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오디션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20
한영미 지음, 박현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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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오디션 / 한영미 / 살림어린이>

이 책도 꽤나 의미심장하네. 키워드는 '경쟁' 이라고 하겠는데, 경쟁을 꼭 필요한 것으로도, 절대악으로도 보지 않는 새로운 시각이 의미있다. 경쟁에 찌들어 말라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동화는 이미 많이 봤으니까.

이 책을 알게 된 건 강남도서관에서 보내주는 토달자(토론의 달인되자) 자료에서였다. 신청하면 담당자 메일로 보내주고 그걸 받아서 우리학교 선생님들께 배포해야 된다. 요즘 공공도서관의 행사나 자료들은 모두 질이 높다. 작년 토달자 자료들은 딱히 선택하고픈 책이 없어서 그냥 받아만 두었는데, 올해 첫 자료에서 다룬 이 책이 왠지 끌려서 읽어보았더니 꽤 맘에 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으뜸이가 5학년. 5학년에게 딱 맞겠고 위아래로 한학년 정도 넘나들 수 있겠다. 활용하게 되면 토론자료도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으뜸이는 성격상 경쟁에 취약하다. 경쟁을 즐기는 승부사들도 있지만 경쟁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으뜸이같은 사람들도 있다. 나도 으뜸이 쪽에 가깝다. 되도록 경쟁상황에 나를 담그지 않는 편이다. 경기나 게임 같은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연수때 강사님이 짝게임 같은 걸 시키면 속으로 좀 짜증난다. 그럴 땐 2:1정도로 내가 지는게 편하다.(단 3:0은 좀 그렇다.^^;;;) 내가 살아오며 지나온 경쟁의 상황은 대입과 임용 정도가 있겠다. 어쩌다보니 지나왔는데, 다시 그자리로 돌아가는 건 사양하겠다. 이후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는 절대 눈돌리지 않고 살금살금 살아왔다. 앞으로는 더더욱 없을 거라 예상한다. 아 그거슨... 도전이 없다는 뜻일까?

이 책의 으뜸이는 나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 매일 단어시험을 봐서 왕관을 씌워주는 영어학원은 진작 때려치웠고, 반편성고사를 봐서 결과를 복도에 게시하는 수학학원도 때려치울 판이다. 그나마 좋아서 다니는 구민회관 독서교실에서도 자꾸 퀴즈대회 같은 것을 해서 으뜸이를 힘들게 한다. 여기서, 교사들이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경쟁식 활동을 할 때 신나서 참여하는 아이들의 그늘에서 달갑지 않거나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이면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으며, 따져보면 조심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이러한 으뜸이의 거울이자 성인판으로 등장하는 조연은 외삼촌이다. 동네 수퍼를 하다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지레 장사를 접고 빚쟁이들에 쫓기는 외삼촌은 엄마와 외할머니의 애물단지다. 허구한날 대형마트 핑계를 대며 뭘 하려고 하질 않는다.

그리고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으뜸이의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는 외할머니다. 손주 봐준 공 없다고, 요즘은 점점 할머니들도 자기 삶을 찾는 추세지만, 집집마다 이런 할머니가 계시다면 아이들의 결핍은 훨씬 줄어들 것 같다. (음 그치만 나는 나중에 손자한테 이런 할머니가 되어주진 못할거다.ㅠ)

으뜸이에게도 하고 싶은 것은 있다. 독서교실 수업으로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 경쟁자가 몰려 오디션을 하게 되자 절망하는 으뜸이. 원하는 마음만큼 아쉬움도 크지만 그래도 포기하려 하는데.....

작가는 경쟁 중의 극단인 '오디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모든 일에 경쟁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정말 너희들이 원하는 일이 다가오면 그땐 한번 도전해 봐. 실패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아. 미리부터 포기하지는 마" 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디션 경쟁자였던 준희를 통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결과에 기꺼이 승복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여준다.

크고작은 욕망들이 인간을 지배한다. 남의 욕망에 짓눌려 나의 욕망을 잊은 사람도 있고, 이룰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고개를 돌린 사람도 있고, 욕망을 주체못해 추한 몰골로 주변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으며 큰 욕망의 불길을 용케 잘 다루어 주변까지 비춰주는 사람도 있다. 욕망을 이루려 애쓰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며 그 과정에 경쟁이 있더라도 해볼만한 도전이다. 페어플레이 정신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박수를 보내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음 그러고보니 나의 인생은 참 도전없는 인생이었네. 뭐 그것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스릴없고 좀 심심했긴 하지만 그게 좋으면 그렇게 사는 거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다만 선택에 책임 지기. 포기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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