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담 - 구니오와 미나에의 문학편지
쓰지 구니오·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5월
품절


...우선 문학이란 실제의 인생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문학이 실제의 인생이 아니라는 데에 문학의 본질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몸을 불태우는 사랑, 왕후귀족의 영화, 가난한 자들의 굴욕, 평범한 일상의 비애, 전쟁의 고통과 같은 인간의 다양한 희비극을 침대에 누워 과자를 먹으면서 읽는 모습.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뿐 아니라 어쩐지 인간에 대해 무례하다는 인상조차 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바로 문학인 것입니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이야기를 자기는 느긋하게 침대에 드러누워서 읽는 것입니다.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릴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은 한 발자국도 '죽음'에 다가간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처럼 남이 죽는 이야기를 자기는 죽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것이 문학인 것입니다.-18쪽

적어도 제 그리운 이야기들이 저 먼 무의 피안에서 상상력의 날개로 전해준 것은 지식도 교훈도 진리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커다랗고 시꺼먼 봉투에 쓸어 담아 가져간 뒤 그 보상으로 남기고 간 재미라는 쾌락이었습니다. 에도성의 도면 위에 떨어지는 천장의 나무 부스러기에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이 배어나던 일, 비에 접으며 맨발로 런던 시가지를 걷는 슬픔, 몇 년 뒤 아피아 가도를 걸을 때 느꼈던, 환상 속에서 마치 예수님이 나타나실 듯한 설레임. 이런 것들은 지식도 교휸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운 책들이 남기고 간 즐거운 인생의 전율이고, 인생의 다른 어떤 것하고도 바꿀 수 없는 지고지순한 행복인 것입니다 -36쪽

톨스토이는 모파상 소설의 훌륭함을 칭찬했습니다만, 결코 일급의 문학으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모파상의 문학에는 인생에 대한 도덕적 판단, 즉 이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모파상이 도덕적 판단을 회피한 것은 19세기 말 당시에는, 예술작품의 미적 순도를 위해서는 비예술적 요소(예컨대 도덕이라든가 종교)등을 가능한 한 배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51쪽

쟈유의지, 스스로 선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서양에서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전거로 간주되어 온 것입니다. 제인은 가정교사라는, 당시 여자에게 열려 있던 유일한 자활의 길을 방패삼아 어디까지나 '인간'이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이고자 했기 때문에, 신데렐라가 받은 것보다 더 강하고 깊게,미친듯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여성에게 이만큼 교훈적이면서 동시에 꿈을 주는 이야기는 없지 않을까요?-56쪽

..이러한 여자와 어린아이들의 세계와 대립하는 것이 나의 형으로 대표되는 남자들의 세계입니다. 여자와 어린아이들의 세계가 아름다운 물건들의 그림자와 소리, 그리고 향기로 차 있는데 반해 남자들의 세계는 유도와 총, 그리고 일본 혼의 세계, 패기없는 마음 약한 나를 위협하는 것뿐인 세계입니다. ...나가 밤하늘의 별님을 보고 있다고 하면 형은 바보!별이라고 해!하고 소리칩니다.
..소세키는 이 작품을 무척 칭찬했지만 히라가나가 너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소세키 선생님, 뭘 모르시는군요!
여자와 어린아이 세계의 만가는 히라가나 세계의 만가이기도 한 것입니다. 나를 키운 숙모는 바로 네모난 글씨, 즉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토록 다정한 것이며 어린아이의 놀이상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오 라는 글씨 형태가 앉아 있는 여자 비슷하다고 오 자를 사방에 낙서하고 위안받는 남자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110쪽

발자크가 신진작가였을 때 멀리 눈의 고장 우크라이나에서 한 여성 애독자가 그에게 열렬한 편지를 보냅니다. ...그때 그녀는 이미 발자크의 상상력에 의해 우크라이나에 광대한영토를 지니고 있는 폴란드의 대 귀족의 부인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미지의 여성이 얼마나 그를 고양시키고 열중하게 만들었는지! 두 사람의 편지는 그때부터 무려 20년 동안 이어집니다. 두 사람은 나중에 결국 결혼하게 됩니다만, 결혼한 바로 그 해에 발자크는 죽고 맙니다. 이 한스카 부인과의 만남은 어찌나 드라마틱한지 두 사람의 결혼까지 포함하여 모든 것이 발자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116쪽

"정월 초하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할 일 없음. 한 시경, 집안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 여기저기 치우고 먼지를 털다." 또 어떤 해에는 "세배 갈 곳도 없어 저녁을 지어먹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다." 또 다른 해에는 "연하장이 줄어드는 것은 기뻐할 일이다... 야마가타 호텔에 가서 혼자 저녁을 먹다." 그 다음 해도 그 다음 해도, 가후의 일기에는 새해 첫날의 고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고득은 단순히 가정을 가지지 않는 사람의 고독이 아닙니다. 자유를 바라기보다 고립을 두려워하는 , 그런 일본 사회를 앞에 두고 가후 스스로 선택한 고독입니다. 이 고립이 있음으로해서 비로소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이탈리아의 동맹국이었던 일본에허 파리 함락을 한탄하고, 히틀러, 무솔리니 두 연흉, 싸움에 패해서 죽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127쪽

언어의 범람은 그 가운데 있으면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그 폭력성도 폐쇄성도 한번 일본 밖에 나가봐야 비로소 알 수 있고, 눈도 귀도 입도 닫혀진 상태에서 일 억의 인구가 한마음으로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프랑스로 가는 도중 배가 잠시 홍콩에 정박했을 때였습니다. 배 안으로 한꺼번에 흘러들어오는 낯선 중국어의 폭풍 속에서 저는 지금까지 부드럽게 짜여진 누에 껍질 같은 안락한 일본어의 공간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 동안의 생각이나 느낌이 나만의 것이라고 여기고 잇었지만, 사실 그것은 집합적인 일본인의 심성과 습성을 그저 똑같이 따라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 껍질 같은 것은 날아가버렸습니다.-132쪽

"읽은 책에는 그것을 읽은 밤의 달빛이 섞여 있다" 프로스트-138쪽

인간은 마지막 순간까지 범인이 될 자유도, 그리고 범인이 되지 않을 자유도 갖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단순한 자유의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의지 그 자체를 초월하여 본인조차도 놀라게 되는 행위를 스스로 하게 하는 자유인 것입니다. 그 순간 인간은 신을 알게 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인간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53쪽

[파르므의 수도원]에는 두 종류의 인간밖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하나는 행복을 모르는 다수의 인간, 다른 하나는 행복을 아는 극소수의 인간. 행복을 모르는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영혼의 환희를 모릅니다. 남은 이해하지 못해도 본인에게는 그것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그런 인생 최고의 환희를 모릅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들은 권력, 명예, 돈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치에 매달립니다. -194쪽

...이탈리아 유학생들이 망향의 염에 사로잡혀 한 사람 두 사람 모이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모였다 싶으면 누군가가 신곡의 시구를 외웁니다. 그러면 모두 경쟁하듯이 다음 시구를 잇달아 읊조립니다.
단테는 이탈리아어를 낳은 아버지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라틴어가 문장어였던 당시 그는 속어라고 경멸되던 이탈리아어로 글을 쓴 최초의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211쪽

시부에 추사이 만큼 소설적인 책은 없습니다...무엇보다도 이 책은 신도 왕도 영웅도 아닌 보통 인간의 보통 인생과 보통 생활이 한없는 흥미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역사서에는 한 줄도 남아 잇지 않은 한 인간의 일생을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다고 간주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소설이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한 것입니다. 허구인지 아닌지는 이차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부에 추사이는 도쿠가와막부 말기의 의사이며 시인입니다. 훌륭한 인물이지만 소위 역사에 남을 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시부에 추사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그 남자의 이야기조차도 아닙니다. 진짜 주인공은 그 아내 이오인 것입니다. 남편 추사이의 그늘에서 산 이오. 그러나 그 얼마나 믿음직하고 현명한 여인인지요. 남편이 곤경에 빠질 때마다 돕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일본의 격동기를 겪게 되고, 노년에 들어서서는 영어를 배우고 역사와 지리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여자란 저 세상에서나 이 세상에서나 자기 집이란 없다, 는 말과 함께 우리가 상상하게 되는 것은 어두운 이미지에 뒤덮인 에도시대의 창백한 얼굴의 여자들입니다. 그러나 이오는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220쪽

표면에 나서지 않는 삶을 살면서도 서도를 즐기고 술을 마시는 즐거움도, 바둑을 두는 즐거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여자가 실재했고 그런 일상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관심. 그것은 역사에 남지 않고 죽어간 영혼에 대한 진혼곡입니다. 그 진혼곡이야말로 소설인 것입니다.-221쪽

어떤 사건을 쓸 때 역사가는 기록하는 자의 입장을 취합니다. 소설가는 그 사건을 경험하는 자가 됩니다. 기록하는 자와 경험하는 자, 똑같은 일에 대한 이 결정적 차이가 역사가와 소설가를 나눕니다. -223쪽

도서관이란 단순히 책이 쌓여 있는 장소가 아니라 책을 읽고 싶다는 의지가 모여서 태어난 인간의 공간이라고 해야 할 곳입니다. 전에 아프리카 알제리의 팀가드에 남아 있는 로마의 고대 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2천 년도 더 전에 그곳에서 책이 씌어지고 읽혔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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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1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구판절판


박제사업은 오래전부터 사양사업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들도 그렇고요. 지금은 얼마 안 되는 반려동물을 제외하고는 동물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더구나 야생동물, 진짜 동물다운 동물은 모두 사라졌습니다.-89쪽

박제사보다는 카메라가 더 신속하고 저렴하게 사냥한 동물을 보존할 수 있다. 사냥꾼이 그 옆에 서서 증거로 사진을 찍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카메라의 등장이 박제사업에는 악몽이었던 셈이다. 사진첩에 간직된 책 잊힌 사진이 벽을 장신하는 실물보다 나을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119쪽

옛날에는 명망 있는 가문이라면 누구나 박제한 동물 또는 새장으로 거실을 장식하던 때가 있었다. 또 숲이 줄어들면서는 가문의 소유이던 숲을 대표하는 식물을 박제로 만들어 장식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박제사업은 완전히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수집과 보존도 먼 옛날일이 되고 말았다. 요즘 거실은 단조롭기 그지 없으며, 숲은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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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우면 지는 거다
신여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방송작가 커리어 16년에 한 때 억대연봉까지 받았다는 저자의 이력이 무색한 책이다. 어찌 16년이나 프로로 일한 사람이 일과 직업에 대해 이리 경박한 시각을 가질 수 있나...'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아도 억대연봉을 받는 대한민국 프리랜서들의 특별한 생태보고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프리랜서의 세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적분석으로 통계적으로 믿을만한 수치를 내미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기 방송작가 경력으로 이래저래 아는 사람들 가볍게 인터뷰해서 묶어놓은거라 생각하는게 속  편할 듯. 이걸 책이라고 기대하고 봤다간 짜증 난다.  

웬만하면 다들 고생해서 쓴 책이니 야박한 소리 하고 싶지 않다만, 매 직업 소개하면서 '놀러 다니면서 억대연봉을 벌 수 있다'느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운운하고 있으니 한심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있나? (저자가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이래서 이런 책이 나온 것이라면 이해가 가긴 하다만)인터뷰이들이 아무리 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것 같아도 다들 제 나름의 고충과 어려움이 있을진대 이런 종류의 서적이 해야 할 일이란 바로 그 어려움까지 담아서 직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 않나. 직업을 소개하는 책이란 자신의 본분은 망각한 채 로또 꿈꾸는 허풍선이 마냥 놀기만 해도 억대 연봉이란 말도 안되는 소리에 더 방점을 찍고 있으니 정말 이 책으로 진로설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두렵다. 

책 표지와 띠지의 프리랜서 성공비법 이런거 절대 믿지 마시라. 부러우면 지는거다..책 제목이 부끄럽다. 부러운 사람 하나 없는 책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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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1-05-0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 않아 이 책에 대해선 평가하진 못하겠고, 성공 연봉을 미끼로 낚시하는 책 많죠. 내면 일단 팔리니. 키워드와 띠지에 속지 말아야. ^^

LAYLA 2011-05-02 23:26   좋아요 0 | URL
쩝. 전부는 아니겠지만 방송작가 출신 저자들 보면 많은 수가 호흡짧은 1회 방송 집필에 너무 익숙한거 같네요. 책과 방송은 엄연히 다른건데 책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을 때 화를 넘어 분노가 치밀죠. 감히 책으로 낚시질이라니..나중에 벌 받을 거에요.
 
작가의 집 - 책들이 탄생한 매혹의 공간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지음, 이세진 옮김, 에리카 레너드 사진 / 윌북 / 2009년 11월
품절


고독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독은 저절로 만들어진다. 나는 고독을 만들었다. 글쓰기를 위해서 이곳에서 혼자여야 한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리 된 일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혼자였다. 나는 스스로를 가두어 두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 집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은 글쓰기의 집이 되었고, 내 책들은 이곳에서 나았다. 정원의 빛에서 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집은 나의 책 '태평양의 방파제'의 영화 판권을 넘기고 받은 돈으로 샀다. 이 집은 내 것이었고 내 명의로 되어 있었다. 이 집을 사고 나서부터 글쓰기의 광기가 찾아왔다. 화산 같은 충동이 솟구쳤다. -17쪽

마크 트웨인은 물살을 가르는 바퀴 달린 증기선의 항해사가 되어 미시시피강을 오갔다. "항해실에 서 있으면 수면 위로 우뚝 솟은 기분이라 흡사 산에 오른 것 같았다." 그곳에서 그는 강둑에 배가 접근할 때 물의 깊이를 큰 소리로 알리는 임무를 맡았는데 "길이가 두 길 mark two"이라고 외쳐야 했다. 그의 필명 마크 트웨인이 여기서 나왔다.-115쪽

나는 몹시 고독하게 산다. 혼자 살며 글을 쓰든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아무것도 못 쓰게 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셀마 라게를뢰프-133쪽

그는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서 은행원 일을 그만두었다. 은행에서 일을 할 때면 절망에 빠지지 않으려고 "3의 충돌, 6의 비상, S의 주름" 운운하며 문학적 이야기를 꾸며내 자신을 위로하곤 하던 그였다.
-장 지오노-174쪽

로렌스는 키프로스에서 어머니와 어린 딸 사포를 데리고 벨라파스 수도원 근처 언덕에 있는 '작지만 매력적인 터키 집'에서 살았다. 그는 새벽 네시 반이면 일어나서 몇 시간 동안 글을 썼다. 아이가 깰까 봐 낡은 타자기를 쓰지 않고 펜으로 꽤 많은 원고를 썼다.-267쪽

"서른 살에 문득 한 무더기 무생물들의 노예가 되었다고 깨닫는다.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 모든 것들 가운데 딱히 애착을 가질 만한 것이 하나도 없음을 고백해야 하므로 차마 그러지 못한다."
-포크너-290쪽

"나는 대궐 같은 집에서 (300칸짜리 집에 12명이 살았다) 마법의 숲을 거닐 듯 헤매고 다녔다."
그는 고전이 그득한 서재에서 독서에 탐닉했다. 부자로 태어났지만 의심과 모순으로 망쳐버린 인생의 유일한 기쁨은 독서였다.

... 람페두사는 새로운 집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지금 이 집은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 산 것이지 내 마음에는 전혀 들지 않는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니기 때문에 아내 이름으로 해둔 게 만족스럽다."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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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구판절판


"믿어주시오."
그가 슬픈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 역시 한때는 멀리 떠나려고 했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보시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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