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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린 가족일까? ㅣ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7
장지혜 지음, 이예숙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6년 12월
평점 :
가독성이 아주 좋은 책이다. 그냥 앉은자리에서 끝난다. 내가 세상 살아본 어른이어서인지도 모른다. 등장인물과 상황들이 이해되고 다음이 궁금하고 그랬다. 드라마처럼.... 아이들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제목처럼 가족의 이야기다.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들 4가족의 이야기를 두루 둘러 비춘다. 이혼가족,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부양과 양육에 시달리는 대가족 등 여러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잘 짜여져 들어있다.
먼저 화자인 은솔이네. 이혼가정은 요즘 흔한 경우긴 하지만 부모의 불화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만한 것은 못된다. 전화상담원 일을 그만두고 드라마작가를 하겠다고 두문불출 들어앉은 엄마보다 한달에 한번 보는 아빠가 훨씬 멋져 보인다. 그러나 어른들이 숨겨왔던 이야기, 아빠한테 새 여자가 있고 아빠는 엄마를 여러 면에서 상처주고 무시해 왔다는 사실은 은솔이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뜨린다.
베트남 엄마를 둔 민수. 한국 아빠는 알콜중독에 폭력성까지 있어 모자를 괴롭히기만 할 뿐이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민수지만 킁,킁 하는 음성틱을 고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하다.
푸근한 언니 같은 소영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아서인지 애어른같다. 편의점에서 친구들이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을 먹을때 늘 바나나우유를 사먹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이유도 애잔하다. 그리고 일가족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과 트라우마는 간혹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정도 버티고 사는 건 용타. 그렇고말고.
학급임원을 할 정도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미나는 동생이 넷이다. 드물지만 내가 아는 분들 중에도 자녀가 넷이나 다섯인 분들이 있다. 다들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미나네는 그러기 좀 힘들었다. 노쇠하신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그중 할아버지는 치매도 걸리셨다. 이 모든 짐을 짊어진 엄마는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었다. (우울증인 것 같다.) 어찌 안그러겠는가. 사실 난 이 집이 제일 심란했다.;;;;;; 그래도 동생들 잘 챙기고 엄마 눈치도 잘 보는 미나가 정말 대견할 뿐이다.
이들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상처받고 괴롭지만 버릴 수 없는 것? 표지 그림에 '끈'이 나온다. 아마도 '연결'을 의미하지 않을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얼마나 소중한가. 반면에 끈은 옭아매기도 한다. 우린 그것을 끊어버리고 싶기도 하지. '어쩌다 우린 가족일까?'라는 제목도 그렇다. 듣기에 따라 상당히 부정적인 어감을 풍기기도 한다.
이 책에서 중심 사건은 민수네 가정 때문에 시작됐다. 아버지의 폭력에 못이긴 엄마가 집을 나가 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남긴 수첩을 단서로 먼 순천까지 엄마를 찾아 함께 떠난다. 때마침 은솔이가 아빠 문제로 감정의 격랑을 겪고 있을 때.
백방으로 딸을 찾다 순천까지 밤새 차를 몰고 내려온 은솔이 엄마 이상자씨는 더이상 슬픈 이혼녀가 아니고 든든한 가장이다. 민수는 아빠에게 돌아가지 않고 엄마랑 같이 여기에 남기로 했다. 아빠에게 새로 생긴 아기의 사진을 보면서 이제 은솔이는 무심히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엄마는 공모전에서 떨어졌지만 장기과제로 넘기고 새로운 일을 또 시작한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지만 서로 지탱해주며 자리를 잡아간다. 그 '끈'을 놓을 필요는 없었다. 다만 엉키면 좀 풀고, 그것도 안되면 조금 끊어내고 다듬으면 된다.
학교 수업 중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될 때가 많다. 다양한 그림책들이 있어 2학년 수업을 할 때 골고루 읽어주었다. 4학년 이상이라면 이 책을 함께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본문 중에 은솔이가 도서관에서 '안나 카레리나'를 펼치는데 이런 문장을 발견한다.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행복의 요소만 있는 가정이 어디 있으며 솔직히 날마다 행복하기만 한 가정은 또 어디 있으랴. 모두들 애쓰는 것이다. 각각의 애씀을 존중하고 자신의 애씀도 위로받는 책읽기가 된다면 참 의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