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이 뭐라고 큰곰자리 28
전은지 지음, 김재희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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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내주신 장래희망 글짓기 숙제. 그걸 가지고 엎치락뒤치락 하다 겨우 써서 내는 얘기. 그 얘기 하나 가지고 160쪽을 끄는데 과연 재미가 있을까?ㅎㅎ

학교에서 진로교육이 강조된 지도 꽤 되었다. 어제 우리 학년은 진로교육기관의 도움을 받아 '진로 설계 워크숍' 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홀랜드 유형검사에 따라 모둠을 구성하고 각 유형의 특성과 강점, 유형에 적합한 직업 등을 알아보고 자신의 진로 설계도 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한번쯤은 해볼만 하다 생각했다. 자신의 특성을 생각해보고 미래설계도 구체적으로 한번 해보는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단 유형 분류 자체가 절대적이지 않고 초등 아이들은 가소성이 크기 때문에 그냥 참고용으로만, 구체적으로 한 번 생각해본다는데 의미를 두고 하면 될 것 같다. 또 평소에 진로교육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은 이와 같이 개별 직업을 다루는 내용을 줄이고 노동의 가치에 대한 내용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직업을 꿈꾸지만 이 사회에 필요한 '그럴듯한' 직업은 그리 많지 않으며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노동의 강도는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것. 말하자면 남의 돈 거저먹는 법 없다. 어떤 일에나 인내와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어떤 일에든 자만심도 열등감도 가질 필요 없이 최선을 다하고 그에 따른 권리는 분명히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 근데 일하기는 싫고 먹고는 싶어서 '건물주' 같은 신종 장래희망이 유행인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ㅠ)

작가는 수아가 글짓기 숙제를 마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많은 주변인물들의 입을 빌어 꿈에 대한 메시지를 풀어놓는다. 심지어 어린 동생 헌철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까지 다 귀담아 들을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장래희망은 꼭 어떤 직업이라기 보다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어떤 것'이라고 보는 엄마의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희망이 있어야 살아갈 힘이 생기니까 말이다.(그래서 엄마의 장래희망은 제다이 기사라고 한다.ㅎㅎ)

수아는 주변인물들을 채근해서 다양한 장래희망을 듣는데, 실내화 공장 사장이 되고 싶다거나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는 식의 친구들 장래희망과는 다른 어른들의 장래희망이 내겐 무겁게 다가온다. 아빠는 연금이 나오는 65세까지 무사히 회사에 다니는 것, 할머니는 병으로 앓다 죽지 말고 자다가 조용히 자연사 하는 것. 세상에, 작가가 내 맘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아님 이제 늙어가는 이들의 마음은 다들 비슷한 것인가......?

책을 읽으며 생각하니 누구의 어떤 꿈이든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강요받거나 억제되어선 안된다. 그리고 꿈이 곧 진로교육은 아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구분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나의 꿈은 뭘까? 난 어릴때 국어선생님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 꿈은 거의 비슷하게 이루었다. 그러나 평균수명으로 따져도 30년이 넘게 남은 지금 더이상 꿈이 없어도 괜찮을까? 희망과 기대로 삶을 지탱해줄 꿈. 그것도 이젠 부질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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