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구판절판


박제사업은 오래전부터 사양사업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들도 그렇고요. 지금은 얼마 안 되는 반려동물을 제외하고는 동물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더구나 야생동물, 진짜 동물다운 동물은 모두 사라졌습니다.-89쪽

박제사보다는 카메라가 더 신속하고 저렴하게 사냥한 동물을 보존할 수 있다. 사냥꾼이 그 옆에 서서 증거로 사진을 찍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카메라의 등장이 박제사업에는 악몽이었던 셈이다. 사진첩에 간직된 책 잊힌 사진이 벽을 장신하는 실물보다 나을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119쪽

옛날에는 명망 있는 가문이라면 누구나 박제한 동물 또는 새장으로 거실을 장식하던 때가 있었다. 또 숲이 줄어들면서는 가문의 소유이던 숲을 대표하는 식물을 박제로 만들어 장식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박제사업은 완전히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수집과 보존도 먼 옛날일이 되고 말았다. 요즘 거실은 단조롭기 그지 없으며, 숲은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12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러우면 지는 거다
신여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방송작가 커리어 16년에 한 때 억대연봉까지 받았다는 저자의 이력이 무색한 책이다. 어찌 16년이나 프로로 일한 사람이 일과 직업에 대해 이리 경박한 시각을 가질 수 있나...'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아도 억대연봉을 받는 대한민국 프리랜서들의 특별한 생태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프리랜서의 세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적분석으로 통계적으로 믿을만한 수치를 내미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기 방송작가 경력으로 이래저래 아는 사람들 가볍게 인터뷰해서 묶어놓은거라 생각하는게 속  편할 듯. 이걸 책이라고 기대하고 봤다간 짜증 난다.  

웬만하면 다들 고생해서 쓴 책이니 야박한 소리 하고 싶지 않다만, 매 직업 소개하면서 '놀러 다니면서 억대연봉을 벌 수 있다'느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운운하고 있으니 한심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있나? (저자가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이래서 이런 책이 나온 것이라면 이해가 가긴 하다만)인터뷰이들이 아무리 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것 같아도 다들 제 나름의 고충과 어려움이 있을진대 이런 종류의 서적이 해야 할 일이란 바로 그 어려움까지 담아서 직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 않나. 직업을 소개하는 책이란 자신의 본분은 망각한 채 로또 꿈꾸는 허풍선이 마냥 놀기만 해도 억대 연봉이란 말도 안되는 소리에 더 방점을 찍고 있으니 정말 이 책으로 진로설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두렵다. 

책 표지와 띠지의 프리랜서 성공비법 이런거 절대 믿지 마시라. 부러우면 지는거다..책 제목이 부끄럽다. 부러운 사람 하나 없는 책이었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잘코군 2011-05-0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아 이 책에 대해선 평가하진 못하겠고, 성공 연봉을 미끼로 낚시하는 책 많죠. 내면 일단 팔리니. 키워드와 띠지에 속지 말아야. ^^

LAYLA 2011-05-02 23:26   좋아요 0 | URL
쩝. 전부는 아니겠지만 방송작가 출신 저자들 보면 많은 수가 호흡짧은 1회 방송 집필에 너무 익숙한거 같네요. 책과 방송은 엄연히 다른건데 책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을 때 화를 넘어 분노가 치밀죠. 감히 책으로 낚시질이라니..나중에 벌 받을 거에요.
 
작가의 집 - 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지음, 이세진 옮김, 에리카 레너드 사진 / 윌북 / 2009년 11월
품절


고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독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나는 고독을 만들었다. 글쓰기를 위해서 이곳에서 혼자여야 한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리 된 일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혼자였다. 나는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나았다. 정원의 빛에서 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집은 나의 책 '태평양의 방파제'의 영화 판권을 넘기고 받은 돈으로 샀다. 이 집은 내 것이었고 내 명의로 되어 있었다. 이 집을 사고 나서부터 글쓰기의 광기가 찾아왔다. 화산 같은 충동이 솟구쳤다. -17쪽

마크 트웨인은 물살을 가르는 바퀴 달린 증기선의 항해사가 되어 미시시피강을 오갔다. "항해실에 서 있으면 수면 위로 우뚝 솟은 기분이라 흡사 산에 오른 것 같았다." 그곳에서 그는 강둑에 배가 접근할 때 물의 깊이를 큰 소리로 알리는 임무를 맡았는데 "길이가 두 길 mark two"이라고 외쳐야 했다. 그의 필명 마크 트웨인이 여기서 나왔다.-115쪽

나는 몹시 고독하게 산다. 혼자 살며 글을 쓰든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아무것도 못 쓰게 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셀마 라게를뢰프-133쪽

그는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서 은행원 일을 그만두었다. 은행에서 일을 할 때면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고 "3의 충돌, 6의 비상, S의 주름" 운운하며 문학적 이야기를 꾸며내 자신을 위로하곤 하던 그였다.
-장 지오노-174쪽

로렌스는 키프로스에서 어머니와 어린 딸 사포를 데리고 벨라파스 수도원 근처 언덕에 있는 '작지만 매력적인 터키 집'에서 살았다. 그는 새벽 네시 반이면 일어나서 몇 시간 동안 글을 썼다. 아이가 깰까 봐 낡은 타자기를 쓰지 않고 펜으로 꽤 많은 원고를 썼다.-267쪽

"서른 살에 문득 한 무더기 무생물들의 노예가 되었다고 깨닫는다.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 모든 것들 가운데 딱히 애착을 가질 만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고백해야 하므로 차마 그러지 못한다."
-포크너-290쪽

"나는 대궐 같은 집에서 (300칸짜리 집에 12명이 살았다) 마법의 숲을 거닐 듯 헤매고 다녔다."
그는 고전이 그득한 서재에서 독서에 탐닉했다. 부자로 태어났지만 의심과 모순으로 망쳐버린 인생의 유일한 기쁨은 독서였다.

... 람페두사는 새로운 집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지금 이 집은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 산 것이지 내 마음에는 전혀 들지 않는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아내 이름으로 해둔 게 만족스럽다."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3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구판절판


"믿어주시오."
그가 슬픈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 역시 한때는 멀리 떠나려고 했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보시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5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구판절판


집은 물리적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소가 되었다.집은 정체성의 수호자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소유자들은 밖으로 떠돌던 시절을 끝내고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했다.-11쪽

스토아학파 철학자나 제네바 호숫가의 성 베르나두스의 태도를 본 따, 궁극적으로 건물이 어떤 모양인지, 천장에 무엇이 있는지, 벽을 어떻게 처리하든지 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렇게 거리를 두는 자세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이 부재하는 곳에 우리 자신을 완전히 열었을때 마주하게 될 슬픔을 빗겨가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14쪽

우리가 감탄하는 건물은 결국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가 귀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상찬한다. 즉 이런 건물은 재료를 통해서든,형태를 통해서든, 색채를통해서든, 우정, 친절, 섬세, 힘, 지성 등과 같은 누구나 인정하는 긍정적인 특질들과 관련을 맺는다.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좋은 삶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서로 얽혀 있다. 우리는 침실에서 평화를 연상하려 하고, 의자에서 관대와 조화의 비유를 찾고, 수도꼭지에서 정직하고 솔직한 분위기를 구한다. 우리는 우아하게 천장과 만나는 기둥, 지혜를 암시하는 낡은 돌계단, 부채꼴 채광창으로 장난스러움과 예의바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조지 왕조 시대의 문간에서 감동을 받는다.

시각적 취향과 우리의 가치 사이의 친밀한 제휴를 가장 투명하게 표현한 사람은 스탕달이었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104쪽

스탕달은 인류가 윤리적인 취향만이 아니라 시각적 취향을 놓고도 늘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에 이렇게 덧붙였다.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만큼이나 아름다움의 스타일도 다양하다."-108쪽

우리가 환경에 민감한 이유는 인간 심리의 곤혹스러운 특징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우리가 우리 내부에 수많은 자아를 품은 방식 말이다. 그 모든 자아가 똑같이 '나'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불협화음 때문에 어떤 분위기에 들어가면 스스로 나의 진정한 자아라고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졌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런 순간에 그리워하는 자아, 즉 우리 인격 가운데 진정하고,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면은 손에 잘 잡히지 않아 마음대로 불러낼 수가 없다. 우리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가 우연히 머물게 된 장소에 따라, 벽돌의 색깔, 천장의 높이, 거리의 배치에 따라 그런 자아에 접근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도로 세 개에 의헤 목이 졸리는 호텔방에서, 또는 황폐한 고층빌딩으로 이루어진 황무지 같은 곳에서는 낙관주의와 목적의식이 구멍 난 그릇의 물처럼 새어나가기 십상이다. 심지어 우링게 야망이 있었다는 것, 활기차게 희망을 품어볼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환경이 우리가 존중하는 분위기와 관념을 구현하고, 우리에게 그것을 일깨워주기를 은근히 기대한다.-110쪽

건물이 일종의 심리적 틀처럼 우리를 지탱하여, 우링게 도움이 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유지해 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내부에 필요한 것-그러나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위험이 있는 것-을 표현해주는 물질적 형태들을 주위에 배치한다. 벽지, 벤치, 그림, 거리가 우리의 진정한 자아의 실종을 막아주기를 기대한다.-111쪽

매일 하루를 마감하고 스톡홀름 북부 레에 있는 그런 집으로 퇴근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보라.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는 정신없고 지저분할 수도 있다. 회의가 빽빽하게 잡혀 있고, 예의상 악수를 해야 하고, 잡담을 나누고, 관료제에 시달려야 한다.동료를 이기려고 믿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고, 따지고 보면 마음에 들지도 않는 목표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거나 흥분할 수도 있다.

그러다 마침내 집에 돌아와 혼자 있게 되어 복도 창 밖정원 위로 어둠이 깔리는 것을 보면, 서서히 더 진정한 나, 낮 동안 옆으로 늘어진 막 뒤에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와 다시 접촉을 하게 된다.
...신을 섬기지 않더라도가정적인 건축 하나가 사원이나 교회와 다를 바 없이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기억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125쪽

우리는 우리의 일그러진 본성을 바로잡아주고, 우리를 지배하는 일 때문에 희생해버린 감정들을 되살려주는 능력 때문에 어떤 건물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경쟁심, 질투심, 호전성, 이런 것들은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그러나 광대하고 숭고한 우주 한가운데서 느끼는 겸허, 저녁이 시작될 무렵의 고요를 향한 욕망, 엄숙과 친절에 다가가고 싶은 갈망, 이런 감정들은 우리의 내적 풍경의 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차지하기가 힘들다. 안타깝게도 그런 부분들이 우리 안에 없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집과 연결시키려 하는지도 모른다.-127쪽

집이라는 개념과 예쁘다는 개념 사이에는 어떤 필연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더 넓은 세상이 무시하는, 또는 우리의 산만하고 우유부단한 자아가 잘 붙들지 못하는 중요한 진실들을 더 일관되게 우리에게 제공할수 있는 곳일 뿐이다. 우리는 글을 쓰듯이 집을 짓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127쪽

브라질리아에도 결국 여느 도시와 다를바 없이 거지와 빈민가, 널찍한 도로 위의 타버린 풀과 성당 벽의 갈라진 틈이 생겨나게 되었지만, 건축에서 이상화의 옹호자들은 그 정도로 단념하지는 않았다. 베로네세의 천장 밑에서 목격되는 배신과 무능 애시니엄 클럽 안의 어리석음, 핀란드의 알코올중독과 절망, DZ 은행 사무실 내의 구제불능의 권태에 기가 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149쪽

예술의 이상화 이론의 영향 하에서 만들어진 건축은 어떤 면에서는 하나의 선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수준 높은 예술은 이념에서 자유로우며, 순수하게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낸다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전'이라는 말은 어떤 학설이나 믿음의 장려를 가리키는 말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런 부정적 함의가 없다. 그런 장력의 대상이 주로 밉살스러운 정치적 상업적 의제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그것은 그 말 자체의 결함이라기 보다는 역사의 우연이다. 예술 작품은 그 자원을 이용해 우리를 뭔가로 이끌 때, 그래서 우리가 어떤 목적이나 관념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우리의 감수성이나 마음 자세를 고양시키려고 할 때 하나의 선전이 된다. 이런 정의를 따른다면 예술작품 가운데 선전으로 꼽지 못할 것이 거의 없다.-152쪽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여러가지 문제들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낙담한 순간들은 건축과 예술로 통하는 입구를 활짝 열어준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을 사고 싶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우리의 진정한 욕망은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그것이 구현하는 내적인 특질을 영원히 차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구매하는 것은 사실 그것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갈망을 처리하는 가장 무미건조한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과 자려고 하는 것이 사랑의 감정에 대한 가장 무딘 반응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158쪽

천장을 받치는 기둥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우아함과 그 반대의 길이 결정적으로 갈리곤 한다. ...기둥은 우리 자신이 우리의 짐을 감당하는 방식을 비유로 보여주는 것 가같다.-223쪽

"우리는 교외를 없애야 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그렇게 말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거부감을 보인 것은 교외 거주자들이 말뚝 울탈와 빌라들의 미학만큼이나 그들의 편협한 정신적 전망을 증오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시에서는 도시가 주는 즐거움을 모두가 누릴 수 있을 터였다. 헥타르당 1천 명의 인구밀구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편안한 집에서 살 수 있을 터였다. 심지어 수위도 자기 서재를 가질 수 있다. -260쪽

우리는 슬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상황에서 화를 낸다. 적당한 위생 시설과 가로등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된 거리를 그냥 부수어 버린다. 우리는 만족의 근원을 이해하려고 헛된 노력을 하다가, 슬픔으로부터 그릇된 교훈을 배운다.-267쪽

우리의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많은 것들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가치를 할당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힘을 우리는 '교양'이라고 부른다.-279쪽

1900년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으로 여행을 와서 자신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에 영국 사람들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한 번은 눈 구경을 하자고 어떤 사람을 초대했다가 비웃음을 샀다. 또 한 번은 일본인의 감정이 달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 했는데, 듣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스코틀랜드에 초대를 받아 궁궐같은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어느 날 주인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다가 줄지어선 나무들 사이의 작은 길에 이끼가 두텁게 덮인 것을 보았다. 나는 칭찬을 하면서, 그 길들이 멋지게 나이를 먹은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곧 정원사에게 이끼를 모두 긁어 내게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280쪽

우리는 책, 시, 그림 덕분에 인정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았던 우리안의 감정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현상을 휘슬러가 템스 강을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 안개가 없었다는 말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282쪽

르 코르뷔지에는 심술궂게 한 마디 했다.
"우리는 도시의 운명이 시청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28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