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가.... 청소년 소설에 가까운 고학년 동화다. 아이들의 상황과, 심리와 행동이 아주 현실에 가까우면서도 현실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슬픔이 느껴져서다. 나의 모자란 성품으로는 그렇다. 이 사람들을 현실에서 내 학생으로, 내 가족으로 만난다면 나는 슬픔보다 화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걱정하고 슬퍼하는 감정보다 짜증내고 답답해하는 감정이 앞서서 괴로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이 책은 경상도 산골의 한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편의 연작이다. 제일 먼저 시골집에 맡겨진 진수 진희 남매가 나온다. 자신도 추스르기 힘든 부모는 몇년째 아이들을 보러오지도 못한다. 여름방학이 되었지만 즐거운 계획이 있을 리 만무. 그곳 민박집에 빚쟁이들에게 쫓긴(쫄딱 망한) 뚱뚱보 가족이 들어온다. 서로 놀리고 골탕먹이고 원수같던 아이들이 슬금슬금 같이 노는 장면이 짠하다. 그리고 어느새 채워진 마음의 자리가 또 비워질까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먹먹하다. 한 사람의 소중함을 이 북적이는 도시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지.뚱보가족은 떠나고 개학이 되었다. 두번째 작품엔 진수를 힘들게 하는 까칠녀석 기열이가 나온다.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고 그때문에 서울에서 공기좋은 이곳 외갓집으로 왔다고 하지만 기열이는 알고 있다. 부모님이 이혼 위기라는 것을. 이녀석은 마음의 아픔을 온갖 못된 짓과 못된 말로 풀어낸다.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은 싫어하고 아이는 더욱 악에 받치고 악순환이다. 마음의 상처가 눈에 보여 손을 뻗어도 고슴도치를 건드리면 내 손에 피가 나게 마련이니.... 이런 아이가 있으면 참 힘들다. 다행히 작품 속의 선생님은 여유있는 베테랑이셨다. 아 나는 자신이 없는데....세번째 작품에선 여자 어른이 민박집에 찾아온다. 그녀는 20년 전 마을을 떠났던 미숙이였다. 순간순간 잘못된 선택들이 모여 만신창이가 된 그녀. 핏덩이 같은 딸을 어머니께 맡기고 떠돈지도 몇 년. 고향에 돌아와서 만난 짠한 아이들이 그옛날 소꿉친구들의 자녀들인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집을 봐도 저집을 봐도 상처 없는 집이 없다. "어찌 사는 게 다 이 모양 이 꼴인지."(169쪽) 그녀는 딸을 찾아 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이 책의 중요한 장치 두 가지가 있다. 외로운 진수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인 나무 조각. 정표로 주고 받은 물건이며 각 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1장은 나무 배, 2장은 나무 물고기, 3장은 나무 새. (나무 새는 진수가 아닌 기열이가 깎아서 미숙 아줌마 떠날 때 줬다.)또 하나는 개울물. 신비의 약효가 있는 것도 아니건만 언제나 그 자리에 한결같은 개울물은 이들을 어루만져주고 맑아지게 해주고, 그제야 정신들어 나를 보게 해주고 기분까지 나아지게 해준다.작가의 말에 나온 '개울물'이라는 동시에 작가의 메시지가 담긴 듯하다.깨진 돌뾰족뾰족한 돌울퉁불퉁한 돌돌돌,보드랍게 어루만지며 가네.누구에게나 개울물만은 늘 거기에 그대로 있으면 좋겠다. 돌아갈 곳은 있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