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 - 레벨 2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하은경 지음, 윤지회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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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역사동화에 관심있을 때 이 작가의 <백산의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또 역사동화인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반대로 미래를 다루고 있었다. 종이와 책이 금지된, 로봇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대.

시오는 어느날 하교길에 상자 하나를 줍는다. 그 안에 책이 들어있는 걸 발견하고는 하얗게 질린다. 언젠가 책에서 심각한 바이러스가 발견된 후로부터 책은 금지되었다. 바이러스가 사그러들고 백신이 나왔어도 금지는 풀리지 않았다. 그 사이 이야기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떼돈을 벌었고 그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시오가 주운 그 책은 이 세상 마지막 책이었다. 그걸 신고하지 않으면 잡혀가서 노란집에 갇히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시오는 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단짝 친구 주나에게 책의 재미를 이렇게 표현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입안에서 오래오래 녹여 먹는 기분이야. 또 여러 가지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맛보는 기분도 들고. 이제 이야기 로봇이 들려 주는 이야기는 심심해."

북킬러들이 거리에 깔리고 교실에까지 들어와 검문하는 상황에서도 두 아이는 용케 책을 지켜낸다. 하지만 그리 힘들게 숨겨온 책은 어처구니 없는 일로 발각되고, 마지막 책의 운명은....

결말에 이르러 진실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돈이 상황과 필요를 만들고 필요를 만들어낸 이들은 더 돈을 벌며, 모르는 이들은 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소수의 지킴이들은 있고, 이 책에서도 그들은 앞날을 모색하며 희망을 잇는다.

긴박한 장면이 많은데 내게는 크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씩은 왠지 흐름이 매끄럽지 않거나 의도만큼 빠져들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몰입될 정도의 재미와 개연성을 가졌다고 생각되진 않았고 그런대로 재미있는 정도. 하지만 어른과 아이의 몰입감이 다를 것이라고 짐작한다. 난 무엇보다 작가의 문제의식에 동감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도서관과 서점, 교실을 가득 채운 책들이 우릴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을까? 기계만 있고 책이 없는 미래가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도?

교과서 없는 학교, 칠판없는 교실을 부르짖는 이들이 나는 싫다. 이들이 교육의 주도권을 잡고 아이들과 읽고 쓰는 일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나같은 선생을 무지렁이로 전락시키고서 미래를 준비한다고 외칠까봐 걱정스럽다. 이러한 일에도 필요를 생산해내는 세력이 있고 그들은 그 필요를 과장하여 돈을 번다. 이런 일에 교육은 놀아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종이책은 소멸할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오가 표현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으로도 다 말할 수 없는 재미와 기쁨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 많으니까. 그 맛을 알게 하려고 아이들과 함께 꼭꼭 씹어 먹는 교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 난 세상이 이젠 좀 멈칫하여 뒤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달려봤자 낭떠러지일 줄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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