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강남 교보문고 앞 대로에서

버 스를 기다리는데 대로 한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나왔다. 

그 사람이 어떻게 그 곳으로 들어갔는지는 본 사람이 없다.

다들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쳐박고 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았더니 한 남자가 강남대로 중앙선에서 솟아난듯 유유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때마침 나는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세요. 도인을 만난 참이었는데 그 무질서함, 도인과 땅에서 솟아난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강남역의 현실 풍경 앞에 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건 소설보다 더 소설같으며, 그래서 독자를 설득해야 하는 소설의 소재로 쓰지 못할 이야기라 생각하며. 다만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상상력을 넓혀줄 소재정도는 되겠지. 


일 때문에 이런 저런 미팅을 하는데 오늘 방문한 도시에서는 KTX역에서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살다가 기사 딸린 차를 타 보는건 아버지가 은행 임원으로 근무하셨던 친구네에 놀러갔던 적 이후로 인생에서 두번째인데 차의 발매트가 꽤 지저분해서 급조한 의전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어쨌든 그 조직은 나보다도 어린 남자들이 꾸리는 사업체였는데 성인이고 잘 나가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한 그들의 포마드 바른 머리, 번쩍거리는 시계, 남자 향수 냄새, 톰브라운 슈즈 등등이 총체적으로 소설같았고 가장 현실적이었던건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부족한 디테일이었다. 대충 어디서 본 걸 적당히 구현해 내어서 그 인테리어가 먹히는 2년 동안 굴리고 권리금 받고 빠지는. 그렇게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미 몇십억을 벌고 수십명의 직원들을 거느리는 것도 보통의 능력은 아니지만 일진과 조폭과 적법조직의 경계가 애매한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 아우라와 위계를 알아채고 물처럼 응대하는 그 노련함에 감탄하며 내가 한 생각이란 '그래서 얘들 월급은 얼마나 주는거야?' ... 이번 미팅에서는 대접받는 입장인지라 화장실 가는 문도 사업가인지 조폭인지 모를 정중한 신사들이 허리숙여 열어주었고 그건 꽤 특이한 경험이었다. 미팅 중 이동하는 차량 속에서 바깥을 바라보니 구름이 뭉게뭉게 무척 예뻤다. 지역신문사 이름을 크게 내건 빌딩의 모습을 구름과 함께 기념으로 찍었다. 의도한 적 없었는데 특이한 경험 수집가로 살고 있는것 같다는 말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였다. 


원래 여름을 좋아하던 사람이지만 그 자각이 커지고 커져, 올해는 여름의 하루하루를 쓰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름이라서 가슴에서 치솟아 올라오는 감정의 덩어리라던가, 여름이라 일어나는 기묘하고 신비로운 일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름을 좋아하기에 여름도 나에게 그런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걸려있는 무언가를 선물로 툭 툭 던져주는게 아닐지. 8월이 가기전 하나의 결심을 하자고 결심하며, 7월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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