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필드 파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6
제인 오스틴 지음, 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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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관찰한 바로도 결혼은 책략이에요. 어느 집안과 혼사를 맺으며 특정한 이득을 기대하거나 아니면 사람 자체가 대단히 뛰어나고 훌륭하다고 굳게 믿고 결혼했지만, 결국은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봤는데요! 이게 속은 게 아니고 뭐예요?

세상에 우리 철없는 동생, 여기에는 상상도 좀 끼어 있지 싶군. 미안하지만,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네.자네는 반쪽만 본 거야. 나쁜 면만 보고 결혼이 주는 위안은 못 본 거야. 어떤 결혼이든 사소한 갈등이나 실망이야 물론 있겠지. 결혼하면서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도 쉽고. 그렇지만 사람은 행복해지려는 계획 하나가 실패로 돌아가면 또 다른 계획을 도모하는 법이야. 첫 번째 계산을 잘못했다면 두 번째 계산은 더 잘하게 되고, 결국 우리는 어딘가에서 위안을 찾아내는 거야. - P107

실제로 이 방면에서 토머스 경에게는 실망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러시워스 씨에게 느꼈던 모든 호감도, 러시위스 씨의 모든 극진한 대접도, 그가 곧 진실을 얼마간 알아차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러시워스 씨가 학식뿐만 아니라 사업에 있어서도 아는 바가 없고 확실한 주견도 대체로 결여된, 그러면서 그에 대한 자각도 별로 없는, 좀 모자란 청년이라는 진실 말이다. - P450

사람의 타고난 능력 가운데 가장 불가사의한 것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기억력이지 싶어요. 좋았다 나빴다 기복이 심해서 어떤 지적 능력보다도 기억력이 가장 요령부득인 것 같아요. 확실하고 믿음직하고 말을 잘 들을 때도 있지만, 너무나 약하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고, 또 너무 제멋대로여서 통제가 안 될 때도 있잖아요! 물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모든 면에서 경이롭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하고 망각하는 능력은 특히 종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 P469

아주 짧은 시일 안에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고야 말 거라는 생각이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에, 당장은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별로 유감스럽지 않았다. 극복해야 할 얼마간의 난관은 헨리 크로퍼드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운이 날 뿐이었다. 이제까지 너무 쉽게 여자들의 마음을 얻었던 만큼 지금 이런 상황이 새롭고도 자극적이었다. 그러나 여태껏 살면서 너무나 많은 장애를 겪어 온 패니로서는 장애에 아무런 매력도 느낄 수 없었고 - P733

장점만 놓고 보자면 당신이 저보다 말할 수 없이 월등하지요. 그건 저도잘 압니다. 당신의 뛰어난 자질들은 제가 인간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당신에게는 천사 같은 면이 있어요. 사람들은 한 번도 그런 걸 본 적이 없지요. 하지만 단순히 눈으로 본 것 이상일 뿐만 아니라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당신에 준하는 장점을 내세워 당신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어불성설이지요. 그보다 당신의 마음을 얻을 최고의 권리는 당신의 장점을 가장 잘 알고 기릴 줄 아는 사람, 당신을 가장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을 겁니다. - P773

다정함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훌륭한 양식과 교양으로 충분히 벌충되었다. - P886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패니는 자기 눈에 비친 두 집을 견주어 보면서 결혼과 독신에 관한 존슨 박사의 유명한 경구를 원용하고 싶어졌다. 즉 맨스필드에도 괴로움은 있겠지만 포츠머스에는 아무런 즐거움도 있을 수 없다고. - P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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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유혹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3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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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두 팔을 머리 뒤에 놓고 누운 채 행복에 겨워 입꼬리를 올리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침대에 혼자 누워 있었고, 매력적인 상태였다. 그녀는 지난 5년 내낸 멜러시 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본 적이 없었다. 시웒고 넓은 공간, 마음껏 움직여도 되는 자유, 그러고 싶으면 얼마든지 담요를 잡아당기거나 베개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무모하과 배짱을 누려보지 못했다. 이곳에 와 전혀 새로운 기쁨을 발견 한 것 같았다. ...그녀만의 작은 방, 이 축복받은 4월 한 달 동안 원하는 대로 정리해도 좋을 그녀의 방, 자기가 모은 돈으로 빌린 방, 최대한 정중하게거절한 대가로 얻은 결실, 원한다면 빗장을 걸어 잠글 수도 있고 아무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방. 너무나 낯설고 작았지만, 여태 알던 것과 완전히 다르고 너무나 멋진 방이었다. - P92

피셔 부인이 작은 눈으로 찬찬히 캐럴라인을 살폈다.
"당신 같은 젊은 여자가 원하는 건 남편과 아이들이겠죠?"
"음 그것도 생각해봐야겠지요. 하지만 그게 결론은 아닐거예요."
캐럴라인이 상냥하게 말했다.
피셔 부인이 돌의 냉기를 피해 일어나며 말했다.
"여하튼 나라면 그런 생각들로 골머리를 앓지는 않겠어요. 여자는 그런 걸 생각하라고 머리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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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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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통과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작‘이라는 허들과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고작해야 이거였나? 이게 내 인생의 전부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절망 어린 축소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 P50

이제는 세상 사람 누구도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어리석게 살아봤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정으로 두려움을 일으키 는 것이 불행이 아니라 변화라는 진실도 알게 되었다. ‘자기 인생을 살라고? 그 여자들에게 물어봐. 자기인생이라는 게 원래 있었는지 말이야. 그녀들은 남편에 관해서는 많은 정보가 있어. 언제 격분하는지, 어느 때 달아나야 하는지. 모르는 건 자신에 대한 정보야.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지...고립 속에서 의무가 된 하루사루를 살아내는 루틴이 자리를 잡은 거야. 노예를 풀어주고 자유롭게 살아보라고 하면 그 노예가 어디를 기웃거리겠어? - P58

빛바랜 사진이나 흐릿한 모사품처럼 되살아난 남편의 형상과 마주하니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사랑으로 인한 불행을 모두 ‘숭고하다‘고 가르쳐준 책들의 잘못된 교육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 서재에 꽂힌 고전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인생을 건 모험들이 가득하다. 삶의 미루에서 길을 잃었을 때 그런 책들이 지도나 나침반이 되어준 적이 있던가? 불행에 의미를 붙이면서 항상 더 복잡한 미로에 뛰어들도록 종용하지 않았던가? - P62

나는 이 소설의 화자 혜숙을 좋아한다. 이 사람은 너무 많이 슬퍼본 적이 있기에 많이 슬프지 않고 조금 슬픈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사는 사람이고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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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사과와 링고
이희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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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여주길 바라고, 재워주길 바라고, 이유 없이 사랑 받고 싶어 한다. 다만 그럴 팔자와 아닌 팔자가 있는 거다. - P16

이런 일련의 일을 통해 그녀는 친절과 선의가 완성되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음을 배웠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친절과 선의는 있는 그대로 주고 있는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유효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염되고 변질되고 공중분해되면서 자신 혹은 상대를 다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누구나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취약했고 위험했고 다르기 까다로웠다. - P227

그녀는 오래되어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옛 여행지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자신도 그 낯선 곳들에 자신의 일부를 남기고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렇다 해도 이젠 모두 사라져버렸을 것 같았다. 그건 그녀가 시간을 감각하는 방식이었다. 그녀에게 시간은 모든 걸 흔적도 없이 지우는 무언가에 가까웠다. 그 순간, 그녀는 무심코 거울을 보았고 약간 놀랐다. 그동안 자신에게서 사라져버린 것들이 한꺼번에 자각되는 기분이었고, 자신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낯설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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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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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파트에는 거울이 없다. 거울이 있다면 얼굴을 비춰보면서 주름살을 세고 그렇게 나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 오십 년 전이나 사십 년 전, 아니면 육십 년 전 그때는 가을이었다. 그것은 정확하게 알 고 있다. 내 생애의 에피소드에 또 다른 에피소드를 추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그때 나는 거울을 모두 깨뜨려버렸다. - P10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잊고 싶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왜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가치조차 없었던 사소한 사건들을 기억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는 마치 사용된 인생의 증거로서 쓸모가 있다는 듯 백 번도 넘게 다시 그것을 뒤져 보여주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 내 인생에는 잊히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지 않았다.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만 모으면 내 인생은 상당히 짧은 인생이 되었다. - P15

사랑은 바이러스처럼 침입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 안에 틀어박혀 조용히 머물러 있다가 어느 날엔가 우리가 충분히 저항력이 떨어지고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때 불치의 병이 되어 터져 나온다. - P24

독단조차도 지속적으로는 제대로 교육받은 지성이 필요하다. - P35

가끔 나는 베를린 장벽도 프란츠가 마침내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무너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놓쳐서 아쉬운 모든 것에 대해 위로받기 위해 매일 아침 브라키오사우루스 앞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덜 불행하게 흘러갔다면, 그래서 브라키오사우루스 아래의 그 자리가 동시에 몬태나였고 뉴저지였고 매사추세츠 주 사우스해들리에 있는 플리니 무디의 정원이 되었던 일이없었다면, 그랬다면 프란츠가 그곳에서 나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 P43

전쟁이 없다면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그저 인간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용기와 기사의 충성심같이 남자들의 것으로 간주되는 일정한 특성들이 오직 전쟁을 통해 규정되고 미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남자들을 말살시킴으로써 그들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남자들이 그렇게 끔찍한 행위들을 저질러도 여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되었고 자신들에게 있어서 군인다운 특성들이 최고의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 P59

나는 자기 부모의 자손이라는 것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알지 못한다. 부모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그와 반대로, 내가 알게 된 사람들 거의 모두가 부모와 닮아간다는 당연한 위협에 대해 기겁을 했다. - P60

청춘의 사랑은 단순히 젊은 시절에 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다. 청춘의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견주어 잴 수 있을 어떤 것도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랑은 유일하게 그 사랑 자체를 위해서 존재한다. 그것은 아직 실망을 극복할 필요도 없고 이전의 행복을 능가하지 않아도 되고, 그 무엇도 반박하거나 수정하거나 대체하지 않아도 된다. - P75

노인은 어찌할 수 없는 절망감에 맞서 다양한 감정들을, 프란츠에 대한 자의 정열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고안해낸다. 동물 사랑, 어린이 사랑, 자연 사랑, 일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 인간애, 음악애호, 일반적인 예술애호....교화된 인간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 그는 개를 사서 개를 사랑한다. 개가 죽으면 개를 새로 사서 그 개를 다시 사랑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쉬웠다. 프란츠를 만나기 전에 나는 그 영원한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사랑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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