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부회장 - 떠드는 아이들 1 노란 잠수함 2
송미경 지음, 하재욱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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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부회장 / 송미경 / 스콜라>

좋아하고 손꼽는 송미경 님의 작품에는 언제나 놀라움과 감탄을 보내게 되곤 했다. 감탄의 이유는 주로 세밀한 시선, 새로운 시각,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해와 심리묘사 때문이었다. 이 책에선 그런 감탄까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고개를 약간 끄덕이는 정도. 바로 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한 입장에서 이 책의 아이들이 살아있는 내 교실의 아이들로까지 느껴지진 않았다. 왠지 그랬다. 다소 전형적인 상황에 전형적 인물로 느껴진다고 할까.

2학년의 학급임원선거. 내가 근무한 학교에서는 2학년에서 임원을 뽑는 경우는 없었다. 보통은 아예 없든가 돌아가며 하든가 한다. 하지만 있는 학교도 아예 없진 않겠지. 그리고 요즘 학급임원들은 떠드는 아이들 이름적기 같은거 하지 않는다. 난 20년 전에도 이런거 시킨 적 없다. 하물며 책 속 선생님은 신규시더구만.^^;;;

화자인 유리. 받아쓰기도 계산도 거의 못하지만 당당하고 말하기 좋아하며 할 말은 다 하는 성격.
사촌이며 같은 반인 시하. 말을 거의 안해서 목소리 듣기도 어려운 아이. 자기 주장은 거의 없지만 공부는 무척 잘하는 아이.
회장인 다솔이. 자신감 넘치고 말을 어른 뺨치게 잘하며 회장이라는 권위의식이 넘치는 아이.
아빈이. 누구의 말도 잘 듣지 않으며 하고 싶으면 하는 아이.
등등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모인 교실의 임원선거와 선생님의 잠깐의 부재 등 몇가지 작은 에피소드가 이 책의 내용이다. 특히 학급 아이 한 명이 6학년이 던진 신주머니에 안경을 맞아서 다친 일(이런 사건은 실제 일어난다ㅠ)로 당황한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시고 아이들은 회장 부회장의 지휘 아래 교실에 있게 되는 일(이런 일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있어서도 안된다. 가게 되면 보건샘이 가심.ㅠ)이 이 책의 클라이막스이자 결말인데 그 상황에서 아이들은 똑똑이 회장이 아무리 명령을 하고 부회장들이 칠판에 이름을 적어가며 보조해도 아이들다움을 버리지 않고 실컷 떠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돌아오신 선생님께 혼이 났고, 유리는 앞으로 부회장 같은 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나와 친구들이 시끄러워서 좋다고 생각하며 끝.^^

뭐 다 좋다. 저 상황에서 안떠들 아이들은 없으며 떠든 것은 당연했다. 아이들이 재깔재깔 떠드는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세상 시름 없어진다. 근데 그게 다는 아니다. 세상에 한쪽 방향 화살표는 없으며 누가 말하면 누군가는 들어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경청이다. 나의 얘기를 들어주길 바란다면 나도 남이 말할 때 들어야 한다. 내 말을 듣는다는 전제가 있을 때 굳이 소리를 지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경청이 없는 교실에선 저마다 강한 화살을 쏜다. 그 화살들은 명중되진 않고 아비규환처럼 교실 안을 휘젓고 어지럽게 날리기만 한다. 그 와중에 꼭 필요한 소통은 껍질 안에 숨어버린다.

동화 안에서 현상을 가볍게 웃으며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은 직업인의 비애라 하겠다. 아이들의 입에 재갈을 채우진 않겠다. 그러나 떠들기 예찬론에는 무조건 동의하기 어렵다. 자신의 본성을 발휘하는 것과 같은 무게로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는 힘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내 반 교실이 동학년에서 가장 시끄럽다는 고백을 하면 반전이려나?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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