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론리하트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품절


쾌락주의란 말이야, 좀 속되게 말하면 '현금이 좋아, 외상은 싫어'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지.
자네는 이제 쾌락의 생활에 몰두해. 하지만 너무 탐닉하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 하네. 아무튼 자네는 자네의 몸이 쾌락 기계라는 것을 깨닫고 그 몸에서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몸을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 술을 마시면서 골프를 치고, 스페인풍 춤을 추면서도 헬스에 나가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거야. 또 자네는 마음의 쾌락도 소홀히 하지 않아. 마티스와 피카소의 그림 아래에서 간통을 하고, 르네상스 은잔으로 술을 마시고 프루스트와 함께 벽난로 아에 앉아 저녁 한때를 보내며 사과를 깨물어 먹지. 하지만 이런 쾌락도 잠시뿐 곧 자네가 죽어야 할 날이 찾아와. 자네는 입술을 꼭 깨물면서 최후의 파티를 열기로 결정하지. 옛날의 정부, 헬스 지도자, 예술가, 술친구들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거야. 손님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고 웨이터들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어. 테이블은 에릭 길이 자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관이야. 자네는 검은 캐비아, 블랙베리, 감초 캔디, 크림을 넣지 않은 커피를 대접하지. 무용단 여자애들이 무용을 마치고 나면 자네는 -83쪽

벌떡 일어나 주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자네의 인생 철학을 설명하는거야.
'인생이란.' 자네는 말해
'불평 불만을 받아주지 않는 클럽 같은 곳입니다. 카드 패는 딱 한번만 돌아가고 당신은 싫든 좋든 그 게임에 참가해야 합니다. 그 카드 패가 별 볼일 없고 운명의 손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신사처럼 씩씩하게 카드 게임을 해야 하는 겁니다. 자, 마음껏 취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을 마음 껏 드시고 이층에 있는 여자애들과 즐겁게 사귀십시오. 하지만 당신이 최고의 패를 잡은 그 순간에 게임을 끝내는 검은 휘장이 내려온다 해도, 절대 불평 불만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84쪽

사람들에게 이렇게 씩씩하게 말하란 말이야. 구두가 닳아 떨어졌고 얼굴에 여드름이 났고 이빨은 뻐드렁니이고 발은 평족이래도 자네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구. 왜냐하면 내일이면 카네기 홀에서 베토벤의 후기 사중주곡이 연주될 것이고 자네의 집에는 한 권 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이 있으니까 말이야-85쪽

인간은 늘 꿈을 가지고 자신의 비참함과 싸워왔다. 과거에 꿈은 아주 막강한 것이었지만 그 꿈은 이제 영화, 라디오, 신문 때문에 유치한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꿈을 배신한 사례가 무수하게 많았지만 최근의 이런 매체들은 정말 최악이다.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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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구판절판


코펜하겐의 다른 주민들만큼이나 젊고 잘생긴 금발 경찰관 두 명이 17세가량 되어 보이는 한 소년에게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소년은 달나라행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마약을 복용한게 틀림없었다.
..덴마크 사람들은 바보스러우리만치 법을 잘 지킨다. 덴마크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라야 자전거 절도다. 우연히 입수하게 된 1982년 자료에 의하면 그해 코펜하겐에서는 살인 사건이 6건뿐이었다고 한다. 유사한 규모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의 205건, 뉴욕시의 1688건과 크게 대조되는 수치다. 코펜하겐은 치안상태가 너무 좋아서 마르그레테 여왕은 아말리엔보르 궁에서 상점가까지 평범한 시민처럼 매일 아침 걸어서 꽃과 야채를 사곤 했다고 한다.-171쪽

...경관들은 소년이 일어서도록 부축한 후에 순찰차로 데려갔다. 모여 있던 사람들은 흩어졌지만, 나도 모르게 경관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토록 친절한 경찰을 본 일이 없다는 점을 빼면 내가 그들에게 왜 그렇게 매료됐는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순찰차까지 가서 영어로 여자 경관에게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저 소년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집으로 데려갈 겁니다"
그녀는 그렇게만 말하고 눈썹을 약간 치켜 올리더니 말했다.
"애들은 자기 침대에서 자야 잘 자잖아요"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미국에서 경찰에게 잡혔을때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주차 위반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들은 내게 벽을 향해 팔다리를 벌리고 서도록 한 다음 몸을 수색하더니 나를 경찰서로 연행해 갰다. 당시 내 나이가 열일곱 살 정도였다. 시립 공원 벤치에서 마약에 취해 누워 있었다면 경찰이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했을지 자뭇 궁금하다. 지금 이 나이쯤 돼서야 출감하지 않았을까?
"저 아이는 이 일로 곤란하게 될까요?"
"아버지한테는 혼 좀 나겠지요 그러나 우리하고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우린 모두 젊고, 때로는 제정신이 아니잖아요."-171쪽

"그게 바로 오스트리아의 문제야."
여행하는 내내 몇 번 입을 연 적이 없는 과묵한 토마스가 갑자기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데, 망할 오스트리아 놈들로 가득하거든."-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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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1학기 때 한국으로 교환학생 온 미국애, 캐나다애랑 언어교환하느라 매주 2번씩 만났었다. 법적으론 미국애, 캐나다애이지만 피는 다 100%한국인 애들이라 그당시 나는 스스로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한국을 (당연히) 좋아하리라 전제하고 있었다. 그간 쿨한척 하고 있었지만 역시 어쩔수 없는 촌스런 한국인이였던 것이다. ㅉㅉ 한강 얼마나 좋아? 덕수궁 얼마나 좋아? 이런 마음이었고(지방에서 상경한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 경복궁을 가보지 않았다는 그들의 말을 듣고선 '경복궁을 보여주고 싶다'란 순도 100프로의 마음으로 소풍을 추진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불과 몇달전의 일이지만 어찌 그리 순진했을까 싶다.

어쨌든, 감 잡으셨겠지만 그들은 한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느정도 혐오하고 있었다. 사소하게는 왜 한국 여자들은 그처럼 외모에 신경을 쓰냐부터 시작해서 (왜 여자밖에 없는 여대에서 다들 하이힐 신고 미니스커트 입냐고 짜증냄) 인턴하러 갔더니 상사 눈치보느라 퇴근도 안시킨다고 이런 나라에선 살수가 없다 그러질 않나, 똑똑한 인재가 유학나갔다가 군대문제때문에 국적을 바꿔버리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유학간 애들은 다 군대면제를 시켜줘야 한다 그러질 않나(결국 한국은 시스템이 구지단 이야기.)

처음 한달간은 어리버리하게 이것이 다 그 잘난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그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던것 같다. 왜 한국 여자들이 그토록 외모에 집착하는지, 왜 군대문제가 엄청나게 민감한지 등등. 내가 한계 혹은 본질을 알아차린건 그들이 "한국애들은 공부를 안해 다들 술집에나 가고"이런 말 했던 때였던것 같다. 맨날 교환학생끼리 모여서 술집이나 돌아다니니 보는 애가 술집에 있는 애밖에 더 있겠냐? 대학교 중도에서 밤새며 한국 대학생들의 향학열을 관찰할 생각은 안하고 술집만 싸돌아 댕기며 '한국인들은 이러니까 안돼~'이러고 있으니 짜증이 확 치솟았던 것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거 아님?

어쨌든, 이들과의 언어교환은 나에게 언어교환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었다. 바로 '필터'의 힘이다. 얘네들 눈에 한국이 뭘 해도 구질구질한 나라인것처럼, 한국인들 눈에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뭘 해도 번쩍번쩍 좋은 나라이겠지. 뭘 봐도 다 그럴듯해 보이고, 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것처럼 보이고, 다 선진적으로 보이고, 다 쿨해보이고 뭐 그렇겠지. 요즘 쏟아져 나오는 여행기또한 다 그렇지 아니한가? 뭐가 좋아, 뭐가 이뻐, 뭐가 아름답더라 뭐뭐뭐뭐 ..그래 난 깨달은 것이다. 한국인들의 눈에 그렇게 멋져 보이는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도 사실 우리 뇌에 각인된 '환상'과 '선입견'을 벗겨놓고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별로인 곳일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싸이 파도타기 하면 몇 명에 한명꼴로 가지고 있는 '유럽여행' 사진첩 폴더...유럽배낭여행은 대학생의 필수코스가 된지 오래... 그래 분명히 뭔가 이상했다. 미의 스탠다드가 서구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째서 유명 관광지나 미술관에 대해 '존나 구려'라고 말하는 사람(책)이 하나도 없었던 거지??????????/?/??? 우리는 그렇게 획일적인 취향을 가진 존재였던가???????

안타깝게도, 오륀지 교육을 받으며 영어에 목매다는 풍토에서 자란 한국인이 서구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을 가진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일게다. 그간 무조건 유럽이 너무 좋아! 스페인이 좋아! 뭐 이런 책만 줄창 나온건 이런 배경이 있었겠지....생산할수 있는 콘텐츠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거기에 집중되어 있었을테니. 아마 여행기에서 불평을 늘어놓는다는건 한국인들의 상식을 넘어서는 것이었을테다. 어떻게 감히 루브르의 그 아름다운 작품에 대해서 불평을,.???!?!/ 뭐 이런거 아닐랑가. 국립현대미술관은 가본적 없어도 루브르가는데는 목숨거는게 트렌드인디욘.

빌 브라이슨의 책은 그런 점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치'를 지닌다. 꿀릴것없는 미국인이 쓴 유럽 여행기...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유럽이 미국인에게 가차없이 '구린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이 책의 에센스라고나 할까. 이 책 아니면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아마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빌 브라이슨의 유머에 낄낄대며 웃을테다. 근데 한국에서만 자란 나는 솔직히 빌 브라이슨 유머 별로 재미없었다. 지루하기도 하였다. 뭐 웃기라고 한 건줄은 알겠는데...everybody likes humor but everybody likes different humor 뭐 이런말도 있지 않나. 나는 당신이 말하는 미국식 유머를 알아듣질 못하겠시욘.. 성적인 농담은 불쾌하기만 했시욘..그치만 오스트리아에서 모차르트 기념품만 판다고 망할 모차르트!라고 할 땐 정말 미친듯이 웃었다는거^^ 한국인이라면 절대 쓰지 못할 여행기란 건 이런점에서. ^^

물론 부족한 점도 있다. 사실 이 책은 여행기로서의 별점만 매기자면 별 2-3개 정도밖에 못 주겠다. 빌 브라이슨 혼자 어느장소로 이동해서, 호텔잡고, 거리 좀 돌아다니다가, '흠 떠나고 시포' 이러면서 다른 도시로 떠나는 여정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한 도시에 머무르는 기간이 며칠밖에 안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거기서 친구를 사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미국인 답다), 감상이란 것도 그가 구사하는 말장난이나 유머에 비하면 비중이 미미한 것인지라... 앞서 말했듯이 성적인 농담중 불쾌한것도 한두개가 아니었다. 별4개는 그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단 점에서 준 것이다.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 유럽도 이처럼 문제투성이로 보일수 있구나. 쪽팔리게 유럽가서 침 질질 흘리면서 역시 멋져..한국은 구져..이런 생각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해주었다. 책을 구입할때, 아름다운 여행기라던지 감상이 묻어나는 여행기라던지 이런건 절대 기대하지 마시라.

+ 빌 브라이슨이 미국인이 아니었으면(=유럽인으로서 미국을 까대는 내용이었으면) 2배쯤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미국인이 유럽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것보다 유럽인이 미국에 대해 불평 늘어놓는게 더 공감도 잘 갔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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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7-2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이 유럽인이 아니었으면' ---> '빌 브라이슨이 유럽인이었으면'
의 뜻으로 쓰신 거 맞지요? ^^
저도 잘은 모르지만 확실히 미국 사람들이 웃기는 방식과 영국, 프랑스 사람들이 웃기는 방식은 다른 것 같더라고요. 미국 사람들은 그야말로 꾸밈없이 웃긴달까 (좋게 말하면 ^^). 영국 사람들은 좀 시니컬 하지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LAYLA 2008-07-2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
 
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구판절판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같지 않다. 외로움은 상실감을 내포한다. 지극히 친밀한 관계 속에 있다가 만남이 소원해졌을 때, 또는 사랑하던 여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외로움이 기습한다. 그 느낌은 혼자 있는 사람이 느끼는 인간 본연의 고독과는 정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혼자 있을 땐 자신과 풍부한 대화를 하지만, 외로울 땐 자신을 전혀 돌보지 못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면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오지 않을 상대방의 연락을 기다리며 헛된 기대로 시간을 소모시킨다. 그러고 나서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화가나서 또 한 번 감정을 소모한다.-100쪽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질병은 천벌이나 저주였다. 어느 특정 질병에 특히 잘 걸리는 성격이 있다고 믿던 때도 있었다. 바로 19세기 서양인들이 그랬다. 이를테면, 폐결핵은 체내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병이기 때문에 감정을 지나치게 소모시키는 사람, 가령 연인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라거나 몸을 쇠진시키며 시를 창작하는 낭만적인 시인이 잘 걸리는 병이라고 분류되었다. 그와는 반대로 암의 경우는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며 사는 사람에게 잘 찾앋온다고 믿었다. 억제된 부노 같은 것이 표출되지 않고 응어리져 있다가 점점 괴물조직 같은 암 덩어리로 자라난다는 것이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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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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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백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

란 말이 표지에 쓰여있다. 에세이. 그렇다 이 책은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심리치유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저자는 심리학이나 의학 전공자가 아닌 미술사 전공자이다. 해서, 심리치유를 목적으로 책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서 슬쩍 보았더니 책에 실린 그림이 그 자체로 위로가 되길래 글은 하나의 덤이라 생각하고 구입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게 에세이란, 좋아하는 작가의 귀여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장르로서 인지되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문학작품을 쓴 작가라 하여도 그니까 작품세계에선 이 사람이 나와 같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게 아득하게 느껴지는,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다니 !! 이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도 에세이라는 장르에서 만큼은 결국 그도 한 인간일 뿐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좋아하는 강도와 그들의 에세이에 열광하는 강도는 정비례.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 사소한 고집들 등등이 귀여웠다. 내가 그들을 '귀엽다'고 평할(?)수 있는 영역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소중한 에.세.이! 조금 말을 바꿔서 하자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을 필욘 없는거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에세이란 나에게 그저 타인의 신변잡기를 다룬 글일뿐..나의 시간은 소중하닉한. 아껴써야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예 모르는 사람이 글인 이 에세이는 '덤'이라고 생각했던거다. 근데 읽다보니 '덤'으로 넘길 글은 아니었다. 읽기에 어렵지 않았고 뭣보다 느끼하거나 간지넘치지 않아서 좋았다.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해 일반적인 문제를 짚고 거기에 적당한 그림을 소개하며 고통을 넘길만한 이야기를 해준다.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글이고, 있는 '척'하기도 쉬운 글인데 담백하니 제 길을 잃지 않고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뭔가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단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정말 진심어린 조언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고.

그림도 참 좋다. 전공자가 쓴 책이라 여태 우리가 몰랐던 좋은 그림이 많이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되어있다. 책은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혹, 저자나 출판사에서 이 리뷰를 보신다면 다른 책도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그림을 소개해주는 책으로. 대중에게 미술을 소개하는 책은 많지만 맨날 유명한 그림만 반복해서 보는 느낌인데 저자가 소개해주는 그림들이 참 좋았다. 유명하지 않으면서도 유명한 그림들 보다 더 마음을 움직였다. 책을 읽으며 그런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 보고 싶단 욕심이 막 생겨날 정도였으니 덤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책에서 무척 많은 걸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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