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랑별 때때롱 (양장) 개똥이네 책방 1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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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시 읽어봤다. 내가 손꼽는 작품 중 하나인데다 4학년 수준에도 잘 맞아서다. 학년마다 권정생 선생님 작품을 하나씩 넣는다면 4학년-랑랑별 때때롱, 5학년-밥데기 죽데기, 6학년-몽실언니 이렇게 넣겠다. 특히 이 작품은 2007년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남기신 유작이고 자연과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걱정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오늘 과학수업은 지구와 달 단원 마지막 차시 '소중한 지구를 어떻게 보존할까요'라는 주제였다. 수업을 하다가 이 책 만큼 그 주제를 잘 말해줄 책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대여섯 명이 반갑게 손을 들었다. 작년 선생님이 일부를 읽어주셨단다. 다른 아이들도 관심을 보인다. 다음 돌려읽기 책으로 이 책을 확정해도 되겠다는 느낌이! 아 결정은 어렵다.^^

권정생 선생님을 가까이서 지켜본 것도 아니라 잘 모르지만 아주 순수한 영혼을 가지신 분인 것 같다. 거의 순진함과 해맑음 수준. 그분은 무소유와 소박하고 부지런한 삶으로 진정성을 증명했기에 그 순수함에 아무도 딴지를 걸지 않는다. 하지만 탐욕스럽고(아주 그러한 사람에 비해 심하진 않으나 권정생 님에 비하면), 게으르고 특히 몸뚱이 움직여 일할 줄 모르는 나는 그분이 그리는 순수한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ㅠ

선생님은 머리말에서 "엄마 아빠가 없는 동물을 왜 만들까요?" 라고 묻는다. 이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 지구별의 새달이 마달이 형제는 랑랑별의 때때롱 매매롱 형제와 교신을 하던 끝에 랑랑별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시골마을 쯤 되는 모습이다. 밤이면 호롱불을 켜고, 반찬은 자연에서 난 것으로 세 개 이상 넘지 않는.... 때때롱 할머니는 말끝마다 "500년 동안..." 어쩌구 하시는 수수께끼 같은 말씀을 하신다. 어느날 일행은 투명망토를 입고 랑랑별의 5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놀랍게도 그곳의 500년 전은 우리가 상상하는 지구의 가까운 미래 모습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유전자 조작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자연적인 것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그런 세상에서 랑랑별이 500년을 걸려 겨우 회복한 모습은 바로 지구의 50년전 모습과 같았던 것이다.

50년까지도 아니고 내가 고등학생 때 얘기다. 친구 국어 선생님이 여행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는데 "얘들아, 그 나라에선 가게에서 물을 사먹어." 이 말씀에 아이들이 박장대소하며 "와하하~ 물을 사먹는대~" 이랬다고 한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 물을 사먹는건 일상이고 이제 공기도 사서 마셔야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노는게 좋다는 걸 백번 알아봤자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 확인하며 운동장은 텅텅 비어가는게 요즘의 모습 아닌가 말이다. 학부모님들은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라고 민원이 빗발친다. 인간이 저지른 일들은 기계가 해결하고, 그러는 와중에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우리는 랑랑별의 500년 전의 모습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500년을 애쓴들 랑랑별처럼 과거로 회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버리고 느리고 불편한 생활을 각오할 수 있겠는가, 몸으로 땀흘려 사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 희생(?)을 다함께 결단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권정생 선생님은 본인의 삶으로 실천하셨지만 나는....ㅠ

그러나 진리는 단순하고 순수하다.(그에 이르는 길은 단순하지 않다 물론...ㅠ) 그 진리가 이 동화에 담겼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근데 읽고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 이제 그걸 고민할 차례다.

*1. 아참, 10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 이 책의 삽화다. 인물을 그림자인형처럼 처리한 이 삽화들은 따로 그림책으로 제작해도 좋겠다 싶을만큼 멋지다. 그림자인데 표정과 생동감까지 담긴 느낌. 이 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요소다. 읽고 나서 이 책의 그림을 본따 책의 일부분을 그림자인형극으로 만들면 어떨까? 아 그러려면 장비를 사야한다.....^^;;;; (행정실에서 중고거래는 못해주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 사비로라도?ㅠ)
*2. 머리말에 "그다지 잘 쓴 동화 같지는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순진함이 느껴져 웃음짓는다. 아닙니다 선생님. 질병의 고통 중에서도 좋은 동화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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