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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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에서 이런 책도 내나 싶었는데 컨텐츠에 대한 만족도가 딱 퍼블리 만족도 수준이었다. 왜 돈 내고 볼 가치가 없는 걸 돈 낼 만한 가치가 있는 컨텐츠라고 우기지? 이런 느낌. 저자가 56일 교토에 가서 본 걸 동선 그대로, 마케팅 엣지 포인트 측면에서 보고 배울만한(?)걸 대중교통 안내방송에서부터 우산걸이 하나까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물론 300페이지 넘게 그것만 주구장창 하고 있으니 괜찮다 싶은 내용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이게 지금 한국의 마케터와 독자들에게 무슨 인사이트와 의미가 있을까? 싶은 내용이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던 시대는 지나갔고, 한국과 일본의 시장상황 차이가 있는데(내수 사이즈의 차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좋아 보인다만 사실 장사나 비즈니스에 있어 크게 크리티컬 하지도 않아 보이는 걸 스토리텔링으로 의미있어 보이게 만드는 내용이 많아서 책 읽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이미 한국에도 있고 더 잘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가령 예를 들어 교토의 몰.시장에서 아케이드를 만들어 손님들이 비에 맞지 않고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에 할 말이 없었다. 한국 지자체들이 5일장 서는 곳마다 세금 넣어서 아케이드 만드는 공사 해주고 있는게 10년도 넘은 일 같은데참신한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이미 한국에서 카피해서 광범위하게 보급된 내용도 있었고, 만약 한국에 없는 것이라면 그걸 한국 사람들이 몰라서라기 보다는 카피할 가치(시장성)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이걸 공짜 컨텐츠로 본다면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컨텐츠의 수준이 높은 시대에 굳이 내 시간을 들여 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애정을 가지고 교토를 거닐고 차분하게 풀어내는 필력은 좋았으나 착즙은 팬들끼리 해야하는 법. 착즙에 관심없는 독자로서 무척 실망스러웠다. 마케팅 인사이트보다는 코로나로 외국 가기 힘드니 외국은 이렇구나 그냥 훑어보는 정도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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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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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에세이는 사노 요코가 나이가 들어서 쓴 글인데 그래서 그런지 한 문단이 아주 간결하게 문장 두세개로 이루어져 있고 문장의 전환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노인이 쓴 글이란걸 의식하고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노인의 느낌이 난다. 여러 말 하기 기력 딸리고 이 말 했다가 저 말 했다가 횡설수설...하지만 그 중구난방의 느낌이 지저분하거나 지루하다기 보다는 그 나름의 운치가 있다. 에세이와 시의 경계에 걸치고 있는 느낌이랄까? 노인이라 할지라도 사노 요코가 가진 크리에이티브가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언뜻 읽으면 잡문 같은데 가끔씩 허를 찌르는 본질의 문장들이 튀어나오고 다 읽고 나서 보니 밑줄긋기 한 문장들이 많았다. 책 자체로도 좋았지만 (사노 요코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친애하는 미스터 최, 다음으로 좋았다) 이 책에는 사노 요코가 한류 드라마에 대해 쓴 에세이가 한 편 있는데, 그 글이 정말 명문이다. 쉽고 재미있고 날카롭고 풍자적이며 무엇보다 독자를 웃게 하는 그 글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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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6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저자의 <사는 게 뭐라고>를 읽었어요. 술술 읽히는 건 저자의 장점.
마치 일기 쓰듯 공 들이지 않고 쓴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러면서도 내용이 궁금해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LAYLA 2020-08-2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페크님, 오랜만입니다! 저는 아직 사는 게 뭐라고를 읽어보지 못해서 궁금했었어요. 사노 요코의 에세이 중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출판사의 마케팅 때문인지 혹은 그 책이 사노 요코의 글 중에서 유달리 뛰어나기 때문인지요. 쉽게 읽힌다는 페크님 말에 공감하고...생각해보니 노인이 쓴 에세이를 읽은 건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 나이에도 젊은이 빠져들어갈 글을 쓴다니 대단해요 ㅎㅎㅎ
 
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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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앗짱은 부처 같은 엄마처럼 착했다. 그에 비해 나는 성질이 더러웠다. 성질은 평생 변하지 않으므로, 누구든 자기 성질이 불러들인 인생을 살게 된다. - P48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읽은 책은 다 쓸모없었다. 열세 살 소녀한테 안나 카레니나가 이해될 리 만무했다. 열세 살의 건방진 친구가 "나쓰메 소세키는 산시로, 그 후, 문의 순서로 읽는 거야" 하고 지껄이기에 시키는 대로 했는데, 소세키를 읽고 감동하려면 그에 걸맞는 인생이 필요했다. 시간만 허비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남자랑 노는 편이 훨씬 나았다. - P55

스물셋에 결혼한 상대는 생전 이사 한 안 해본 사람이었다. 23년간 찬장이 같은 곳에 있었고, 같은 곳에 젓가락이 들어 있었다는데, 그 젓가락 두는 곳도 모르는 무심한 사람이었다. 그때까지 이사를 스물 몇 번 했던 나는 23년간 같은 곳에 젓가락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기겁을 했다. - P85

사람과 사람이 붙는 건 고생스럽지 않지만 떨어지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쓰러진다. - P108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남자가 뒤로 물러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건 사노 씨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에요. 모두 진실을 싫어해요. 진실은 말하면 안돼요.

왠지 부끄러웠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웠다. - P112

러시아인 친구가 한 명도 없으니 살아 ㅆ는 러시아인이 어떤지는 모른다. 체호프나 도스프옙스키의 등장인물이 기차 옆자리에 앉은 타인과도 속마음을 터놓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거나 큼직한 장화를 신고 성큼성큼 들어오는 모습에 나는 기겁을 했다. 소설이기 때문일까? 만들어낸 이야기일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 P130

젊은 시절의 독서는 허영심이다. - P138

햣켄은 시각 장애인인 미야기 미치오에게 "장님도 미인을 알아볼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마음이 뇌 부근에 있는 사람은 절대 묻지 않을 질문이리라. 미야기 미치오는 "압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주변의 공기로 안다고 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못생겼다는 건 장님한테도 들킨다. - P167

나는 노인이 되어서야 내가 이 세상에 하러 왔는지 알았다. 이 세상엔 이렇다 할 볼일이 없다. 볼일은 없는데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이따금 아아, 살아 있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으면 좋은 거다. ‘그래서 어쩌라고?‘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 P168

나는 감정만 소비하고 머리는 전혀 쓰지 않았다. 머리로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 P195

부부는 안에서는 쉽게 깨지지만 밖에서는 아무리 찌르고 부서뜨리려 해도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 - P204

밤에 이혼하자고 했다가 아침이 되면 정기예금에 대해 의논하는 것이 부부다. 참으로 영문을 모르겠다. 그런데 부부는 영문을 모르는 게 좋은 거다. 부부에겐 과학이 필요 없다. 과학이 끼어들 틈이 없는 곳이 아직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든든하다. - P206

나는 아이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만 가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거기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힘을 얻고, 돈도 벌고, 상대를 지킬 마음도 생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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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edral: Stories (Paperback)
레이몬드 카버 지음 / Vintage Books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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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hough they were tired and in anguish, they listened to what the baker had to say. They nodded when the baker started to speak of loneliness, and the sense of doubt and limitation that had come to him in his middle years. He told them what it was like to be childless all these years. To repeat the days with the ovens endlessly full and endlessly empty.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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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20-08-19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 오븐에 대한 두려움을 굳이 외로움 이란 감정에 묶어 놓을 려고 하는 거지 그 둘은 서로 무관.
비었거나 차있거나 외로운건 외로운거죠.
 

몇 달 전 강남 교보문고 앞 대로에서

버 스를 기다리는데 대로 한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나왔다. 

그 사람이 어떻게 그 곳으로 들어갔는지는 본 사람이 없다.

다들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쳐박고 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았더니 한 남자가 강남대로 중앙선에서 솟아난듯 유유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때마침 나는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세요. 도인을 만난 참이었는데 그 무질서함, 도인과 땅에서 솟아난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강남역의 현실 풍경 앞에 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건 소설보다 더 소설같으며, 그래서 독자를 설득해야 하는 소설의 소재로 쓰지 못할 이야기라 생각하며. 다만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상상력을 넓혀줄 소재정도는 되겠지. 


일 때문에 이런 저런 미팅을 하는데 오늘 방문한 도시에서는 KTX역에서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살다가 기사 딸린 차를 타 보는건 아버지가 은행 임원으로 근무하셨던 친구네에 놀러갔던 적 이후로 인생에서 두번째인데 차의 발매트가 꽤 지저분해서 급조한 의전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어쨌든 그 조직은 나보다도 어린 남자들이 꾸리는 사업체였는데 성인이고 잘 나가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한 그들의 포마드 바른 머리, 번쩍거리는 시계, 남자 향수 냄새, 톰브라운 슈즈 등등이 총체적으로 소설같았고 가장 현실적이었던건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부족한 디테일이었다. 대충 어디서 본 걸 적당히 구현해 내어서 그 인테리어가 먹히는 2년 동안 굴리고 권리금 받고 빠지는. 그렇게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몇십억을 벌고 수십명의 직원들을 거느리는 것도 보통의 능력은 아니지만 일진과 조폭과 적법조직의 경계가 애매한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 아우라와 위계를 알아채고 물처럼 응대하는 그 노련함에 감탄하며 내가 한 생각이란 '그래서 얘들 월급은 얼마나 주는거야?' ... 이번 미팅에서는 대접받는 입장인지라 화장실 가는 문도 사업가인지 조폭인지 모를 정중한 신사들이 허리숙여 열어주었고 그건 꽤 특이한 경험이었다. 미팅 중 이동하는 차량 속에서 바깥을 바라보니 구름이 뭉게뭉게 무척 예뻤다. 지역신문사 이름을 크게 내건 빌딩의 모습을 구름과 함께 기념으로 찍었다. 의도한 적 없었는데 특이한 경험 수집가로 살고 있는것 같다는 말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였다. 


원래 여름을 좋아하던 사람이지만 그 자각이 커지고 커져, 올해는 여름의 하루하루를 쓰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름이라서 가슴에서 치솟아 올라오는 감정의 덩어리라던가, 여름이라 일어나는 기묘하고 신비로운 일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름을 좋아하기에 여름도 나에게 그런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걸려있는 무언가를 선물로 툭 툭 던져주는게 아닐지. 8월이 가기전 하나의 결심을 하자고 결심하며, 7월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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