말과 함께 도시에는 다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페페 시장은 쫓겨났다.

그런데 결말 문장에 난 약간의 불만이 있다.
"라파스는 다시금 거리마다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게 되었어요.
때론 시끄러워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걸 좋아했답니다."
요는 그들이 다시 자유를 되찾았다는 것인데, 자유에도 절제가 필요하고 그러한 행위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옛날 모습 그대로 돌아가놓고 그걸 만족스런 결말이라 생각하는 태도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쩌면 상징성으로 얘기하는 짧은 그림책에 너무 무리한 딴지를 거는 것일수도 있지만, 함축적일수록 더욱 작은 것 하나까지 사려깊고 민감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라면 이 도시에 살고 싶지 않겠다.

하지만 이런 미완의 느낌은 또다른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법. 오히려 아이들과 할 이야기는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이제 시민들은 행복할까? 더이상은 문제가 없을까? 책에서 놓친 부분과 그것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일도 의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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