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비참한건 어디서나 똑같을 텐데 그걸 가지고 한국에선 황석영의 한맺힌 '손님'이 탄생하고 서구권에선 이런 달달한 소설이 탄생하다니 이걸 흙 묻은 나무 뿌리까지 캐어내 먹던 독한 민족과 감자 껍질으로라도 파이를 만들어 먹던 민족 사이의 간극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거대할 것이 없다. 얼마나 거대하지 않냐면, 전쟁 중 일어난 가장 비극적 사건이 (이념으로 인한 칼부림이 아닌) 현지여성과 독일병사와의 사랑 정도라는 거. 그런 소설이다. 강제노역하는 폴란드 아이를 데려다 먹이고 입히다 강제수용소로 잡혀가는 동네 주민들 이야기는 한국전의 처절한 바닥에 익숙한 우리같은 독자들에겐 '소설쓰네'류의 감상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건 진짜로 소설인걸 어찌하랴. 거기다 이건 그냥 전쟁 소설이 아니라 전쟁을 배경으로 삼은 로맨스 소설인걸!! 전쟁이란 배경속에 단 이야기를 슬쩍 집어넣는 그 사랑스러움이 진정 저 먼나라 사람들 답다. 굳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시라. 우리가 18세기 결혼풍속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오만과 편견을 읽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잘못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 어려움의 순간에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며 보듬었는지가 중요할 뿐. 진정한 loveliness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