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개 광칠이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5
유순희 지음, 장선환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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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희 작가님의 신간이 나오면 꼭 챙겨 본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과 <우주호텔>이 자주 언급되고 읽히는 것을 보면 서로다른 취향들 가운데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유순희 님의 책에선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 안에서 인물들 간에 서로 마주보는 시선도 따뜻하다. 이 책도 그렇다.

알렉산더라는 늠름한 이름의 개가, 주인이 이민가는 바람에 사촌누나인 정순 씨 집에 떠맡겨지면서 광칠이라는 아무 이름에 관리 안되는 생활 가운데 비만견이 되어버린다. 박주혜 작가의 <변신 돼지>라는 책에서는 돼지가 어때서? 라며 뚱보를 감싸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는다. 조롱하고 비난하진 않지만 자신을 관리하지 않는 것은 곧 자존감 부족과 우울로 이어지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정확히 보여준다.

자칫 비만인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내용은 아닐까? 아니면 주변의 관리 잘되는 아이들이 그들을 더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을 살짝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사가 워낙 흥미진진하고 재밌으니 그런 생각에 그리 집중하지는 않겠지 라고도 생각해본다. 나자신이 맘에 안드는 상태에서 탈출하기는 쉽지 않다. 뻘밭 속을 헤매듯 묵직한 발걸음은 한없이 나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런 상태를 탈출할 상큼한 도전의식은 필요한거다.

광칠이가 알렉산더였을 때, 주인은 개와 함께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고 늘 열심히 운동을 시켰다. 당시 광칠이는 날렵했고 활력이 넘쳤다. 하지만 정순 씨 집에 온 이후 하루종일 집에 엎드려 있거나 담장 밑에서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간식을 받아먹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비둔해져버렸다. 타고난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상황이 존재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아이를 생각한다. 그 아이는 지금 그 자리에 놓이고 싶어서 놓인 게 아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미워하기보다 적절한 탈출구를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순 씨네 역시 뚱보가족이다. 남편 홍구 씨, 아들 현빈이까지 움직이기 싫어하는 생활스타일에 날마다 족발 등의 야식을 먹는다. 세상에, 딱 나잖아. 나도 이 좋은 봄날에도 휴일에 집에서 뒹구는데. 족발은 아니지만 거의 하루식사를 저녁에 몰아서 먹는데. 아직까지는 정상범위내의 체중이 나오지만 곧 과체중의 계단을 밟을 기세다. (그래도 강아지 산책에는 신경 쓴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홍구 씨의 실직, 정순씨의 전화상담원 취업, 정순씨의 강요에 의한 홍구 씨의 공무원시험 준비.... 등이 가족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해하던 광칠이는 어느날부터 이상행동을 한다. 동물병원에 데려간 가족들은 '우울증' 이라는 수의사의 설명을 듣는다. 그때부터 가족이 함께 변하는 이야기다. 작가는 '꿈'을 이야기한다. 달리고 싶다는 광칠이의 꿈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순 씨 가족의 꿈을.
또 하나는 가족의(공동체의) 유대다. 이제 가족은 서로의 꿈을 격려하고 돕는다. 가망없고 의미없던 공무원시험의 길을 벗어나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아빠의 노력에 모두 박수를 보낸다.

그 가족의 일원으로 광칠이도 당당히 자리잡는다. 엉겁결에 떠맡아 언제든 다른 곳에 보내려고 일부러 정을 주지 않던 정순 씨는 고객의 욕설과 모독에 지쳐 퇴근한 어느날 광칠이가 준 위로에 눈물을 흘린다. 방황하던 홍구 씨가 혼자 화내다 제풀에 지쳐 눈물을 흘릴 때 광칠이는 그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주었다.
-홍구 씨는 내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쓸쓸하게 웃었다.
"내 눈물 닦아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아참, 이 책의 화자는 광칠이다.)
현빈이 또한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감을 얻어가는 이야기를 광칠이한테 털어놓으며 기쁨을 나눈다.
친한 친구 한명이 자신이 가장 깊은 슬픔을 겪을 때 가장 큰 위로를 반려견에게서 받았다는 고백을 한 적 있다. 천방지축 우리집 땡칠이는 언제 철이 들어 가족을 사려깊게 위로할지 모르겠지만... 천지분간 못하는 와중에서도 나름 위로는 된다. 집에 주로 혼자 계신 아버님도 그러신 것 같다. 나를 반길 이, 이놈 말고 누가 있으랴.^^;;;;;

이제 가족의 뚱뚱함은 더이상 거론되지 않는다. 달리는 게 꿈인 광칠이 빼고. 그러니 <변신돼지>의 메시지와 이 책의 메시지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 모습을 내가 사랑할 수 있는가이다. 꿈꾸고 도전하는 일에 나 스스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가이다.

이 책은 정말 재밌다.(내가 개엄마가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재밌게 읽으면서 혹시라도 내가 걱정하는 일말의 상처를 받지 말고, 작가의 메시지만 쪼옥 빨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뚱뚱해서, 혹은 키작아서, 혹은 머리가 안좋아서, 무엇을 잘 못해서 주저앉은 아이들아! 이 책 재밌게 읽고 다리에 한 번 힘을 주어 봐! 일어나서 발을 떼어 봐! 주변에 응원해주는 사람이 꼭 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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