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원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지음 / 노마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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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사용하는 말들이 은근히 많다. 비록 어휘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어떤 특정 단어를 제시해 놓고, 이 말의 뜻이 정확하게 뭔가요 하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 못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깊고, 넓기도 하거니와 언어학자, 국문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굳이 그 말의 뜻을 몰라도 사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단어는 300단어 내외라고 한다. 말도 늘 즐겨 쓰는 말, 자주 쓰는 말을 사용한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제목이 참 근사한데, 어원 사전 답게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공주, , 굿, 무당, 부인, () 등등 일상에서 무척이나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말이 탄생한 배경, 유래, 어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공주가 왜 공주이고, 귤은 또 왜 귤이고, 굿은 왜 굿이고, 처는 왜 처가 되었는지?

귤의 어원 유래는 굉장히 오래되었다. 삼국시대 백제 476년 문주왕 때로 거슬어 올라간다.

국어(國語), 우리말 혹은 나랏말을 뜻한다. 하지만, 국어는 원래 중국 노나라 사람인 좌구명이 쓴 역사책 제목이다. 하지만 후대에 와서 국어는 역사서 보다 우리말 혹은 나라말이란 의미로 더욱 굳어졌다.

어원 사전을 읽다 보니, 꽤 오래전이기 한데, 어느 책을 보다가 작가들은 사전을 펴 놓고 읽는다는 글귀를 보고 나도 따라 해 본 적이 떠올랐다. 사전 속에는 수천 수만의 단어들이 있고, 그 단어마다 그 단어의 뜻을 풀이해 놓았기에 어휘력을 높이고 풍부하게 하는데 에는 사전을 읽는 것 만 한 게 없다는 말을 사전을 보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사전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오히려 소설 못지 않게 재미와 유익함을 발견할 수도 있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작가의 방에는 오직 사전류들 밖에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땡전 한 푼도 없다 할 때, 땡전이란 말의 뜻은 뭘까? 궁금하다면,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에서 그 궁금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만든 훈민정음, 한글, 우리말, 기왕에 쓸 거면, 그 뜻을 바로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게 진정 우리말을 아끼고 잘 보존하는 길인 것 같다.

어원사전을 통해 어휘력도 높이고, 우리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꿩 먹고 알 먹고 라는 속담말이 여기에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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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편지 - 삶의 태도에 관한 열여섯 편의 에세이
모한다스 K. 간디 지음, 이현주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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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편지

 

<간디의 편지>100페이지 남짓의 대단히 얇은 책이다. 책을 받고나서는 곧바로 다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은 마음먹은 대로 책장이 그리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읽고 있는데도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그 페이지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일반 책들과는 조금은 다른 뭔가 좀 독특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사실 제목에 편지라는 말이 있어 단순히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한 편지글들 모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담고 있는 내용은 편지 글 이상의 심오하면서도 깊은 성찰을 하게끔 하는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모한다스K. 간디가 그의 본명이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는 간디의 또 다른 이름인데, 비폭력 불복종 평화운동의 성자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 유명한 시인인 타고르가 지어준 이름이었던 것이다. ‘마하트마는 인도어로 위대한 영혼이란 뜻이다. 아주 오래 전에 위인전을 통해 간디가 어떤 인물인지 대략 알고 있었고 일화를 통해 간디의 생애와 삶을 단편적으로 접했지만, 사실 그에 자세히 아는 건 없다. 내가 간디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한 노인이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올라타려고 하는데, 그 순간 신발 한 짝이 벗겨져 플랫폼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미 기차가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노인은 그 신발을 다시 주울 수가 없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허둥지둥 급하게 신발을 주우려 했겠지만 그 노인은 그렇게 하지 않고 얼른 나머지 신발 한 짝마저 벗어 그 옆에 떨어 뜨려버렸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의아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신발 한 짝을 주웠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에게는 한 짝뿐인 신발이 아무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머지 한 짝마저 갖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 일화의 주인공 노인이 바로 간디였다.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인도의 등불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우며 비폭력 평화운동의 성자로 널리 알려진 간디의 성품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삶의 태도에 관한 열여섯 편의 에세이

생각 안네 진실이 있고, 말 안에 진실이 있고, 행동 안에 진실이 있어야 한다.

무소유는 도둑질 금지와 짝을 이룬다. 삶이 무소유를 완벽하게 실천하려면없이 살아야 한다.

진실, 원리원칙을 준수한다는 건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간디는 그 원칙을 소신으로 여겼던 것 같다. 편지 글을 읽다보면, 간디의 원칙주의자적인 면모가 곳곳에 잘 드러나 있는데, 마치 공자의 修身(수신)과도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조선시대 절개를 지키며 愼獨(신독)하던 선비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도 같다. 이 책이 쉽게 읽혀지지 않은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였던 것 같다. 진실, 비폭력, 무소유, 관용 등 간디가 옥중에서 말하고자 했던 세상을 향한 메시지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들춰봐도 좋을 책이다. 책이 대단히 작고 휴대하기 좋아서 소지하고 다니면서 읽기에 그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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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말들 -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배움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설흔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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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말들

 

공부와 독서는 언제 하는 것인가?

현대인들은 공부와 독서를 하려는데 도무지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들 한다.

공부와 독서는 과연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인가?

옛 선조들은 시간을 내서 글을 읽는 게 아니라 숨 쉬며 살고 있으니까 글을 읽었다.

 

공부의 말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다. 특히 공부를 좋아하고, 공부를 잘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황, 이이, 이용휴 등 소위 공부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옛 선현들의 사례를 통해서 아주 요긴한 공부 방법을 알려준다.

한 번 보고 덮고 나면, 자꾸만 펼쳐 보게 되는 묘한 중독성과 가독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편집도 아주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휴대하고 다니면서 보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읽어보고 싶은 책, 책 속에서 새로운 좋은 책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묘미인 것 같다.

연암 관계된 글을 읽다보니 꽤 오래전 연암의 글을 처음 접하고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생각이 났다. 박희병 교수의 <연암을 읽는다>와 정민 교수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 등의 책을 읽으며 연암 글의 진수와 매력, 짜릿함을 맛보았다. 연암의 글에는 딱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다. 누군가가 러시아에 톨스토이가 있다면, 조선에는 연암이 있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암은 대단한 문장가이다. 하지만 연암의 글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도 분명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 번, 두 번, 읽고서는 연암의 글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수차례 반복해서 읽고, 한문 실력이 된다면, 한문으로 된 연암의 글을 읽으면 연암 글의 매력과 진수, 진면목을 한 층 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다. 연암 글의 멋과 맛을 알고 나서 연암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접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책 중에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책이 있었는데, 연암 입문용으로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히 쉽게 잘 쓴 책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읽어도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책인데, 도대체 연암 전공자도 아닌 소설가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공부의 말들, 이 책의 저자인 설흔 작가을 눈여겨 두었던 것도 사실은 거기에서 비롯되었다. <공부의 말들>, 표지만 놓고 보면, 무슨 부적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 연암의 글을 소설을 옮긴 작가답게 어렵지 않게 우리 고전의 좋은 내용들을 한 층 더 쉽게 그리고 재밌게 서술해 놓았다.

 

因循姑息 苟且彌縫(인순고식 구차미봉)

단 여덟 글자에 불과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따져보면, 천하만사의 잘못이 이 여덟 글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낡은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눈앞의 편안함만 좇으면서 적당한 임시변통으로 땜질하는 태도. 이것이 바로 연암이 말한 인순고식 구차미봉이다. 사실 이 글은 이미 정민 선생의 <죽비소리>라는 책에서 통변편인용에서도 보았던 글이다.

소위 살면서 남을 따라하거나 흉내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남은 남답고 나는 나다운 경지가 대단히 좋은 것이다라는 유만주의 말이 퍽 인상 깊다.

<공부의 말들> 이 책 너무 마음에 든다. 읽을거리, 배울 거리들이 너무 많다. 한 번 두 번 대충 읽고 던져버릴 그런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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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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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의 참회

 

간만에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언론과 사건보도, 기사와 기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언론의 사전적 의미는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서로의 뜻과 생각을 주고받는 전달과 교환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건이다. 소위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 또는 기타의 기호를 이용해서 표현하거나 공표하는 것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즉 소통, 넓은 의미의 언론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그리고 간결한 우리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사회과정, 소통의 이음줄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음줄좋은 말이다. 진실을 보도하고 좋은 기사만을 다룬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가 못한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잘 알다시피 언론을 전달하고 알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기자라 부르는데, 이들은 신문·방송·통신 분야에서 가십거리가 될 만 한 내용을 수집하고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고 보도하는 일을 수행한다. 어떤 사건을 수집, 취재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바로 언론이다. 그러하기에 기자와 언론은 사람들에게 진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보도해야 한다.

허가되지 않은 곳에는 대체로 진실이 숨겨져 있어요. 저희는 대중에게 그걸 전달하는 의무가 있고요. 대중도 알 권리가 있어요.”

진실 말이군.”(62~3)

 

언론과 기자는 정의 사회를 구현하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특종 기사거리를 두고 다른 방송 매체와 벌이는 과도한 경쟁으로 종종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한다. 즉 오보나 아니면 지나친 경쟁, 순위, 타 언론사와의 차별성 때문에 알리지 말아야 할 사실까지도 보도해 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데이토 TV의 간판 보도 프로그램인 <애프터 JAPAN>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하게 특종을 잡으려고 하다가 본인 아니게 오보 및 무리한 보도가 이어진 끝에 방송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경영 압박에, 회사에 위기가 찾아온다. 회사가 코너에 몰리고 절박한 상황이 이어지자 다카미와 사토야는 회사의 경영 위기를 돌파하고 예전의 <애프터 JAPAN>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또 하나의 특종, 즉 가쓰시카 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유괴사건을 남들보다 먼저 보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세이렌의 참회>는 언론과 기자, 사건 취재, 보도를 매개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왜 제목이 세이렌의 참회일까? 알 듯 말 듯 궁금했었는데,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소설 중반부쯤에서 쉽사리 풀렸다.

방금 떠올랐는데, 사이렌이라는 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이라는 요정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라더군.”

세이렌…….”

상반신은 인간 여자, 하반신은 새. 암초 위에 앉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조난과 난파를 유도하는 존재. 내가 보기에 당신들 언론은 꼭 그 세이렌 같아. 시청자를 달콤한 말로 유혹해 불신과 조소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지.”

……맞지 않는 비유예요.”

그렇게 틀린 것 같지는 같은데. 당신들이 항상 큰 소리로 부르짖는 보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같은 것도 실은 세이렌의 노랫소리 같은 거야. 물론 당신들에게는 대의명분이겠지만, 그 대의명분이라는 미명 하에 실제로 하는 일이라곤 사실 추구도, 피해자 구제도 아니지. 그저 당사자들의 비애를 오락거리로 제공할 뿐이야.”_243~244

 

실로 오랜만에 양장본에 표지가 인상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원래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대단히 좋아하는데, 중독성 때문에 좀 자제를 하는 편이었다. 미스터리, 스릴러와 같이 재밌는 장르의 책은 한번 읽게 되면, 한동안은 계속 이런 장르의 책만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세이렌의 참회>는 흡입력이 있고 가독성이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소설은 무엇보다도 재미와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 마스모토 세이초의 미스터리 작품 이후 모처럼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만난 것 같다. 다카미와 사토야는 발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결국 다른 취재진을 제치고 경찰의 은밀한 움직임을 따라잡으며 피해자의 죽음과 용의자에 대한 정보라는 엄청난 특종을 거머쥐게 되는데... 이들은 또 다른 특종을 놓고 다시 위험한 승부수를 띠우려 하는데, 과연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세이렌은 참회를 할까? 소설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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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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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양심, 시대의 참된 선비 신영복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그릇은 비어 있음으로 쓰임이 생긴다

손은 갖고 있는 것을 내려 놓을 때 비로소 빈손이 된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과 글씨, 그림을 좋아한다. 글씨는 신영복체 내지 어깨동무체, 연대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글씨가 참 좋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어색하거나 전혀 싫증나지 않는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선생님의 글씨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기대어 어깨동무하고 있다.”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한 것 같다. 선생님 글씨체에 대한 평으로 한 획의 실수는 다음 획으로 감싸는 것이라는 것도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영복체는 그만큼 여유롭고 넉넉한 체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글씨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의 붓글씨도 붓글씨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같은 책들도 참으로 대단한 책들이다. 이 책들은 처음 접한 이후 오랜시간 동안 꾸준히 곁에 두며 애독하고 있는 책들이다. 정말 기막힌 사건에 연루되어 20년이란 긴 세월동안 옥살이를 하면서 어떻게 이런 주옥같은 아름다운 글과 글씨들을 썼나 싶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가라

 

선생의 생애는 대략 20년을 주기로 하여 구성되었는데, 감옥 이전의 20, 감옥의 20, 감옥 이후의 20년이다.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가운데 토막의 삶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가 감옥에서 산 20년 동안 한국 사회는 크게 변했다. 신영복 선생님의 삶, 특히 20년 감옥살이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김광석의 이 노래 가사가 오버랩 된다.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란 가사의 말은 선생님의 삶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선생님의 억울한 옥살이는 온전히 시대의 아픔 그 자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흔히 선생님을 두고 시대의 양심’, ‘진짜 참된 어른이란 표현들을 많이 쓰는데, 이 표현은 아주 적절한 것 같다. 20여 년의 억울한 옥살이에도 분노 대신 절제와 공부, 성찰로 달관한 인격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생각건대 선생님은 이 시대 진정한 학인이자 참 선비셨다.

최근에 <1987>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대통령도 관람할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되어 나도 영화관에서 보았다. 19871,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돌연 사망을 한다. 경찰은 멀쩡한 대학생을 잡아다가 고문으로 죽여 놓고는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을 재빨리 화장하려 하지만 담당 검사의 거부로 여의치 않게 되자, 다시 사건을 조작, 은폐하려고 한다. 고문으로 숨진 학생은 서울대생 박종철이었다. 박종철 군이 숨진 직후, 치안감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고 기자 회견장에서 말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의 말을 수긍하지 않은 채 국민들은 점점 더 분노하게 되고 마침내 청년의 억울한 죽음은 온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펴 1987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어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는 게 영화의 주된 스토리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0년 전인 1987년에도 저러 했을진데, 선생님이 살았던 1960년대는 과연 얼마나 더 참담하고 암담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시대는 1987년대 보다 더 더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은 더 암울하고 참담한 시대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어두운 시대의 한 가운데를 관통해 나오셨던 신영복 선생님. 평전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고단했던 인생 여정을 엿 볼 수 있었다. 출생에서부터 학창시절, 대학원 재학, 대학교수, 선생을 수렁으로 빠뜨린 통일혁명당사건, 20년 옥중생활, 중국역대시가선집 4권 공역, 동양고전, 그리고 76년의 일기로 운명까지,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한 부분을 보는 듯 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니, 새삼 선생의 저서 중에 특히 명저로 꼽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읽고 싶어졌다.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은 적이 있고, 글씨를 좋아한다면, 평전을 한번 읽어봄직 할 것이다. 선생의 삶을 고스란히 회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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