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옵쇼 분식집 장애공감 어린이 7
이이다 도모코 지음, 나가노 도모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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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공감어린이 시리즈 일곱번째 권이다. 시리즈 제목들을 훑어보니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이 참 좋았으니 다른 책들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남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경험을 해보거나 그에 준하는 어려움을 겪어 본 후에야 우리는 그동안 이해한다던 몸짓이 시늉에 가까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이해를 제외하면 모든 이해는 매우 천천히 일어난다. 듣고, 보고, 내 생각을 내려놓고, 다시 귀기울여 듣는 과정을 통해 아주 조금씩. 공감이란 그 후에 일어난다. 그또한 아주 조금씩.

장애공감을 위한 동화를 쓰고 읽는 일은 그 작은 일의 일부일 것이다.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 그것이 문학이 가진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은 경험이 쌓이면 남의 삶에 함부로 폭력적인 언행을 가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적어도 용감하고 떳떳하게 그런 일을 자행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될 수 있으면 자주 이런 좋은 작품들을 접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오카 슈조의 <우리 누나>에서처럼 이 책의 화자도 지적장애 누나를 가진 동생이다. 이 책은 장편이라 여러 사건과 상황들이 더 세밀하고 자세하다. 누나가 일을 해서 받은 돈으로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는 일화 등이 비슷하기도 하다. 제목인 '어서옵쇼 분식집'은 남매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분식집의 요리와 운영을 직접 하는 부모님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 와중에 엄마는 누나의 자립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누나는 이미 할머니의 뜨개질을 따라 배워서 '아즈사표 손뜨개'로 많은 작품을 생산해 낸 바 있다.(물론 작품의 완성도는 감안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가게 일을 돕게 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한편 이 와중에 동생 '쇼'는 많은 진통을 겪는다. 장애아동의 형제들이 거의 그렇듯이. 나름 한다고 하는, 내가 볼 때는 너무 착하고 반듯한 동생인데도 인정과 이해에서 제외될 때가 많다. 부모님도 에너지와 정신력에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삭이고 별다른 일탈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더 순종적인 면이 있다더니 정말 그런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소소한 폭발은 일어난다. 쇼는 엄마 때문에 그 타이밍을 놓쳤다. 엄마가 먼저 가출해버린 것. 하루만의 가출동안 엄마는 어디서 어떻게 충전해 왔던 걸까? 책의 마지막에서 쇼도 마음에 있던 울화를 털어낸다. 중요한 요인은 뭐였을까? 엄마와 쇼가 거의 같은 방법으로 채워졌다는 것은 내게 있어선 꽤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엄마한테 인정받지 못하던 쇼의 특기(점토공예)를 위해 엄마가 가게의 공간을 내어준 일 또한 흐뭇한 결말이었다.

그 외 내 마음에 박힌 말,
"평범한 생활이란게 뭘까? 우리 가족이 평범하게 살지 못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동네 아주머니들의 말을 우연히 듣고난 쇼의 생각)
"혼자 감당하려고 하지 말라면서, 그 뭐더라, 그래, 장애인 가족모임 전화번호를 적어 줬어."(하루만의 가출에서 돌아온 엄마가 한 말)

평범. 연대. 다른 것도 많지만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두 낱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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