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읽는 법 - 하나를 알면 열이 보이는 감상의 기술
이종수 지음 / 유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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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는 법

 

지난 주말 TV에서 영화 관련 프로를 보다가 <역모>라는 제목의 사극 액션 영화 예고편을 보았다. 조선시대 관련 이야기라면 뭐든 좋아하다 보니, 이인좌와 영조의 대결, 영조를 지키려는 조선 제일검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고, 개봉을 하고 나면 극장에 보러가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마침 1129일 마지막 수요일이 영화가 할인되는 문화의 날이고 해서 보러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영화를 상영하는 관이 하나도 없었다. 미리 검색을 해 보지 않고 간 게 불찰이긴 하지만, 설마 지난 주에 개봉 된 영화가 상영 1주일 만에 스크린에서 사라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다소 황당했다. 예고편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재밌어 보였는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는 할 수 없이 오리엔트 특급살인인가 하는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역사와 관련된 거라면 영화든, 사극 드라마이든, 책이든, 그림이든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조선시대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조선 시대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특히 요즘은 옛 그림과 과거 유물, 유산에도 관심과 흥미가 많아져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1년에 서너 번은 찾게 되는 것 같다. 책에서 보았던 유적, 유물 자료들을 실제로 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덩그러니 제목이나 이름표만 붙어 있을 뿐,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언급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그 내용을 짐작 내지 상상해서 읽어 내는 수밖에 없는데, 과연 내 해석이, 내가 보는 관점이 맞는지 틀린지 검증과 확인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가끔은 무지하게 좋은 작품 같은데, 뭔가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고, 맥락이 잘 잡히지 않는 그런 작품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런 작품을 대할때면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는데, 옆에 물어 볼 사람도 없고 하니, 혼자 한 숨만 쉬다가 오기도 했다. 그리고 개중에는 뭐가 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깐 덩달아서 저도 좋다고 하는 이들이 종종 보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황당하지 그지 없다. 우리 속담에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것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딱 그짝이다.

도대체 옛 그림은 어떻게 보아야 잘 보았다는 소리를 들을까?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조예가 있는 분들이라면 자주 이런 고민들을 할 것 같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고민이 들던 시점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옛 그림 읽는 법>이다. 이 책에는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저자의 이론과 분석 사례가 적절히 병행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겸재의 양필법이었는데, 겸재의 양필법은 이제까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였다. 새삼 겸재선생에 대해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한 손에 붓 두 자루 쥐고 그리는 양필법(兩筆法). 신필의 경지에 들지 않고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경지가 아니겠는가? 문득 고교 시절 빡빡이 숙제를 하기 위해 한 손에 볼펜 두 자리를 쥐고 숙제를 하던 본 경험은 있지만, 한 손에 붓 두 자루를 그림을 그린다. 아무튼 놀라웠다. 겸재의 그림이 단순히 막연하게 높은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림을 잘 보기 위해서는 자세하게 보고, 꼼꼼하게 보고, 여러 작품을 두루 많이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많이 자세하게 꼼꼼하게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림 보는 방법 또한 미술사학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렸고, 무엇을 그렸고, 왜 그렸고, 어떻게 그렸는지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굳이 구도가 어떻고, 색상이 어떻고, 필묵이 어떻고 하는 이런 내용들은 전문가나 전공자들이 따질 일이다. 그림의 내용과 스토리를 알고 이해하는데, 이런 것들까지는 몰라도 될 것 같다. 물론 알면 좋겠지만 말이다. 사실 그림 감상의 핵심 내용은 이 속에 다 들어 있다. 우리가 어떤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를 하는 이유는 알면 아는 만큼 보다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냥 막연하게 그림을 보면 남는 것이 없다. 그림을 그린 작가가 누구이고, 어떤 연유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사연을 알고 나면, 그 그림이 전과 같이 보이지 않고, 전혀 새롭게 다시 보일 것이다. 이 책은 평소 옛 그림의 내용을 꿰뚫어 보고 싶었던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교양 미술사학 교재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옛 그림을 주마간산 격이 아닌, 찬찬히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어디 옛 그림 전시하는 미술관이 있으면 그 곳으로 행보를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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