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사과와 링고
이희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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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여주길 바라고, 재워주길 바라고, 이유 없이 사랑 받고 싶어 한다. 다만 그럴 팔자와 아닌 팔자가 있는 거다. - P16

이런 일련의 일을 통해 그녀는 친절과 선의가 완성되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음을 배웠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친절과 선의는 있는 그대로 주고 있는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 유효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염되고 변질되고 공중분해되면서 자신 혹은 상대를 다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누구나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취약했고 위험했고 다르기 까다로웠다. - P227

그녀는 오래되어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옛 여행지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자신도 그 낯선 곳들에 자신의 일부를 남기고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렇다 해도 이젠 모두 사라져버렸을 것 같았다. 그건 그녀가 시간을 감각하는 방식이었다. 그녀에게 시간은 모든 걸 흔적도 없이 지우는 무언가에 가까웠다. 그 순간, 그녀는 무심코 거울을 보았고 약간 놀랐다. 그동안 자신에게서 사라져버린 것들이 한꺼번에 자각되는 기분이었고, 자신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낯설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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