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 보고서 큰숲동화 9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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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미치겠다. 이 책은 또 뭐냐.^^ 유승희 작가는 '콩팥풀 삼총사'로 내게 인상적인 작가라 이 책을 발견하고 당장 주문했는데, 이건 뭐 웃기고 엉뚱하고 어이없는 새로운 차원의 상상력이다.

이 작가가 주변인이라면 난 싫을 것 같다. 미술 전공이고 유학까지 다녀왔으며 그림작가로 활약했는데 언제부턴가는 동화도 쓰게 되었다는.... 세상은 공평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한가지만 뛰어나도 족할텐데 세상 참 너무하네.ㅎㅎ

외계생명체와 발달된 과학을 다뤘으면서도 이 책의 상상력은 초반에는 참 태평하며 발랄하다. 우주선에 탑승했던 외계인 셋이 사고로 지구에 불시착한다. 그들은 지구보다 훨씬 더 앞선 문명을 가진 나끄 행성에서 왔다. 함장 뽈라와 항해사 루까, 그리고 우리치 박사. 이렇게 생명체 셋과 인공지능 쮸비가 지구에서 겪는 이야기다. 박사는 지구인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고는 흥미를 느껴 귀환을 미루고 근접관찰을 결심한다. 그가 알아내는 인류에 대한 정보들이 흥미롭다.
"역사의 대부분이 거의 전쟁이야."
"문학작품이나 철학 사상을 살펴보면 꽤 고결한 면도 있기는 한데...."
"폭력이 있지만 희생과 협력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이 또 그만큼 있단 말이지."

폭발의 충격으로 셋의 탈출정은 링크가 끊어져 함장 뽈라만 다른 곳에 떨어졌다. 그곳은 박사장의 재활용센터(고물상). 박사장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함장은 인간의 인간적 성품을 제대로 체험한다. 다른곳에 떨어진 나머지 둘은 인간의 비인간적 성품을 체험.... 모든 기능이 탑재된 털을 깎이고, 언론에 보도되어 구경거리가 되고, 결국은 우주항공센터에 잡혀가는....

아참, 외계생명체의 생김새에 대한 상상력이 참 중요한데 이 책에선 그 설정이 정말 너무 무성의하달까?ㅎㅎ 지구의 한 동물종, 개와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물론 외양만 그런 것이다. 인간을 보고 "뭐야, 다른 생물체를 포식하는 종족인 거야?" 라며 놀라는데, 그들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생존하는 생명체라 한다.^^ 세포조직과 내부 기관이 전혀 다른 것은 물론이고.

함장 뽈라가 나를 만났다면 훨씬 쿨하고 밋밋하게 지구를 떠날 수 있었을 텐데(물론 그러면 기승전결이 성립되지 않아 이야기가 되지 않음), 무뚝뚝하지만 의리있고, 우직하지만 정이 깊고, 무관심한듯 오지랖 넓은 박사장을 만나서 여러가지 감정 체험을 하고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가슴 졸이게 만들어낸 후에 자기들 별로 돌아간다. 발달한 문명의 그들은 지구인에게 남아있는 그들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고 떠났다. 그들에 대한 흔적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기억 한조각마저도.

마지막장, 에필로그에선 나끄 별로 돌아간 우리치 박사의 보고서 내용이 나온다. 그 보고서는 엄청 욕을 먹는다. "이런 보고서가 어디 있소? 이런 하나마나한 보고서는 안 가 보고 여기서 써도 되겠소!"
그 보고서의 제목인 즉 이렇다. "말기 화석 문화와 지구인 생태 - 원시 문명의 역동성"
그 내용은.... 내가 아무리 스포에 개의치 않고 리뷰를 쓰는 스타일이지만 이건 참겠다.ㅎㅎ 세상에 딱 떨어지는게 뭐 그리 있으랴. 중요한 일일수록 규정하긴 힘든 법.^^

외계인의 눈을 빌어 인간을 바라본 작가는 이렇게 말하나마나한 메시지를 엉뚱한 상상력 안에 선명히 남겼다. 만화영화나 연극으로 각색해도 재밌지 않을까 라는 문외한의 의견을 남겨본다. 다음으로 작가의 최근작 <불편한 이웃>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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