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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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 부상한 키워드 '빅데이터'.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지만 20세기까지는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술적으로나 기획적으로 미숙한 단계였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본격적으로, 특히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형기업의 영리활동추구 툴로서 빅데이터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빅데이터 자체를 활용하는게 아니라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각종 수학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경영 구석구석에 활용하는 것이다. 특정 고객이 매출을 낼 고객인가 아닌가를 확률적으로 예측하여 고객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고, 직원이 어느시간에 근무하는것이 제일 비용절감에 효과적인지 계산하여 근무시간표를 컴퓨터로 자동생성한다. 고객센터로 걸려오는 고객의 전화는 순식간에 데이터를 수집하여 별로 돈이 될 것 같지 않으면 후순위로 돌리고 부촌에서 걸려오는 전화부터 먼저 상담원이 응대한다.


저자는 수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테뉴어 트랙을 밟다가 헤지펀드 회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커리어를 전환한다. 어릴적부터 심심하면 인수분해를 하는 식으로 '수'자체에 매료된 삶을 살았지만 실물경제에서 '수'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고 싶었다 한다. 연봉을 3배로 올린 것도 커리어 전환의 한 이유였을테다. 그렇게 그녀는 헤지펀드사의 '퀀트'로서 시장의 비효율성이 존재하는 곳을 보물찾기하듯 찾아, 그 비효율성이 사라질 때까지(=시장이 균형상태가 될 때까지) 이윤을 내는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닥치자 그녀는 금융계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그리고 비합리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되고 그 후 몇 번의 이직과 커리어 전환을 거치며 미국 사회에서 빅데이터가 불평등의 재생산 기제로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하버드 박사 출신인 그녀가 아주아주 친절하게 고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빅데이터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무결점'한 것도 아니고 '공정'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상세한 사례들이 이해를 도와주기 때문에 완독을 강력히 권하며 리뷰작성을 위해 간단히 요약을 해 보자면 1. 빅데이터 자체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돌려 의미있는 결과를 뽑아내려면 '알고리즘'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알고리즘'을 짜는 것은 결국 인간으로 이 과정에 인간의 편견이나 선입견이 들어가게 된다. 2. 돈이 없고 가난한 이들의 운명은 빅데이터에 따라 갈리게 된다. 가령 예를 들어 대학입학이나 구직과정에서 하위계급출신자들의 지원서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따라 합격/불합격이 나뉘게 된다. 이것에 '공정'하다는 인식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제로 공정한지는 뒤에서 논의) 반면 상위계급은 빅데이터의 발전과는 무관하게 자신들만의 인맥을 통해 대인면접 기회를 가지게 된다. 아이비리그의 경우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걸러내고 상류계급은 구인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젊은이를 인터뷰하여 채용한다. 즉 이력서에 철자법 실수가 있다거나 음주운전 같은 경범죄 기록이 있다고 해도 관대하게 용서받고 넘어갈 기회가 있다. 3. 현재 미국에서 활용되는 많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동네에 사는 청년은 자신의 집 우편번호 때문에 채무를 상환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별되어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한다. 적시에 받았더라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갔을 신용문제가 대출거부로 인해 커지고, 실직같은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가난한 동네 출신에게 대출을 거부하는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수학학자로서 '대리 데이터'의 사용에 반대를 표한다. 즉, 실제로 그 청년의 지불능력을 따지지 않고 그 청년이 사는 동네의 빈곤율을 따지는 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손쉽고 간단하고 '저렴'하게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인데 이건 청년 개인의 신용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수치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므로 수학적으로 봤을 때 전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위해 불평등을 재생산 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식인가?하는 의문. 


이외에 이 책을 읽다 보면 미국의 자본주의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우리가 그런 대기업을 상대하며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식으로 순순히 우리의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이 얼마나 멍청하고 아둔한 짓인지 깨닫게 된다. 사실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이 우리의 의지가 아닌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는 하다. 대기업의 기술력은 우리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클릭 한 번이나 전화 한 통으로 수십 수백건의 정보를 빼내어 가기 때문이다. 리뷰의 제목을 '21세기 프롤레타리아들의 필독서'라고 적은 이유는 실제로 빅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이제 인터넷 여론까지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매크로 돌려서 가짜 댓글을 만들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법망을 뚫고 교묘하게 우리의 투표율을 움직이고 지지후보를 푸쉬하는 것이다. 저자는 회계에 '감사'가 있듯이 빅데이터 알고리즘에도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회계감사를 돌려봐야 16억 내고 삼성 물려받는 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알고리즘 감사도 크게 의미가 있을지 회의가 되긴 한다만은...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이라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중국이 데이터 생산에 있어서 양으로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중국정부의 통제가 있는 한 미국을 누르고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거꾸로 중국이 국가의 통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을 누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을 따르자면 빅데이터는 미국 하층계급의 삶을 짜낼대로 짜내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합법'이기 때문에 별다르게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반면 중국의 경우 체제유지를 위해서라도 인민들에게 밥을 떠먹여줘야 하는 입장이기에 무조건 자본가들이 하층계급을 착취하는 걸 놔두고 볼 수 없다. 또한 중국정부는 스스로 인민의 모든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주체'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야 인민의 삶을 감시하겠지만 거시적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특히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이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미국의 사기업보다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지 않겠는가? 결국 모든 것은 시간이 증명할 것이고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20세기 초반 참혹했던 석탄광산처럼 빅데이터 무기들 역시 한 시대의 것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길 기대하지만 글쎄. 석탄광산에서 죽은 시체는 인간의 눈에 보였지만 빅데이터로 파괴당한 이들의 삶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기에 빅데이터 무기가 사라지는 건 쉽지 않을 듯 하다. 미국이 자랑하는 시장원리가 지금의 오류를 바로잡고 제정신 차리는 것이 빠를지 중국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십억인민 모두 중산층 되어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게 빠를지 우리 세대는 그 결과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변하는 걸 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지만 일단 중요한 건 밥 먹고 내 목숨 부지하는 일이니 이 책을 읽자. 읽고 이 세상에 도처한 위험에 이런 것도 있다는 걸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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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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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번역된 제목이 무척 아름답고 원서의 타이틀보다 더 적절하게 소설의 분위기와 주제를 담아낸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이제 갓 건축 사무소에 입사한 한 젊은 청년이 대표 건축가의 여름별장에서 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기거하며 국립 도서관 경합을 준비하는 시간들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배경이 되는 가루이자와는 여름에도 고도가 높아 서늘한 곳으로 이 소설의 문체 그리고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하는 주인공의 성품과도 무척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전체적인 소설의 문장이나 흐름도 괜찮은 편이고 모든 것이 결정된 수십년 뒤의 시점에서 그 단 한번의 여름을 회고하는 마지막 부분은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잘 어울리는 멋진 구성이다. 그런데 평생 글을 감별하는 편집자로 커리어를 쌓은 저자가 쓴 글이라고 믿고 싶지 않을정도로 어처구니없고 시대착오적인 부분이랄까 실수랄까 오점이랄까 하나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 이 글에 등장하는 젊은 여자들은 주인공에게 이유없이 빠져드는가? 


글의 내용으로 보아 주인공은 건축가가 되겠다는 고집과 올곧음은 가지고 있는 인물이나 딱히 남성으로서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타입은 아니다. 이는 자신이 대표 건축사가 점찍은 조카사위라는 소리에 아무런 주체적인 의견 없이 '그런건가' 하며 순응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하여튼 그는 그 여름별장에서 대표 건축사의 조카딸에게 구애를 받고 또 동료로 일하는 다른 여성 건축가의 은밀한 호감도 받게 된다. 그렇다. 일본 남성작가들이 창조하는 그 전형적인 하렘물 설정이다. 단지 그 배경이 고상한 일본 귀족들의 여름별장지라는 점이 특이할 뿐,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리버리 청년일 뿐인데 아름답고 똑똑하고 조건 좋은 처녀들이 먼저 달려든다는 설정은 여기저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여성캐릭터가 너무나도 납작하다는 피시함의 측면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아니라(물론 그것도 사실이다) 그냥 도대체 왜 뭣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여자들이 그 너드 남자를 좋아하는지 소설의 개연성 측면에서 이해가 가지 않고 이것이 소설의 퀄리티를 떨어뜨린다. 무라카미 하루키 식으로 갑자기 밤에 여자가 남자 방문을 똑똑 두드리고 나체로 나타나 섹스를 한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아쉬움의 탄식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평생을 글을 보며 쌓은 그 안목과 절제력으로 이 기나긴 소설을 써놓고 이거 하나를 못 걷어내어서... 


젊은 처자 둘이 어리버리한 총각 하나를 좋아한다면 그 이유를 납득이 가게 묘사를 했어야 한다. 대표 건축사의 조카딸은 삼촌이 자신의 남편감으로 주인공을 고려한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주인공에게 먼저 입맞춤을 하며 달려드는데 결국 종내는 자신은 가업을 이어받아야 한다며 남자주인공과 헤어진다. 어른이 정해주는 남자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여자와 남자에게 먼저 키스를 요구하는 여자의 캐릭터가 중첩이 되는가?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것도 당찬 여사장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운명에 순응한다는 조의 흐름이다. 결국 아름답고 순종적이며 때에 따라 요부가 된다는, 지극히 남성중심주의 시각으로 창조된 여자 캐릭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부분은 이 소설이 전체적으로 쌓아올린 고아하고 청량한 여름 분위기에 하나의 오점이다. 그리고 소설이란 것은 100점 만점에 5점짜리 하나 틀렸으니 95점 뭐 그런 식으로 읽히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이 오점 하나로 완벽한 소설에서는 크게 멀어지고 만 것이다. 안타깝다.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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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6-26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라일라님. 저도 이 소설은 제목과 분위기가 진짜 다 한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그랬는데 병맛 캐릭터가 망쳐버렸다능...

저는 이 책을 읽고 이런 페이퍼를 썼습니다. 자기 글 자기가 링크하는 거 뻘쭘하지만;;

http://blog.aladin.co.kr/fallen77/10159382

2018-06-27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7 0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 일본 진보초의 미래식당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자영 옮김 / 콤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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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세이라 해야 할지 경영서라 해야 할지 철학서라고 해야 할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사회과학서로 분류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7-8년의 직장생활 후 음식점을 창업한다.그냥 직장생활 별 거 없어서 창업한건 아니고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겠다는 꿈이 있었다 한다. 그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음식을 파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와 개인적인 사연이 간략히 소개되는데 이런 스토리텔링과 드라마는 이 책을 어느정도는 감성적이고 진솔한 에세이로 느껴지게 만든다.하지만 '식당을 차려 작은 나만의 행복을 찾았습니다'식의 있으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단단하고 현실한 경영서로서의 성격도 뚜렷하다. 직장을 그만 둔 이후 1년 반 정도 다양한 음식점에서 일하며 수련한 이야기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가게의 운영방식과 그 이유에 대해 아주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가 운영하는 가게는 기존 요식업의 규칙을 모두 깨고 아주 창의적이고 참신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런 비지니스 모델이 어떻게 스무스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하나도 숨김없이 알려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학서라는 내 개인적 인상은 저자가 무조건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 저자는 무조건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고객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고객이 많은 매상을 올려주게 되면 고객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고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소수의 고객이 '파워'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막고자 고객들의 1인 매출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제한을 가한다. 가치를 추구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기 보다는 (막연한 말로 가치를 추구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실제 가게를 운영하며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에 착안해 스스로 왜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지 질문하고, 그 이유를 찾아내고, 그래서 그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가게의 규칙을 적용해 현실을 바꾸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아주 멋지고 대단하며 철학적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저자는 일반인들이 가게에서 알바로 근무하면 1시간당 1끼의 식권을 대가로 지급하는데 이 식권은 본인이 사용할 수도 있고 게시판에 붙여서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 어느날 한 신사가 식사를 하고 추가로 맥주까지 한 잔 마신 다음 게시판에 붙어 있던 기증 식권으로 밥을 계산하고 맥주는 자신의 돈으로 계산하고자 하였는데 저자는 그게 '옳지 않다'는 불쾌함을 느꼈다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였고 스스로 얻은 답은 '식권이란 제도를 만든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지 한끼의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증받은 식권을 사용할 경우 추가메뉴는 주문할 수 없다는 규칙을 만들게 된다. 무조건 돈을 벌고자 하였거나, 공짜 식권 제도를 가게의 마케팅 수단 쯤으로 생각하였다면 나오기 힘든 발상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한 사람으로서, 한 경영자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한 권 내내 이어지는데 이게 단순히 재미있는게 아니라 실제로 유용한 비지니스 인사이트를 던지고,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을 지금보다 '더 나은'방식으로 해낼 수 있다는 영감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에세이를 기대하든 경영서를 기대하든 라이트한 철학서를 기대하든. 어느 쪽이라도 평타는 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다 생각하는 정말 드문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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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 보고 싶은데 엘에이에 있는 알라딘에 있을까 모르겠네요. ㅠㅠ 레일라님이 이정도로 추천하는 책 거의 드문데 말이죠!!! 어떻게라도 읽어볼게요. ㅎㅎㅎㅎ (제가 또 한다면 꼭 하잖아요. ㅎㅎㅎㅎ)

LAYLA 2018-06-27 01:03   좋아요 0 | URL
나비님은 예전에 식당 운영도 하셨으니 또 다르게 보실 수도 있을거 같아요. 나비님도 보시고 따님 아드님이 읽으셔도 좋을거 같아요^^
 
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캐시 오닐 지음, 김정혜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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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모형은 인간의 편견, 오해, 편향성을 코드화했다. 수학 모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을 닮았다. 신처럼 불투명해서 이해하기 힘들다. 각 영역의 최고 사제들, 즉 수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내부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신의 평결처럼, 잘못되거나 유해한 결정을 내릴지라도 반박하거나 수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부자는 더욱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수학모형은 가난한 사람들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런 모형이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로 사람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반면 부자들은 종종 개인적인 접촉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유서 깊고 명망 있는 법률 회사나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나 재정이 빈약한 도시의 교육구보다 추천서와 대면 인터뷰를 훨씬 선호한다. 특권층은 주로 개별적인 대인면담을 통해 평가받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기계가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명확히 정의하기 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수학 공식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했다.

금융업과 첨단기술 산업에서 돈은 더 이상 생존수단이 아니다. 개인적인 가치와 직결된다. 사립학교, 고액 SAT 과외, 파리나 상하이 어학연수 등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교외의 부자 동네에 거주하는 젊은이는 금수저인데도 자신을 특권층으로 만들어준 것이 자신의 능력, 근면함, 탁월한 문제 해결력이라고 자부한다. 이는 돈이 모든 의심을 잠재운 결과다. 게다가 이런 계층의 사람들이 똘똘 뭉쳐 서로 칭찬하는 사회 mutual admiration society를 형성한다.

알고리즘은 패배자로 낙인찍힌 사람드링 언제까지나 계속 패배자로 남도록 만든다. 반면 운이 좋은 소수는 빅데이터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갈수록 확장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자신은 모든 특혜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는 JIT 경제의 확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적기에 공급되는 것이 잔디 깎는 기계의 칼날이나 휴대전화 액정 화면이 아니라 사람들, 그것도 대개는 돈이 절실히 필욯ㄴ 사람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노동력 공급 과잉과 유능한 노동조합이 극히 드문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협상력을 갖지 못한다. 이는 소매유통업과 요식업 대기업이 갈수록 불합리해지는 일정을 소화하도록 종업원들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유다. 종업원들의 삶이 피폐해질수록 기업들의 곳간에는 돈이 쌓인다. 이런 최적화 프로그램은 어느 기업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애써 직장을 바꿔봐야 자신의 운명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이렇게 여러 역학이 결합되어 종업원들은 강제노역자와 비슷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일정관리 소프트웨으는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생성시킨다. 불규칙적인 근무 시간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근로자는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지 못하고 공급 과잉 상태의 저임금 노동 시장을 전전하게 된다. 또한 나쁜 근무조건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하는 것을 힘들게 만든다.

대신 노동자들은 불안감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급격한 감정변화를 겪고 있다. 수면 부족은 우리 몸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 WMD는 모형에 현실을 반영해 수정하기보다는 원하는 현실을 창조한다.

이 기술은 콜센터로 전화를 건 고객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검색해서 고객들을 서열화한다. 가령, 더 많은 수익이 예상되는 잠재 고객들은 ‘인간‘ 상담원과 곧바로 연결해준다. 반면 서열이 낮은 고객들은 상담원에게 연결되기까지 대기 시간이 더 길다. 통화량이 폭주하면 서열이 낮은 고객의 전화를 기계가 응대하는 외주 콜센터로 보내기도 한다.

감시는 보험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보험은 지역사회의 불행한 소수의 필요에 반응하기 위해 다수에 의존하는 산업이다. 수백 년 전 마을에서 누군가의 집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누군가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면 가족친지와 이웃, 그리고 신앙이 있다면 신도들이 도와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장경제에서 우리는 이런 도움을 보험사들에 위탁하고, 보험사들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보험료의 일부를 취한다. 우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될수록 보험사들은 위험도가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런 다음 그들에게 천문학적인 보험요율을 적용하거나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사회 스스로 다양한 위험을 균형 있게 관리하도록 돕는다는 보험의 본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난다.

모형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알고리즘을 대상으로 한 감사 AUDIT을 실시해야한다.

나는 21세기 초반의 WMD들이 100여 년 전 참혹했던 석탄 광산처럼 기억되기를 바란다. 인간이 데이터의 시대에 공정성과 책임성을 반영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혁명의 초창기 시절의 유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수학은 WMD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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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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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름 있는 건축가라면 아무라도 상관없다는 돈 많은 의뢰인이 올 때도 있었다. 이구치 씨는 ‘최소 이 년‘을 ‘최소 삼 년‘으로 바꿔서 방파제를 높인다. 그래도 괜찮으니 꼭 부탁한다,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으면 하루라도 빨리 완성하고 싶어하는 법으로, 집 짓는 것이 취미인 사람 아니면 부자일수록 기다릴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잘된 집은 말이야, 우리가 설명할 때 했던 말을 고객이 기억했다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게 되지. 우리 건축가들의 말이 어느 틈엔가 거기 사는 사람들의 말이 되어 있는 거야. 그렇게 되면 성공인 거지."

나중에 유키코에게 물었더니 오전오후 합해서 최대 열 자루 정도 연필을 쓰는 것이 일의 정확성도 지켜지고, 연필도 정성껏 다루게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보다 더 깎아야 하는 것은 필압이 너무 강하거나 너무 난폭하거나 너무 서두르거나 그중 하나로, 즉 아무 생각 없이 일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먹고 자고 사는 곳이라고 한 것은 참 적절한 표현이야. 이들은 뗄 수 없는 한 단어로 생각해야 돼. 먹고 자는 것에 관심 없이 사는 곳만 만들겠다는 것은 그릇만 만들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을 안 하는 건축가 따위 신용하지 않아.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역시 후대까지 기억되는 건축물을 만들지 않으면 주어진 역할을 다한 것이 못 돼. 그것은 관공서 시설관리과든 종합건설사든 똑같아. 전화국이든 우체국이든,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건축물이 있어. 건축가가 누군지 모르는 건축물이지만 안에 들어갔을 때 방문한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언제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이것을 설계했는가 상상하게 된다면 정말 멋지지 않겠나? 국립현대도서관을 어디에서 수주하게 될지 모르지만,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플랜은 남겠지. 낙찰받지 못하더라도 젊은 건축가들이 이쪽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만한 것으로 만들고 싶네. 건축가가 죽은 뒤에 완성되는 건물도 있으니까 말이지.

"램프에만 의지하는 밤도 좋지. 밝은 방보다 이야기하기 쉽고 말이야." 선생님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사람들 얼굴은 바로 위에서 비추면 매력적이지 않거든. 흔들흔들한 빛으로 옆에서 비치는 것이 속이 깊은, 좋은 얼굴이 되지. 여자도 그쪽이 예뻐 보여. 조명은 밝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야."

아무것에도 쫒기지 않아도 되는 많은 시간과 엄청나게 많은 재력으로 사람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박물학과 생물학이 발달했다고 대학 강의에서 들은 것이 생각난다.

아이들 무덤은 어른하고 다른 장소에 있는 일이 많아. 부락에 공동묘지가 있어도 거기에 어린아이들 뼈는 거의 없다. 아이들 유골은 일부러 만든 옹기에 넣어서 집 근처에 매장되었다. 더 어린 젖먹이인 경우는 움막 출입구 부근에 묻기도 했다. 죽은 아이의 영혼이 그 위를 넘어서 출입하는 어머니 배로 돌아가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로 죽기 살기로 억지 부리는 사람은 얼마 없어. 대단한 탁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남이 이렇게 생각하니까, 세상이 이런 것이니까, 그런 정도의 생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야. 그런 사람들은 이쪽이 각오만 섰으면 밀어붙일 수가 있지. 물론 어디까지나 자기 아집을 관통시키려는 사람도 있어. 그런 때 건축가로서의 신념이 문제가 되는 거야. 그 자리에서 자기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가는 평상시 어떻게 해왔느냐의 연장선상에 있어. 여차하면 저력을 발휘할 생각으로 있어도 평상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으면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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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6-14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이 책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