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 맥을 잡아주는 세계사 12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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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했던 역사의 순간들

 

최근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를 봤다. 청나라 군대에 쫓겨 도성을 버리고 피신한 남한산성. 고립된 남한산성에서의 삶은 한 나라를 이끄는 임금과 신하라면 말이 무색할 정도로 궁핍함의 극치였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적에게 쫓겨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예법을 운운하고, 절차와 법도를 따지며 옥신각신하는 군신들을 모습이었다. 저게 정말 16세기 조선의 현실이었고, 조정 중신들의 현실이었단 생각이 들자, 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제 정신이 박힌 인물로는 오직 역적으로 기록에 남고 역적으로 기억될 것을 알면서도 오직 현실만을 직시하는 최명길 한 사람 뿐인 듯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조선조정을 이끈 인조와 당시 조정 신하들의 무능함과 엉뚱함의 극치였다. 차라리 광해군이 폐위 되지 않았더라면, 조선의 역사,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다. 이처럼 역사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만약이라는 어휘를 내세워 새로운 가정을 해보면, 또 다른 흥미와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정 지점마다 어떠한 사건, 즉 대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주목을 하고 거기에서부터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만약 그 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역사가, ‘그 사건을 겪음으로써 물줄기를 틀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은 흥미로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8)

 

그 때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가 아닌 페르시아가 승리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52~3) 만약 피사로의 잉카 침략이 실패로 끝났다면 남미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식민지배를 당하며 남미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문화유산 마추픽추 앞에 비밀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살아남은 잉카와 마야 문명이 북미까지 영역을 넓혀 현재의 미국은 그 모양새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210~211) 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만약에로 시작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가정과 궁금증을 토대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인류 역사 전체를 꿰뚫는 놀라운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는 제목답게 굉장히 흥미로운 세계사 이야기가 담겨 져 있다. 사실 어느 역사든지 간에 파란만장하지 않은 역사가 있겠는가마는 특히 이 책에 소개된 10대 사건은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실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 라인이 매우 흥미롭다보니, 영화나 연극, 뮤지컬 작품의 소재로도 단골로 사용되어 다양한 작품들이 제작되기도 하였다. 챕터1의 살라미스 해전은 영화 300 2편으로 제작되어 큰 흥행을 거두었다. 살라미스 해전은 유럽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의 원전은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헤르도토스의 <역사>초반부에 등장한다. 이 외에도 종교 갈등으로 발발한 십자군 전쟁,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검은 바람, 흑사병 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스토리이다. 콜럼버스의 대발견 역시, 그 이면의 역사는 원주민 대학살로 이어진다.

 

반란인가? 혁명인가?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용맹한 프랑스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시켰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를 옥죄던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제 그들은 왕도 귀족도 무섭지 않았다.

부르봉 왕조는 물러가라! 이제 민중의 시대가 도래했다.”

농민들이여! 농기구도 좋다. 무기로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릴 게 없다. 그동안 우리를 업신여겼던 영주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222~223)

 

빅토르위고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보여주는 프랑스 혁명 또한 유럽의 역사를 뒤흔든 사건으로 유럽의 역사를 논하면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세계사의 대사건이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이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가사로도 알 수 있듯이 프랑스 대혁명은 절대 권력과 부패 정치에 억눌려 억압받던 민중들이 반기를 든 민중 봉기 사건으로 봉건제를 타파하고 유럽인, 나아가 전 세계인들의 자유, 평등, 박애를 가져온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책을 읽다가 드라마나 영화 등의 작품에서 봤음직한 장면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편린 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나 내용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의 전후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과거의 기록과 사실을 통해서 미래의 삶을 예측해 내는 것, 이게 진짜 살아 있는 역사 공부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시작이 어렵고, 접근하기가 벅차서 그렇지 제대로 된 좋은 텍스트를 골라 마음먹고, 요모조모 뜯어보고 공부하다 보면, 역사, 세계사만큼 흥미롭고, 놀라우면서 신기한 사건,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도 드물 것이다. 세계사는 인류의 역사는 물론 지구촌 세계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학문이다. <파란만장 세계사 10대 사건 전말기>는 살라미스 해전, 십자군 전쟁, 잉카의 멸망, 프랑스 혁명, 히틀러와 세계대전의 발발 등 인류 세계사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주제별로 파악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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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 노자 <도덕경> 나를 살리는 마음공부
구로사와 이츠키 지음, 박진희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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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에서 배우는 마음 공부

 

현자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당신 주변에 혹여 무슨 일이 일어나도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똑같은 얼굴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2,500년 전 고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전은 이미 대단히 매력인적 텍스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 백 년이 지나고 몇 천 년이 지나도 고전 속에 담겨 있는 진리는 쉽사리 왜곡되거나 변형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책 제목이 시선을 끄는 예쁜 책을 만났다.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그냥 무심코 읽었는데도 제목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그리고 그냥 읽기에는 대단히 쉬운 제목의 글 같지만, 곱씹어 읽어보면, 담겨 있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책은 노자의 <도덕경>을 감명 깊게 읽은 구로사와 이츠키가 <도덕경>을 읽으면서 한 고민과 생각, 느낌 등을 자신의 시각과 관점에서 재해석 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도덕경>은 대략 2,500년 전 노담, 우리에게는 노자로 익숙한 이가 지은 책이다. 그런데 하고 많은 고전 중에 하필이면 <도덕경>인가?

이츠키는 학교 졸업 후 그래픽디자이너로 첫 취업했을 당시 직장에 다니면서 늘 남들과 비교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과연 이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저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불행하지?‘ 발전을 위한 고민은 하지 않고 매일매일 불평하며 엉뚱한 생각을 하던 중에 머리를 식힐 겸 찾았던 동네 서점에서 우연히 노자의 <도덕경>을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교과서에서나 보던 책이라 무슨 고릿적 이야기가 들어 있나 하는 호기심에 열어본 책에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문장들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츠키는 <도덕경>을 읽은 다음 만난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는 전혀 달랐다고 하며 <도덕경> 공부에 침잠했다고 한다. 궁금했다. 무엇이 새롭고,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도덕경> 공부로 인해 뭐가 어떻게 달라졌다는 말인지, 알고 싶었다. 알려면 일단은 읽어야 했다.

 

사실 요즘에는 실제 자신보다 더 크게 보이고자 무언가를 어필하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런 자기주장은 그저 남은 밥에 불과하다. 차려 놓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사람들은 남은 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츠키의 책 속에는 삶에 지침이 되는 나침판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어두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더 낫거나 못한 것은 없다. 마음을 비우면 살아나는 것들, 마음을 텅 비우는 법, 버드나무에 눈이 쌓여 부러질까,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 등등 세상을 살아가는데 알고 두면 유익한 이야기들이었다. <도덕경>은 고리타분하고 내용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지레 짐작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전혀 어렵거나 고리타분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법, 많이 소유하지 않고서도 만족하며 사는 법, 세상이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등 이 책을 통해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 입에 회자되는 도덕경의 내용을 현대적인 언어와 의미로 재해석하여 도덕경의 내용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한문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번역과 한자로 된 원문이 챕터 말미마다 들어가 있다.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읽으면서 한자, 한문도 익히고, 교양과 교훈까지도 아울러 배우고 익힐 수 있어 여러므로 유익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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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기행 - 제주를 두 번째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오름 40곳
손민호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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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기행

 

오름의 맹주, 어승생악

어승생악 정상에서 한라산 정상부를 바라다보면, 산이 덩어리째 서 있는 아주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하여 어승생악 정상은 한라산의 북쪽 모습을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가 된다.

서우봉은 전망이 빼어난 오름이다. 물결 잔잔한 함덕 바다 뒤로 한라산이 보인다.

초록이 번지는 세상, 사려니숲길과 사려니 오름,

사려니숲길은 이름도 예쁘고, 길도 예쁘고, 이야기도 예쁜 길이다. 사려니숲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이름에 담긴 뜻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려니숲길은 사려니오름 가는 길이다. 사려니라는 이름도 실상은 오름에서 빌려왔다. 사려니숲길은 비 내릴 때 더욱 좋다고 한다.

 

오름에 오르면 제주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름에 오름으로서 진짜 제주다운 제주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사실상 오름은 제주의 그 어떤 관광명소보다 더 제주다운 제주의 매력이 담겨 있는 곳이다. 오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제주 오름 기행>을 보면서 많은 다양한 오름을 만났다. 제주도를 가게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픈 오름도 있었다. 사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오름은 몇 번 가봤지만, 이 곳이 오름인 줄 모르고 간 곳이 대부분이었다. 진작에 오름에 관한 책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미리 공부를 하고 갔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업무든 휴양이든 일 년에 1~2차례는 꼭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다녀온 횟수가 제법 된다. 한 번, 두 번 제주도를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들끓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제주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썩 그리 많이는 닿지 않는 제주다운 제주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제주의 숨은 비경을 자랑하는 명소는 여러 곳이 있겠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각광지가 바로 올레 길 코스에 있는 명소와 오름들인 것 같다. 오름은 제주의 자연생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름은 화산 분화구에 의해 생긴 야트막한 산을 의미하는데 제주도에는 이 오름이라는 이름의 산이 무려 368개나 있다고 한다. 올레길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오름, 오름이 가진 최고의 매력은 정상에 올라 제주도의 동서남북, 전후좌우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좋은 점은 맑고 깨끗한 제주의 청정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겨우 30~40분 정도면 야트막한 정상에 올라 시시때때 변화무쌍한 제주의 다양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368개의 제주 오름 중에서 여행자가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을 오름 40곳을 소개하고, ‘나다(화산 그리고 오름)’, ‘살다(사람 그리고 오름)’, ‘들다(숲 그리고 오름)’, ‘걷다(올레 그리고 오름)’, ‘울다(김영갑 그리고 오름)’의 다섯 개 주제로 분류해 놓고 다양한 이야기와 사연, 사진 등을 담고 있다. 사진이 주는 오름의 이미지는 보는 순간 직접 가서 보고 싶을 정도로 대단히 강렬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일 년 사시사철 가운데 여행하기 가장 좋은 적기가 바로 지금 이 맘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단어를 연상하면,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제주도이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이 빚어낸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두말 않고 제주를 꼽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비싼 항공료 때문에 제주 여행도 큰 마음먹고 가야했지만, 지금은 KTX 운임비 보다 더 저렴한 저가항공료에 다양한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의 저렴한 숙소와 가격 착한 다양한 먹거리 거기다 입장료 없는 아름다운 곳도 많아서 최소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며 아름다운 제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용눈이 오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바람.

몇 년 전 송중기와 박보영이 열연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늑대소년>의 촬영지 중 한 곳이 바로 이 곳 용눈이오름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온갖 매체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오름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유명해지다보니, 오름 아래에는 화장실과 매점을 갖춘 주차장까지 생겼다고 하는데, 나중에 제주에 가게 된다면, 이 곳 오름은 꼭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

 

성산일출봉도 오름이다. 그러나 성산일출봉은 오름 이상의오름이다. 클래스가 다르다.

바다를 노려보며 성채처럼 우뚝 선 이 화산암 덩어리의 의의와 가치는 낱개의 오름이 감당할 수준과 범위를 한참 넘어선다. 누구나 성산일출봉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성산일출봉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산일출봉의 원래 이름은 성산(城山)이다. 산이 성처럼 서 있어서 성산이다. 조선시대 많은 문인들이 이 곳 성산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겼으며 얽힌 전설만 해도 책 한 권 분량은 거뜬히 된다고 한다.

 

<제주, 오름, 기행>을 읽으면서 책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 해 봤더니, 이 책에는 오름만 있는 게 아니고, 사람, 사람이 있었다. 저자에게 오름의 존재를 알려준 지금은 고인이 된 어느 사진작가가 있었고, 제주 올레 길을 연 여인이 있었으며, 가난했던 시절 소 그림을 그렸던 예술화가도 있었다. 제주와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 제주만의 역사와 문화, 숨결 등이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건 눈이 아니라 귀로 쓴 이야기였기에, 손이 아니라 발로 쓴 이야기였기에, 또 하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길에서 만나 허다한 인연에 의해 얻어 진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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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민화다 - 이야기로 보는 우리 민화세계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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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이 담겨 있는 우리의 그림, 민화

 

언제부턴가 우리 옛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옛 그림 감상하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옛 그림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정겹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리고 그림마다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추상화나 서양화와는 달리 어렵지 않게 그림의 내용이 읽힌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미술관이 있는데, 가끔 미술관에서 우리 옛 그림 전시회라도 열릴라 치면 아무리 바빠도 전시회 기간 중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가서 꼭 보고 온다. 전시된 그림을 한 작품씩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아이들과 그림 속 사연과 내용, 느낌, 감상 등을 주고받는 재미가 솔솔하다. 사실 그림 보는 법은 몇 년 전에 박신양과 문근영이 출연하여 단원과 혜원의 일대기를 다루었던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조끔 배웠다. 이 드라마는 재방송까지 챙겨 볼 정도로 아주 감명 깊게 본 드라마인데, 그 드라마 속에서 정조는 두 화원이 그린 시정의 풍속 그림을 통해 관리의 부정부패를 발견하여 죄를 지은 관리를 엄하게 문책하던 내용과 화원들이 그린 그림을 임금과 신하들이 품평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민화(民畵)는 민화(民話). 같은 말 같지만, 한자가 다르다. 앞의 민화(民畵)는 백성들이 그린 그림, 백성의 그림을 뜻하는 민화이고, 뒤에 민화(民話)는 백성들의 이야기란 뜻의 민화이다. 책을 보고 솔깃했다. 사실 민화 중에서도 좋은 그림들이 많고, 예전에 보면서 이 그림을 도대체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뭔지, 선뜻 와 닿지 않은 그림들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한편, 조선시대 민화를 읽고 완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가 되었다.

 

책가도, 조선시대 서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것은 책이 아니고 그림일 뿐이다. 1791년 정조가 어좌 뒤에 책가도병풍을 설치하고 신하들에게 작심하고 한 말이다. 이 한마디는 책 그림의 유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책을 보면서 민화의 범위가 의외로 크고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림에는 풍속화, 인물화, 산수화, 수묵화, 문인화 등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민화는 이 모든 개념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민화는 우리의 사상, 정서, 감각 등을 담고 있는 그림이기에 한국화로 불리는 것이 맞다.” 2017년 솔거미술관에서 열린 경주민화포럼 행사에서 성파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민화의 본질은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다. 민화 속에는 우리의 정서, 취향 말고도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궁중회화가 고급스런 한정식이라면, 민화는 김치나 된장처럼 구수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민화(民畵)는 문자 그대로, 서민의 그림, 일반 백성들의 그림이 모두 민화의 범주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문화센터나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가보면, 민화 퀼트, 민화 그림 반이 개설되어 있을 정도로 민화에 대한 관심도 높고 뜨거운 것 같다.

 

삼국지연의도 중 조자룡이 창을 잡고 말 위에 올라 유비의 어린 아들을 구하는 자룡단기구주는 실로 멋진 그림이다. 과거 영화나 텔레비전이 없었을 때 순수 글씨로 된 삼국지의 내용을 그림이 보여주는 힘은 정말 신세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후에 기회가 된다면 조선민화박물관에 가서 큰 실물 그림을 꼭 한번 보고 싶다.

 

 

지난 추석에 차례를 지낸 다음날 연휴도 길고 해서 가족들과 경주 나들이를 갔다. 보문단지와 유명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많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보문호 주변의 둘레 길을 걷다가 마침 경주 엑스포가 추석 연휴 기간에 무료개방이라고 해서 놀러가게 되었다.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다가 솔거미술관을 발견하게 되었고 자연 발걸음을 그곳을 향하게 되었다. 솔거미술관은 20172월 경주민화포럼이 열렸던 바로 그곳이었다. 경주민화포럼이 개최되었던 미술관답게 이곳 미술관에서 우리의 시골과 산, 들을 그린 멋진 우리 풍경화와 그림들을 다소 만날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그 그림들을 생각해 보니, 그 그림들이 바로 민화였다. 민화 그림 속 특유의 구불구불하고 거친 선들은 기교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순수한 표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민화의 그림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민화를 모르고 볼 때는 저게 무슨 범이고, 호랑이인가? 외람되지만 민화 속 호랑이를 그림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 적도 있었다. 이제 막 그림을 배우는 초등학생이 그려도 저거 보다는 잘 그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어리석은 생각임을 알았다. 민화는 그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그림처럼 기교가 없고, 순수하며 천진하고 솔직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승화된 동심이 들어가 있는 수수한 그림이야말로 바로 우리 민화가 표현해 내고 담고자 했던 그림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민화 그림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볼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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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글, 뜻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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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뜻에 담긴 한자 이야기

 

좋은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책이라 하면, 일단 내용이 좋고, 가독성도 좋아 신나게 읽히는 책을 말함이다.

더하여 유용한 지식과 교훈, 배울 점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면,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 >과 같은 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소개 글을 보고 굉장히 흥미롭겠다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다. 평소 한자에 대해 관심이 있고, 한자 공부를 해 본 이들이라면, 정말 재밌게 그리고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 >은 많은 한자의 자원, 즉 한자의 생성원리의 풀이와 설명을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루하거나 답답한 한문 책과는 거리가 멀다. 더하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삶의 정수를 담아낸 문장은 독자에게 교훈과 감동을 선사한다.

말과 생각은 느낌이 흐리는 강이며

글은 생각과 느낌을 담는 바다다.

 

우리는 잃은 게 너무 많다.

텔레비전을 얻은 대신에 대화를

컴퓨터를 얻은 대신에 생각하는 힘을

휴대전화를 얻은 대신에 독서를

인터넷을 얻은 대신에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키보드를 얻은 대신에 붓마저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대단히 마음에 들었고, 첫 장을 읽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당연한 말 같고, 쉬운 말 같은데, 담겨 있는 의미를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흔히 인생을 살면서 뭔가 하나를 얻고 나면, 나머지 하나를 잃게 된다고 했는데, 과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얻은 것에 비해 잃는 것들이 사실은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더불어 선조들의 삶과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낙이불음(樂而不淫)하며 살았던 선조들과는 달리 매순간 자극적인 쾌락만을 찾아 헤매고 있는 현대인들은 기술과 정보를 얻은 대신에 결정적으로 머리와 가슴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매일 저녁 세상 돌아가는 기사와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윤리와 도덕적 가치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 뜻 얼핏 보면, 비슷한 거 같은데, , , 뜻은 분명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휘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다른 의미. ‘치산치수(治山治水)’()’민주정치(民主政治)’()’는 같은 치()자 이다. ()다스리다는 뜻이다. ‘는 말이 되고, ‘는 글이 되며, ‘다스리다는 뜻이 된다. ‘()’를 온전하게 알려면, 말과 글과 뜻을 다 알면 된다. 말과 글과 뜻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연계가 되어 있다. 한자 공부를 하며 늘 보던 치()자였지만, ()란 글자의 자원에 대해서는 그리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치() 한 글자에 담겨 있는 의미와 해석이 참으로 놀라웠다. ()자를 뜯어보면, ‘물 마시고(=), 숨 쉬고(), 먹는()’ 일을 보살피는 것이라 하였다. ()자 한 글자에 백성들의 삶이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즐겨보는 책()이라는 글자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라는 글자는 마치 책꽂이 책이 나란히 꽂혀있는 모양으로 보이지만 책이라는 글자는 종이가 발명되고 대량으로 생산되기 이전에 대쪽에 글씨를 써서 끈으로 엮은 모양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러고 나서 책()이라는 글자를 보니, 책꽂이에 책이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처럼도 보이고, 예전 무협영화 속에서 보았던 죽간으로 된 무림 비서가 담긴 책처럼도 보였다. ()와 책() 외에도 많은 한자를 다루고 있는데, 한자에 관심이 있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런 문자 해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읽으면서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은 부분도 대단히 많다. 한 구절 소개 해 보면,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자신을 지켜야 한다. 책의 숲 속에 아름답게 닦여져 있는 문자의 길을 산책하며 지혜의 샘물을 마시고 행복의 열매를 따 먹을 줄 알아야 한다.” 뭐 이런 식이다. 이 문장을 너무 좋아서 이면지에 따라 옮겨 써 보았을 정도다.

바쁜 세상이다 보니, 책 읽을 여유조차 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또 시내 큰 서점가에 가보면, 책을 읽고 있거나 책을 사러 온 많은 독서인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자 공부를 해 봤거나 한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한자의 유래와 만들어진 원리에 관해 아주 대단히 유익한 책으로 생각된다. 내용 또한 심오하거나 어렵지 않아, 편하게 읽으면서 한자의 생성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뒷 부분에 한자 색인이 있었다면, 책에서 읽었던 한자를 바로 찾고 싶을 때 바로 찾을 수 있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아마도 오래 곁에 두고 볼 책 같다.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아주 기분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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