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없는 파리 - 프랑스 파리 뒷골목 이야기
신이현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품절


남아 있는 그의 집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모차르트 거리에 있는 자신의 신접살림을 차리기 위해 지은 집이다. 이 집을 보기 전까지 나는 모서리가 둥그스름하게 처리된 애매모호한 가구와 온통 꽃과 식물로 새겨진 장식품들, 아르누보라 칭하는 것들에 별로 호감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집은 트집을 잡기에는 너무 완벽하다. 돌로 만든 집인데도 비누로 빚은 것처럼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볼륨으로 지어졌다. '미친 작은 성'이 의도적으로 곡선을 넣은 실험적인 패기가 넘치는 집이라면, 이 집은 곡선으로 된 건축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집 전체가 살짝 내쉰 한숨에 흔들리는 푸딩 덩어리 같다. 거실의 창문은 암탉이 품은 달걀처럼 포근하며 꼭대기 모서리에 있는 하녀방의 지붕은 소녀의 모자를 얹어둔 것처럼 귀엽고 우아하다. 어디 하나 억지스럽지 않게 흘러가는 곡선들이 그윽함을 자아낸다. 결혼을 앞둔 건축가의 마음이 그토록 애틋했던 것일까.-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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