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없는 파리 - 프랑스 파리 뒷골목 이야기
신이현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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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그의 집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모차르트 거리에 있는 자신의 신접살림을 차리기 위해 지은 집이다. 이 집을 보기 전까지 나는 모서리가 둥그스름하게 처리된 애매모호한 가구와 온통 꽃과 식물로 새겨진 장식품들, 아르누보라 칭하는 것들에 별로 호감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집은 트집을 잡기에는 너무 완벽하다. 돌로 만든 집인데도 비누로 빚은 것처럼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볼륨으로 지어졌다. '미친 작은 성'이 의도적으로 곡선을 넣은 실험적인 패기가 넘치는 집이라면, 이 집은 곡선으로 된 건축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집 전체가 살짝 내쉰 한숨에 흔들리는 푸딩 덩어리 같다. 거실의 창문은 암탉이 품은 달걀처럼 포근하며 꼭대기 모서리에 있는 하녀방의 지붕은 소녀의 모자를 얹어둔 것처럼 귀엽고 우아하다. 어디 하나 억지스럽지 않게 흘러가는 곡선들이 그윽함을 자아낸다. 결혼을 앞둔 건축가의 마음이 그토록 애틋했던 것일까.-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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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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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라는 게 뭘까요
아무도 없는 세상에 나 홀로 있다가 아무도 없는 세상에 둘이서만 있게 되는 게 연애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해도 외롭지 않게 되는 건 아니지요. 아무도 없는 세상에 기껏해야 한 사람이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하니까. -68쪽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 많은 욕구들이 사그라들어 젊어서는 가져보지 못한 안정감을 갖게되는데 그 욕구라는 것이 왜 사그라드는가를 생각해보면 또 서글프다. 젊어 생리적으로 왕성히 생성되던 호르몬이 줄어든 탓에 성욕을 비롯한 다른 많은 욕구들이 동반하여 줄어들고, 따라서 젊은 활기를 잃어버린 대가로 화분을 가꾸거나 읽지 않던 책에 손이 가곤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미 그 시기에 들어선 사람으로서 그 안정감이 주는 장점과 위력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온다는 것이다. -75쪽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내가 정말 사랑해야 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뿐입니다. 만약 내가 직접 고를 수 있었다면 나는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 내 몸, 내 키, 내 머리와 재능, 우리집, 내 나라, 그 어떤 것도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겁니다.뿐입니까. 나의 성별 또한 내가 택한 것이 아니며 나의 이웃, 나의 가족, 친척, 친구 등 어느 것 하나 내 의지대로 고른 것은 없죠. 인생이라는 게임이 왜 이렇게 모순되고 불공평한지 38년을 살아왔지만 아직 잘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인생이란 사랑할 대상을 골라서 사랑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뿐. -96쪽

저는 하루하루가 희망으로 넘쳐흐른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로 의아한 생각이 들어요. 희망이란 절망 속에서 생기는 것인데 저렇게 희망만이 가득한 사람의 희망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190쪽

품 안의 애인


헤어지는 게 잘하는 것인지는 헤어져봐야 안다.
그게 문제다.-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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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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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를 5집 발매 기념 콘서트에서 딱 한번 봤었다. 2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리곤 질려버려서 다시는 보고 싶단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질린다'- 그게 그렇게 기다리고 바라던 사람의 노래를 듣고 난 뒤의 감상이었다. 그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는요...너무도 평범한 사람이라서요...제가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낮게 평가한다고 생각하면...미쳐버릴거 같아요." 

그가 가진 보통의 인간의 몸은 이런 성미를 이겨내지 못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끊어지지 않고 어떻게 어떻게 이어지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허약하였던 그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아이돌 팬이었다면 "오빠 아니에요!!!! 오빠 노래 짱이에요!!!"이러면서 팬들이 실신 좀 해줘야 할 상황인데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 장내가 숙연해졌다. 재능을 가진 자의 고통을 고작 5만원 내고 즐기고 있다는 죄책감이 나를 엄습했다.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막간을 이용해 관객들에게 소개된 음반제작과정을 찍은 영상물은 마음을 더 번잡하게 만들었다. 끝까지 날카로워진 그의 신경에 눈치보는 멤버들, 수시로 삐-소리내며 짤리는 목소리들, 원하는 걸 얻지 못해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한층 더 깊은 불편함을 가져다 줬을 뿐. 누군가가 몸을 해치며 만든 작품을 내가 너무 쉽게 듣고 있다는 죄책감. 그의 독기에 질려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 어지러운 마음으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노래가 노래인지 아닌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던 거 같다. - -----그리고 5집 음반은 그의 성미에 차지 않아 결국 5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하고서도 반년인가 지나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책의 시작은 이렇다. 

모든 것은 어느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런 사람이 스스로를 보통의 존재라고 우기면 나 같은 사람은 어쩌란 건가!! 하며 읽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사실 어느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조금씩은. 결코 보통의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서 보통의 존재라고 스스로를 억누르고 윽박지르고 그렇게 사는거. 이 사람에 비하면 난 정말 평범하기 그지 없단 생각에 주눅들어 시작했지만 그렇게 겁먹고 읽을 책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보통의 존재는 존재할 수 없는거고, 그래서 조금 더 재능 가진 사람이 나머지를 위로하고 그렇게 사는거라고 생각하면 몸 해치며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그를 무서워할 일이 아니다. 그에게 고마워할 일이지. 글쓰기가 좋다고 그러던데 보통의 존재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보통스럽지 않은 존재들을 위한 글들 앞으로도 많이 써줬음 좋겠다. 그게 조금 덜 보통스러운 사람의 의무이다. 재능을 가진 사람의 의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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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10-02-2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산문집 정말 정말 사고 싶었는데... ㅋㅋ 이석원씨 홈피에서 일기 쓴거 보면 알지만 글 진짜 잘쓰조

LAYLA 2010-02-27 22:13   좋아요 0 | URL
어제 이 글 쓰고 술마시러 나갔다가 언니네 노래 들었는데 캬 역시 노래는 좋고 이런 감상문은 쓰레기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결론은 역시 재능있는 사람이 수고해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는...ㅋㅋㅋ

2010-02-27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8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Paperback, Open Market ed)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 Bloomsbury Publishing PLC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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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비참한건 어디서나 똑같을 텐데 그걸 가지고 한국에선 황석영의 한맺힌 '손님'이 탄생하고 서구권에선 이런 달달한 소설이 탄생하다니 이걸 흙 묻은 나무 뿌리까지 캐어내 먹던 독한 민족과 감자 껍질으로라도 파이를 만들어 먹던 민족 사이의 간극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거대할 것이 없다. 얼마나 거대하지 않냐면, 전쟁 중 일어난 가장 비극적 사건이 (이념으로 인한 칼부림이 아닌) 현지여성과 독일병사와의 사랑 정도라는 거. 그런 소설이다. 강제노역하는 폴란드 아이를 데려다 먹이고 입히다 강제수용소로 잡혀가는 동네 주민들 이야기는 한국전의 처절한 바닥에 익숙한 우리같은 독자들에겐 '소설쓰네'류의 감상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건 진짜로 소설인걸 어찌하랴. 거기다 이건 그냥 전쟁 소설이 아니라 전쟁을 배경으로 삼은 로맨스 소설인걸!! 전쟁이란 배경속에 단 이야기를 슬쩍 집어넣는 그 사랑스러움이 진정 저 먼나라 사람들 답다. 굳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시라. 우리가 18세기 결혼풍속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오만과 편견을 읽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잘못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 어려움의 순간에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며 보듬었는지가 중요할 뿐. 진정한 loveliness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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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Paperback, Open Market ed)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 Bloomsbury Publishing PLC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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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e you noticed that there are some people - Americans especially - who seem untouched by the war, or at least unmangled by it? I don't mean to imply that Mark was a shirker - he was in their Air Corps- but he's simply not sunk under. and when I'm with him, I feel untouched by the war, too. It's an illusion, I know it is, and truthfully I'd be ashamed of myself if the war hadn't touched me. but it's forgivable to enjoy myself a little- isn't it?-54쪽

it seems to me the less he said, the more beauty he made, Do you know what sentence of his I admire the most? It is, "The bright day is done, and we are for the dark." I wush I'd known those words on the day I watched those German troops land, planeload after planload of them- and come off ships down in the harbour! All I could think of was, Damn them, damn them, over and over again. If I could have thought the words, "the bright day is done and we are for the dark" I'd have been consiled somehow and ready to go out and contend with circumstance- instead of my heart sinking to my shoes.-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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