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 일본 진보초의 미래식당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자영 옮김 / 콤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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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세이라 해야 할지 경영서라 해야 할지 철학서라고 해야 할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사회과학서로 분류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7-8년의 직장생활 후 음식점을 창업한다.그냥 직장생활 별 거 없어서 창업한건 아니고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겠다는 꿈이 있었다 한다. 그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음식을 파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와 개인적인 사연이 간략히 소개되는데 이런 스토리텔링과 드라마는 이 책을 어느정도는 감성적이고 진솔한 에세이로 느껴지게 만든다.하지만 '식당을 차려 작은 나만의 행복을 찾았습니다'식의 있으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단단하고 현실한 경영서로서의 성격도 뚜렷하다. 직장을 그만 둔 이후 1년 반 정도 다양한 음식점에서 일하며 수련한 이야기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가게의 운영방식과 그 이유에 대해 아주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가 운영하는 가게는 기존 요식업의 규칙을 모두 깨고 아주 창의적이고 참신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런 비지니스 모델이 어떻게 스무스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하나도 숨김없이 알려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학서라는 내 개인적 인상은 저자가 무조건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 저자는 무조건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고객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고객이 많은 매상을 올려주게 되면 고객 사이의 균형이 깨어지고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소수의 고객이 '파워'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을 막고자 고객들의 1인 매출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제한을 가한다. 가치를 추구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기 보다는 (막연한 말로 가치를 추구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실제 가게를 운영하며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에 착안해 스스로 왜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지 질문하고, 그 이유를 찾아내고, 그래서 그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게 가게의 규칙을 적용해 현실을 바꾸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아주 멋지고 대단하며 철학적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저자는 일반인들이 가게에서 알바로 근무하면 1시간당 1끼의 식권을 대가로 지급하는데 이 식권은 본인이 사용할 수도 있고 게시판에 붙여서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 어느날 한 신사가 식사를 하고 추가로 맥주까지 한 잔 마신 다음 게시판에 붙어 있던 기증 식권으로 밥을 계산하고 맥주는 자신의 돈으로 계산하고자 하였는데 저자는 그게 '옳지 않다'는 불쾌함을 느꼈다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자문하였고 스스로 얻은 답은 '식권이란 제도를 만든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지 한끼의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증받은 식권을 사용할 경우 추가메뉴는 주문할 수 없다는 규칙을 만들게 된다. 무조건 돈을 벌고자 하였거나, 공짜 식권 제도를 가게의 마케팅 수단 쯤으로 생각하였다면 나오기 힘든 발상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한 사람으로서, 한 경영자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한 권 내내 이어지는데 이게 단순히 재미있는게 아니라 실제로 유용한 비지니스 인사이트를 던지고,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을 지금보다 '더 나은'방식으로 해낼 수 있다는 영감을 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에세이를 기대하든 경영서를 기대하든 라이트한 철학서를 기대하든. 어느 쪽이라도 평타는 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다 생각하는 정말 드문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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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2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 보고 싶은데 엘에이에 있는 알라딘에 있을까 모르겠네요. ㅠㅠ 레일라님이 이정도로 추천하는 책 거의 드문데 말이죠!!! 어떻게라도 읽어볼게요. ㅎㅎㅎㅎ (제가 또 한다면 꼭 하잖아요. ㅎㅎㅎㅎ)

LAYLA 2018-06-27 01:03   좋아요 0 | URL
나비님은 예전에 식당 운영도 하셨으니 또 다르게 보실 수도 있을거 같아요. 나비님도 보시고 따님 아드님이 읽으셔도 좋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